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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b판 고전 [12]
출판사 리뷰
“근대 생물학의 토대가 된 모페르튀의 명저
국내 첫 소개
디드로의 반박문과 모페르튀의 재반박문도 수록”
<b판고전> 14권으로 근대 생물학의 토대가 된 피에르 루이 모로 드 모페르튀의 ≪자연의 비너스≫가 나왔다. 18세기의 프랑스와 유럽의 사상과 문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었다. 물론 18세기 이전 사람들이 ‘인간’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적 전통의 유럽에서는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물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물음 자체가 반종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을 받았다. <창세기>의 말 그대로 인간이란 신의 피조물이며, 모든 동물들을 지배할 권리를 받은 만물의 영장이며, 신이 부여한 이성을 가지고 무한하고 전능한 신을 깨닫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17세기의 과학혁명은 과학자와 신학자들로 하여금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성장하고, 또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지 하는 문제와 직면하게 만들었다. <성경>의 천지창조와 기적이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허구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신앙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이론이 전성설이었다. 즉 지상의 모든 피조물이 천지창조 이래로 전혀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위해 신이 일시에 창조한 최초의 모든 종들이 배아(胚芽) 안에 앞으로 무한히 태어날 수 있는 개체들을 무한히 포함하고 있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종교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발생하게 되는 개체는 부모 중 한쪽에 이미 형성을 끝낸 채 들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가 부모 양쪽을 닮는 것이나 태어날 때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물론, 피부색과 같은 종족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피에르 루이 모로 드 모페르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생명의 발생은 부모 양쪽의 공헌에 따른다. 애초에 완전히 형성된 개체는 존재하지 않고, 부모는 대단히 작은 유기 입자들을 교환함으로써 이들 입자가 나중에 한 개체로 자라날 아이의 여러 부분을 마련해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모페르튀의 이러한 입장은 바로 이 점에서 현대의 DNA 이론과 유전의 이론의 기초를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모페르튀는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형의 문제, 격세유전, 종의 개량은 물론 획득형질의 유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페르튀가 활동하던 시기는 아직 현대적 의미의 생물학(biology)이 탄생되기 이전으로, 생물학이라는 말은 19세기 초에 라마르크가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보편화되었다. 수학과 천문학자로서 자신의 이력을 시작했던 모페르튀는 영국 체류 중 뉴턴을 읽고 열렬한 뉴턴주의자가 되어 프랑스에 돌아왔다. 그는 당시 데카르트주의가 지배적이었던 프랑스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홀로 혁신적인 뉴턴주의를 프랑스에 보급하고자 노력했다. 데카르트주의 천문학자였던 카시니가 지구는 적도부분이 납작하다고 주장하자, 모페르튀는 뉴턴을 따라 지구의 극 부분이 납작하다고 반박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북극과 적도로 원정대가 조직되었고 모페르튀는 북극 원정대를 직접 이끌고 위도를 측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뉴턴과 모페르튀의 승리였다.
하지만 모페르튀는 뉴턴의 만유인력이 천체뿐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과 원자들에도 수미일관하게 적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천문학자였던 그가 자연사와 오늘날 생물학이라고 불리게 될 학문에 몰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까지 막연하게 이해되어 왔던 유전 문제와 기형 문제를 ≪자연의 비너스≫와 <자연의 체계. 유기체 형성에 대한 시론>에서 훌륭히 해결해내게 된다. 당시는 미래의 개체가 마치 번데기 속에서 잠자고 있는 나비처럼 고스란히 형성된 채 부모의 몸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자 괴물과 기형의 존재는 신이 내린 저주의 결과라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만약 모페르튀의 ≪자연의 비너스≫와 같은 선구적인 저작이 없었다면, 19세기의 라마르크며, 생틸레르 부자며, 그리고 찰스 다윈의 발견도 늦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낡고도 오랜 문제는 모페르튀가 성취한 혁신적인 이론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과 의미로 등장했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참고로 ≪자연의 비너스≫에 주목한 디드로는 <자연의 체계: 유기체 형성에 대한 시론>이라는 글을 쓰고, 모페르튀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디드로 씨의 반박에 대한 답변>을 저술했는데, 본 번역서에서는 이 두 편의 글도 부록으로 수록하여 18세기 유럽 지성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껏 얻은 삶도 이내 잃고 말리라. 우리는 모두 두 순간이 있으니, 태어난 순간이 하나요, 죽는 순간이 다른 하나이다. 인생을 그 두 순간 너머로 연장해보려 하나 그 노력은 헛되다. 저 두 순간 사이의 시간을 충실히 살고자 노력한다면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더 오래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이기심과 호기심으로 짧은 인생을 보충하고자 한다. 죽어 사라져버린 후 도래할 시간과 태어나기 전에 흘러간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바람일 뿐! 그런 희망을 품으니 새로운 환상을 갖게 된다. 이 두 시간 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내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13-14쪽)
무한히 풍요로운 자연이여, 한없이 다산多産하는 자연이여, 지나치게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자연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나치게 낭비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할 수 있을까? 정액 속을 헤엄치는 말도 못할 만큼 많은 작은 동물들 중에 사람이 되는 건 단 하나뿐이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수태가 잘되는 여자가 쌍둥이를 낳는 일도 있지만, 세쌍둥이는 정말 드물다. 물론 다른 동물의 암컷은 더 많은 수의 새끼를 배기도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수컷이 분비한 정액 속에 헤엄치고 있었던 동물의 수와 비교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음을 맞았단 말인가! 너무 쓸모없이 많이 만들어 놨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자연의 영광은 꼭 필요한 만큼만 절약하여 마련하는 것에 있는지, 필요 이상으로 남아돌도록 마련하는 데 있는지 하는 논의는 말도록 하자. 우리가 자연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는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연을 주재하는 존재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는지 묻는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무나 풀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겨난다는 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참나무가 맺는 수천 개의 도토리가 나무 밑에 떨어져 말라비틀어지거나 썩지 않는가. 그중 극소수만 싹을 틔워 나무로 성장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렇더라도 그 수없이 많은 도토리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싹을 틔운 씨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새로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대를 거듭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38-39쪽)
사랑을 하는 자는 무엇으로도 행복해진다. 자연의 한결같은 관심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어느 종이 되었든 똑같은 동기를 불러일으킬 텐데, 모든 종에게 그 동기는 쾌락이다. 인간 종도 쾌락 앞에서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두 사람의 마음이 결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숱한 장애물이 있을지라도, 둘이 결합한 후에 숱한 고통을 겪게 될지라도, 쾌락이 있기에 연인은 자연이 부여한 목적에 이르게 된다.(68-69쪽)
부모가 가진 것과 유사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들이 이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결합될 때 무모하게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이를 설명하고자 사람은 그를 진정으로 괴물로 볼 것이겠지만 그 자연의 광경을 감탄하는 것으로 그치는 현명한 사람은 그를 아름답게 볼 것이다.
애초에 이러한 출생은 그저 우발적인 것에 불과하다. 몇 세대가 지나거나 다음 세대부터 최초의 종이 회복될 것이고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는 대신 더 먼 선조를 닮게 된다. 계속 세대를 거듭하는 종족이 종種이 되려면 이 세대가 반드시 여러 차례 거듭되어야 하고, 최초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부분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차츰 수가 적어져 사라져버리거나 아주 적은 수만 남게 되어 다시 최초의 종이 되려면 새로운 우연이 필요할 것이다.(138-139쪽)
1부 동물의 기원에 대하여
1장 이 책의 주제 13
2장 고대인들의 생식 이론 23
3장 난에 태아가 들어 있다는 이론 26
4장 정자동물 이론 35
5장 난 이론과 정자동물 이론을 혼합한 이론 43
6장 난 이론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견해들 45
7장 하비의 실험 49
8장 하비의 발생론 57
9장 하비의 관찰을 난 이론과 결합해보려는 시도 59
10장 하비의 관찰을 극미동물 이론과 결합해보려는 시도 61
11장 동물의 다양성 64
12장 발육 이론 고찰 78
13장 아버지와 어머니가 태아의 형성에 똑같이 참여한다는 점을 증명하는 이유들 82
14장 괴물에 대한 이론 85
15장 산모의 상상력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 89
16장 난 이론과 극미동물 이론의 난점 94
17장 태아 형성 가설 99
18장 극미동물은 어디에 소용되는지에 대한 가설 107
2부 인간 종의 다양성
1장 지구 여러 곳에 분포한 다양한 인종 113
2장 난 이론과 벌레 이론에서는 다양한 피부색을 갖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123
3장 새로운 종의 탄생 125
4장 피부색이 흰 흑인 131
5장 전술한 현상을 설명해보기 위한 시도 136
6장 흑인 부모에게서 피부색이 흰 아이가 태어나는 일보다 백인 부모에게서 피부색이 검은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훨씬 드물며, 인류가 비롯한 최초의 부모는 백인이었다는 점. 흑인의 기원에 제기된 난점 141
7장 흑인은 왜 열대지방에서 살아가고, 난쟁이와 거인은 왜 극지방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가설 145
마지막 장 이 책의 결론: 의심과 문제들 147
|부록|
자연의 체계: 유기체 형성에 대한 시론 153
디드로 씨의 반박에 대한 답변 189
옮긴이 후기 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