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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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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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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베 다쿠
- 15,300
- 15,300
- 129,600
- 17,820
- [시리즈] 나남창작선 [31]
출판사 리뷰
인간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신의 존재를 그린 역작!
제42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 수록
이정은 소설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으로, 제42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 〈왕이 귀환하다〉부터 중편 〈피에타〉까지 7편의 중ㆍ단편 소설을 엮었다. 소재나 분량에 구애되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집필해 온 이정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노련한 감각을 여실히 보여 준다. 경지에 달한 특유의 입담과 해학, 절정에 이른 날렵한 필치가 돋보여 ‘이정은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신작 소설집에는 이타주의(利他主意)를 온몸으로 구현하는 어머니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 펼쳐 놓은 표제작 〈피에타〉를 비롯하여 조폭 두목의 쇠락한 말년(末年)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 〈왕이 귀환하다〉, 페로몬 신약을 연구하는 천재 의학자와의 사랑을 그린 〈생태관찰〉, 자기완성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새, 날다〉등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7편의 소설을 만나 볼 수 있다.
“언제 펼쳐보아도 ‘오늘’이 될 수 있는 작품. 이정은의 작품은 이렇게 불리기에 충분하다”는 평을 받은 이정은 소설가는 ‘글이 우리의 영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충실하며 꾸준한 집필로 독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해 온 이정은 소설가의 신작, 《피에타》는 상상과 현실이 만나 책 읽는 재미를 선물할 것이다.
피에타를 보자마자 섬광처럼 내 뇌리를 스친 것은 자식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이다. 허물어진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말년의 피에타가 수세기를 지난 지금 동양에 있는 한 여자의 잠자던 영혼을 깨운 것이다. 어머니가 감당해야 했던 인고의 세월, 감추어져 있던 기억 저편에서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전율한다. 어머니 슬픔이 긴 세월을 넘어와 딸의 가슴을 울리면서 심연을 일깨운다. 나는 잊었던, 잊고 싶었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피에타〉
신은 유독 어머니에게만 강요했던 것 같다. 삶의 마지막까지 따라다녔을 저 깊고 질긴 상처, 엄청난 고통과 슬픔, 바로 그 속에서 오순도순 살라고, 그리고 나처럼 부활하라고, 더 높이 올라 영원히 안식에 이르라고. 그런 터무니없는 신의 요구를 어머니는 어떻게 감당했을까? 어머니는 자식을 잃는 십자가 죽음을 체험했고, 자신을 버렸고, 이웃을 섬기며 돌보았고, 죽을 때까지 신에게 순종했다. 온전한 맡김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 줬다. 어머니는 나에겐 종교가 되었다. ― 〈피에타〉
“난, 니가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천국’은 있다고 믿는다. 감히 바랄 수가 없을 뿐이지.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어서 그렇지. 하느님은 불공평할 리가 없다. 네 말대로라면 믿고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바보냐? … 그곳에 갈 수만 있다면 … 희망에 지나지 않지만 … .” ― 〈피에타〉
내 이름은 찌질이다. ‘오야붕’ 따까리로 있을 때 그가 지어 준 별명이다. 너처럼 마음이 심약해서 세상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강하게 살아가라는 뜻으로 내게 붙여 준 애칭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조폭 세계에서 만석이라는 이름 대신에 찌질이로 통했다.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나의 어수룩함을 좋아했다. 어수룩하면서도 명석한 머리를 가진 나와 자신의 힘과 배짱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나의 모자람을 묵인한 것은 무례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조폭 세계에서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어쭙잖은 철학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야붕과 지낸 세월은 나에게도 전성기였다. ― 〈왕이 귀환하다〉
페로몬을 만드는 대표적인 곤충으로는 암컷 나방을 들 수 있다.암컷 나방은 멋진 수컷을 기대하면서 마치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공중에다 페로몬을 뿌린다. 드물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페로몬을 뿌리는 곤충도 있지만 대부분의 곤충들은 그 양이 너무 적어서 정밀한 과학 도구로도 이를 탐지해 내거나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성 페로몬은 피코그램이나 나노그램 단위로 측정되는데, 피코는 1조분의 1을, 나노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므로 곤충이 배출하는 페로몬의 양이 얼마나 적은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적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한 번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곤충은 오로지 섹스에만 몰두하게 된다.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수컷 나방은 페로몬을 단서로 암컷을 추적할 수 있다. 피코그램으로만 측정이 가능할 정도로 그 양이 미세한 페로몬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 〈생태관찰〉
사람은 누구나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자아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법이다. 아 지금이라면, 안아 줘, 그렇게 말할 수 있을 텐데. 바보같이 후회해 보지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한 번만 더 청했으면 따라가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는 여자의 부끄러움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 ― 〈생태관찰〉
“희선아 너무 늦었지? 가자.”
그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로 가자는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은 붉게 폭발하는 혜성 같았다. 그가 뭔가 중요한 말을 하리라는 것, 내가 기꺼이 듣고 싶어 했지만 동시에 몹시 두려워하는 그 무엇을 말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할까? 등에서 식은땀이 고여 왔다. 쉽게 응하다가는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오해할지도 몰라. 몇 번 거절한 후 또 권하면 따라가리라. 그의 호흡이 달콤함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가볍게 기침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흘렀다.
…
“잘 가, 오늘 너랑 있어서 즐거웠어.” ― 〈생태관찰〉
기도 끝에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희망이라는 말을 들으니 코웃음이 나온다. 아내를 몽둥이로 때려 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찬송가를 부른 후 교우들이 병실을 나가려고 하자 아내도 바래다주고 오겠다며 따라 나간다.… 병문안 온 사람들은 겉으론 나를 불쌍해한다. 속으로 그들은 질색을 하며 마치 마귀를 보듯 한다. … 그들은 다쳐서 누워 있는 나보다도 아내의 고충을 더 위로한다. … 그들은 자신의 경우를 먼저 생각한다. 자신이 이런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까? 뭐라고 말할까? … 모두들 살아 있는 강자의 편이다. ― 〈뷰티풀 마인드〉
아내가 그의 뜨거워진 얼굴에 입을 맞췄다. 혀에 작은 경련이 일었고 그것을 스위치 삼아 그의 몸속 전원들이 일제히 켜지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부러운 것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해 그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잃어버린 얼굴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밖에는 달이 지고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이다. ― 〈뷰티풀 마인드〉
4 / 작가의 말
11 /
피에타
81 /
왕이 귀환하다
해설: 인물의 성격 창조와 소설의 재미 / 장윤익
리뷰: 〈왕이 귀환하다〉를 읽고 / 윤원일ㆍ곽정효
119 /
생태관찰
해설: 사랑의 페로몬 / 장두영
리뷰: 〈생태관찰〉을 읽고 / 정승재ㆍ윤원일
157 /
새, 날다
213 /
지꾸 이야기
239 /
칠공주파
309 /
뷰티풀 마인드
해설: 절망, 그리고 희망의 노래 한 편 / 임헌영
리뷰: 〈뷰티풀 마인드〉를 읽고 / 조경선ㆍ윤원일ㆍ변영희
347 / 편집인 노트 / 고승철
355 / 이정은 자전
나의 인생, 나의 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