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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2792891 / 432쪽 170 x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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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부와 권력의 한가운데 놓인 르네상스 미술
2002년에 출간되어 미술뿐 아니라 역사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의 개정판. 도판과 내용을 보강하여 16년 만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의 대가들이 활약한 르네상스 시대는 예술의 최전성기로 여겨지지만, 이 시대의 미술은 작품 자체보다는 그 작품을 주문한 후원자 혹은 그 작품이 놓인 공간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랜 기간 동안 미술은 사회적 목적이나 개인적 욕망에 응답하였고, 천재와 대가의 시대였던 르네상스의 미술품도 그 뒤에 부와 권력의 요구를 업고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 미술 작품의 ‘주문자’와 그의 목적을 밝힘으로써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는 미술의 독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작품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미술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후원자와 함께한 르네상스 미술의 진실
우리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 미술관에는 보통 희고 큰 벽이 있고, 그 위에 그림이 걸려 있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독립된 개체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럼 우리는 화가는 누구인지, 화풍은 무엇인지,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인지를 따져보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만을 쫓아다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작품은 원래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그리고 작품을 주문한 사람은 누구인지가 먼저 궁금해질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주문자 없이는 설명할 수 없고, 공간에 따라 작품의 크기와 주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후원자 없이는 제작 자체가 어려웠던 르네상스 미술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종교를 중심에 두던 중세에서 상업의 시대로 변화하던 르네상스 시기에 미술의 주요 후원자는 신흥 계급이었던 상인 부자들이었다. 13세기 말부터 교회에는 상인 부자들의 기증으로 건립되고 장식된 가족예배실이 있었는데, 이는 그들의 무덤이 안치된 묘실 겸 예배실이었다. 교회에서는 이윤 추구와 이자 소득을 죄악으로 규정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토대로 부를 축적한 상인 가문의 후원으로 교회의 장식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했다. 부자 상인들은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서, 교회는 예배당을 장식하고 교세를 확장하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서로 ‘주고받는’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르네상스 시대 예배당의 수준 높은 벽화들은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 애호와 정치적인 목적 사이에서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후원자는 메디치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후원한 예술가들만 해도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이다. 그들은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도 컸지만, 자신들 가문의 이익과 영광을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로렌초 데 메디치, 즉 로렌초 일 마니피코는 직접 시를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등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하지만 그의 후원은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데 쓰였다기보다는 고대의 귀중품을 수집하거나 고대 미술을 답습하는 예술 활동에 집중되었다. 그는 예술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더욱 열중했던 것이다.
양적으로 가장 많은 예술 후원을 한 메디치 가의 후손은 공작 코지모 1세였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로, 헤라클레스로, 모세로, 더 나아가 하느님의 도상으로 신성화한 작품을 주문했다. 자신의 정치가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킬 인물들을 골라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메디치 가의 후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후원이란 단순히 예술 애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종교심, 이익의 사회 환원, 감상의 즐거움 외에도 가문의 지위 향상과 정치 선전이라는 목적이 한데 섞였다는 점이다.
르네상스 시대 여성의 후원에 관하여
르네상스 시대에 명문가의 여성들은 정략결혼으로 정치의 도구가 되곤 하였는데, 이사벨라 데스테는 이 현실을 최대한 활용하여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 당시 여성들이 주로 종교화나 보석류를 수집했던 것에 비해 그녀는 안드레아 만테냐와 벨리니, 티치아노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예술가들에게 직접 그림을 주문했고, 고대 조각품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녀가 주문한 그림에서 ‘정숙함’을 강조했다거나 나체의 인물을 그려 넣지 못하게 한 점 등으로 볼 때 ‘여성적인’ 취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로 들어가 보면 회화나 조각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던 시절 그녀는 후작부인으로서의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사벨라 데스테는 남편이나 가족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독립적으로 드러낸 초상화를 주문하고, 정숙함과 지성, 젊음을 담은 초상화를 제작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하지만 쾌락적인 그림을 스스럼없이 주문한 남성 후원자들과는 달리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어쩔 수 없이 사회의 요구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미술과 권력, 부와의 관계는 르네상스 시대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이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오늘날의 미술에서도 공공연하게 드러난다. 이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예술의 창작 활동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상호 작용 속에서 예술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과 역사, 사회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작품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르네상스 미술의 주문자와 그의 목적을 밝힘으로써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책 제목에서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르네상스 미술의 후원자는 엄밀히 말하면 ‘후원자’이기보다 ‘주문자’라고 함이 적합하다. 이들은 미술의 진흥을 위하여 뒤에서 도와주는 공익의 후원자가 아니고 미술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적극적으로 이용한 정치가, 세력가들이기 때문이다. … 르네상스 미술은 결코 독립적일 수 없었다. 미술은 언제나 부가 있는 곳에 함께했으며, 부는 또한 권력과 짝을 짓고 있었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교회, 궁, 그리고 교황청은 미술과 부, 그리고 권력이 모이는 곳이었다. 재력가는 그림을 통해 부를 과시하고, 권력자는 그들의 힘을 선전하고, 그리고 미술가는 그들의 재능을 파는 곳이었다.
_<책머리에> 중에서
중세 말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되었을 때 이윤 추구에 대한 죄의식에서 구원을 보장받고자 교회에 내기 시작한 상인 부자의 면죄금은 자신의 묘를 교회에 안치하는 보상으로 되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생긴 가족예배실은 후원 가문의 명성과 후원 금액에 의해 위치가 정해지고, 교회는 종교 주제를 정하고, 후원자가 화가를 선택하였다.
_1장 <14-15세기 피렌체의 가족예배실 벽화 읽기> 중에서
후원은 학문과 예술의 애호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종교심, 이익의 사회 환원, 감상의 즐거움, 그리고 학문과 예술에 대한 관심 등 여러 가지 목적에서 미술을 후원하였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문의 지위 향상과 정치 선전이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코지모는 자신의 경비로 도시 한가운데 있는 산 로렌초 성당을 개축함으로써 기존의 파치 가와 스트로치 가에게 신흥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였으며, 로렌초 일 마니피코는 옛 미술품을 수집하고 작가를 다른 왕이나 귀족에게 소개함으로써 외교의 기반을 굳혔다. 교황 레오 10세는 역사적인 사건의 주인공인 레오 3세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대체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레오 3세와 동일하게 느끼도록 꾀하였으며, 공작 코지모 1세는 하느님의 도상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자신을 신격화하였다.
_4장 <메디치 가의 미술 후원과 정치적인 목적> 중에서
개인적인 취향같이 판단되던 미술 애호의 성격이 이토록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르네상스 미술이 이미지를 매개로 한 전달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대상이 자신의 모습인 초상화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목적이 더욱 분명해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는 주인공을 닮은 기록이기보다 남에게 전달되기 바라는 주인공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_6장 <이사벨라 데스테의 미술 후원과 성격>
개정판을 내며
책머리에
1장 14-15세기 피렌체의 가족예배실 벽화 읽기
2장 광장과 미술 그리고 정치 이념
3장 고대 조각의 수집과 양상의 변천
4장 메디치 가의 미술 후원과 정치적인 목적
5장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의 초상과 이미지 만들기
6장 이사벨라 데스테의 미술 후원과 성격
7장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교황의 인문주의 정책
8장 공작 코지모 1세의 초상화와 정치 선전
9장 우피치의 전시와 변천
마무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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