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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 종합 73위 | 2018/10 시/에세이/기행 13위 | 현재 종합 73위 | 현재 시/에세이/기행 33위 | Top100 : 3주
출판사 리뷰
감성적인 사진 위에 스민 아름다운 문장들,
그 따뜻하고 가슴 먹먹한 콜라보
월간
이 책『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의 ‘영혼시’는 영혼의 한 조각이 말랑말랑해지는 과거의 글들과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장롱 구석에 먼지 쌓인 오래된 추억 상자를 슬며시 열어 그 기억의 지층을 들추어 화석이 된 글들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찬란하고 비루한 자의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오래된 상처의 흉터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은 아름다울 것도 없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으나, 그 자국을 남긴 때와 장소, 우연과 인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거기 새겨져 있어, 최소한 진부하지는 않다. 비록 그것이 하는 이야기가 낡고 빛바랜 것이라 해도.
- 에필로그 중에서
영혼시가 선물했던 여러 추억들. 다시 꺼내어본 그 추억들은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 물줄기를 드리우며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아파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온다. 성장기에 만난
세월이 지나 인연을 잘 만난 글과, 운명을 잘난 사진을 차곡차곡 모아서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가 되었다. 그 사랑했던 글들과 다시 한번 재회하며 색을 잃었던 추억들이 다시 하나둘씩 색을 입고 두둥실 우리 가슴 안에 떠오른다.
◆ 추천의 글
#1.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이자 소우주였던
적절한 시기에 너무 잘 만났구나 싶은 것들이 있다. 내겐 월간
뒤늦게 알고 보니 1995년 세상에 나온
성장기에 만난 사랑은 강렬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때로 인생을 흔든다. 누군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고, 누군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반해 만화가가 됐을 것이다.
#2. 인연을 잘 만난 글, 운명을 잘 만난 사진
필진으로 합류한 후 김원과 황경신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을 기억한다. 오랜 시간 동경했던 분들이기에 긴장을 숨길 수 없었던 자리.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나를 ‘허허’ ‘호호’ 맞아주는 두 분. 김원 두령님은 예상보다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근사한 은발의 멋쟁이셨고, 경신 작가님은 예상보다 더 소녀 감성을 지닌 사려 깊은 편집장이었다. 이런 분들이니까 그런 사진을 찍고 그런 글을 썼구나, 글과 사진이 사람을 퍽이나 닮은 것이었구나, 아아 너무나 행복하다, 그날 기쁨에 벅차서 속으로 울었다.
‘영혼시’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내가 늘 궁금했던 것. 김원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황경신이 글을 쓰는 것일까, 황경신의 글에 감명받아 김원이 사진을 찍는 것일까. 정답은 전자에 조금 더 가까웠는데, 김원 두령님이 사진 몇 장을 후보로 건네면 그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경신 작가님이 골라 글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인연을 잘 만난 글이고, 운명을 잘 만난 사진이란 생각이다. ‘영혼시’가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은 이
유일 것이다.
실제로 ‘영혼시’에 얽힌 여러 사연이 있었다. ‘영혼시’를 자신이 쓴 것처럼 속여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독자가 있었고, ‘영혼시’ 덕분에 시에 눈을 떴다는 독자도 있었다. 내 사연도 범상치는 않다. 과거 남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영혼시’는 어느 날 연재를 중단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 다시 꺼내어본 그 추억은 아름다워라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를 통해 다시 ‘영혼시’를 들여다봤다. 사랑했던 과거의 글들과 재회하는 마음이란 게 참 이상했다. 게다가 나는 이제 ‘시’라는 걸 잘 읽지 않는, 일상에 찌들어 ‘시’를 볼 여유를 잊은 사람이 된 지 오래. 괜히 과거의 흔적을 들췄다가 나의 팍팍한 현실감각만 확인하는 게 아닌지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하… 펼치자마자 쏟아지는 익숙한 글과 사진들이 잊은 줄 알았던 내 추억들을 소환했다. 메마른 줄 알았던 내 감성에 물줄기를 드리웠다.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해 서성였던 내 흩어진 사랑이, 누군가와 나눴던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 그 감정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세월에 깎여 뾰족해진 나에게 그 시절마저 없었더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시간은 흘렀지만 ‘영혼시’는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 있다.
“오랜 세월 흘러 어느 날 문득 꺼내어본 그 추억은 아름다워라”- 황경신
글/정시우(영화 저널리스트)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른다, 어째서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름 알지 못하는 곳에 처음 이를 때마다 가슴이 뛰고 어지러웠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그것을 찾을 때까진 알 수가 없다고, 그것을 찾는 일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 이 여행을 끝내고 싶지 않다.
_p. 26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 중에서
온종일 그대 오시는 길만 바라보았습니다
쓸쓸한 세월에 눈이 시립니다
얼마나 더 서 있어야 하는 건지,
서 있으면 기어이 그대가 오시기나 하는 건지,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
_p. 32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중에서
지친 듯 흐트러진 머리카락
쏟아지며 반짝이는 햇살
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나비를 쫓던 시선
긴 언덕에 몸을 누이고 너, 알지 못할 노래를 흥얼거렸지
너를 사랑하게 되면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아
나, 서둘러 너를 떠나보냈지, 그 이후에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울겠지
_p. 45 「아주 사소한 것까지」 중에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만나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
제발 사랑이 떠나가도록 매일 빌어도
사람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용서하라, 내 눈이 어려 내일을 알지 못하고
단 한 번에 목숨을 던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애원에 귀 기울이지 마라
너는 그저 살아가면 되는 것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사랑이 깊어질수록 어두워가는 세상
이제 곧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_p. 57 「나는 아직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이 세상 끝에 사랑이 있다 하여
이 세상 끝까지 갔더니
그곳은 처음처럼 아득한 낭떠러지였다
저 깊은 곳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내가 사랑이라고, 어서 오라고 한다
그러나 내게 날개는 없고 혼란만 있다
세월은 흐르고 나는 이곳에 앉아
슬픔도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다
사랑을 믿지 못하여
목숨을 걸지 못하여
_p. 96 「이 세상 끝까지 갔더니」
얼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랑이었지요
그대 단단한 얼음 위를 걸어 내게로 오길 바랐지요
꽁꽁 언 내 마음 망치로 깡깡 부수어서
그 아래 흐르던 내 사랑으로 목을 축이던 그대
마음은 그렇게 갈라졌어도 나는 기뻤지요
날이 갈수록 햇살 따스해지고
내 사랑 스르르 녹아 형체 없이 사라집니다
기슭에 머물러 있던 배를 타고
그대는 또 어디까지 나가버렸나요
흐르고 또 흘러도 먼바다에 닿지 못하는 내 사랑
한없이 가벼워져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_p. 121「그것도 참 기쁜 사랑이지요」 중에서
어째서 그렇게 꽃처럼 피어났는지 그대 묻는다면
여름은 이미 뜨거운 햇살에 타버렸다 말할 텐데
어째서 그렇게 꽃처럼 향기로운지 그대 묻는다면
가을은 이미 바람에 묻어왔다 말할 텐데
_p. 163「어째서 그렇게」 중에서
흐려지는 것도 추억입니까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날아가는 것도 꿈입니까
잡을 수 없는 것도 삶의 흔적입니까
온종일 그대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던 그때는
가도 가도 깊은 사막인 줄 알았습니다
기억들 알알이 흩어진 지금
나는 더 깊은 사막 속에 묻혀 있습니다
_p. 205「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프롤로그
Chapter 01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
종이배 하나 접어
하기야 슬픔 아니었다면
비가 그치면
눈을 감으면
어쩌면 모두 꿈 아닌 것들
푸른 자전거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
너무 늦게 알게 된다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추억의 문은 견고하고
Chapter 02 너, 한 번도 앉지 않은 빈자리에 말간 햇살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빈자리
까맣게 잊어가지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가지 말아야 할 곳
사막에서 모래 위에서
내가 잠깐 움켜쥐었던
훔치다
나는 아직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잊어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
한없이 얇고 투명해지도록
Chapter 03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났어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나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곳에
너를 노래하지 않아도
누가 믿을까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났어도
나를 발견해줄 때까지
모퉁이 저편에 서서
길을 잃었을까
나는 한 마리 풀벌레가 되어
이미 많은 비가 왔다
Chapter 04 사랑, 그 무모한 이름만으로 갈 수 없는 수많은 길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사랑
이 세상 끝까지 갔더니
그럴 수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네게로 흘러가려는 마음
바람으로 털실을 짜서
이별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숨을 죽이는 이 연약한 사랑이
유리벽 너머에
이 긴 기다림의 그림자는
Chapter 05 찾아 헤매인 어느 길 하나 그대 아닌 것이 없었으니
마음속에 장마 그치지 않던
그것도 참 기쁜 사랑이지요
그 속에 수없이 부서지는 그대
이 사소한 그리움은
그까짓 바람 한 줄기도
그대의 부재는 더욱 무거워지는가9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그 추억은 아름다워라
네가 서 있던 그 자리
그대 뒤에 또 그대
Chapter 06 하지 못한 말들은 칼날이 되어 따가운 봄빛 속에 무심히 반짝인다
왜 그때가 아니었니
한 조각 종이처럼
혹시 하고 기다려요
조각달 하나
나의 겨울은 서러웠는데
하지 못한 말들은 칼날이 되어
이제 겨우 일흔여섯 번째 봄이야
닿지도 못할 마음만
어째서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으니
Chapter 07 목숨처럼 무서운 사랑도 무엇이 어떻다고 잊지 못하겠습니까
무슨 상관이냐
새야 너 춥지는 않니
붙잡아도 붙잡아도
눈 속에 갇혔지
새들은 모두 떠나가고
더 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해
베이고 찢어진 곳마다
잊은들 잊지 않은들
믿을 수 있는 건
먼 훗날 그대가 물으면
Chapter 08 온종일 그대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던 그때는 가도 가도 깊은 사막인 줄 알았습니다
마치 그러리라 작정했던 것처럼
지워집니다, 지워집니다, 되뇌며
끝이 없다
얼룩진다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후두둑 떨어져 내려요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몰랐지만
미소만 짓고 있다
알 것도 같았지
Chapter 09 아무리 멀어도 꿈이라면 닿겠지 아무리 그리워도 목숨은 건지겠지
묻는다
계절이 오기 전에
겨울이라서 다행이야
처음부터 그것은
그대 안녕하겠지
그해 삼월
저 혼자 설레다가
꽃을 피운다는 건
고스란히 갇혀 있다
우연히 생각났다 했지만
Chapter 10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된다면
그림자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서
너도 어디로든 흘러가라
돌이킬 수 있었을까
그 사소한 이야기는
당신과 나의 경우에는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네게 거짓말을 했어
눈 속에서도 얼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에필로그 황경신 / 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