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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980797 / 276쪽 12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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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알을 깨고 나오려는 청춘들을 위한
헤르만 헤세, 최고의 성장 소설
헤르만 헤세는 다른 어떤 외국 작가보다도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이 친숙한 독일계 스위스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일찌감치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번역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헤세의 작품을 읽으면서 삶의 진통을 달래지 않은 이도 드물 것이고, ‘청춘은 아름다워라!’ 하고 쓰라리게 되뇌었을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헤세의 작품들에서 낭만주의적 동경과 우수를 읽고, 청춘의 일탈과 방랑을 그리며, 지성과 감성을 함께 자극하는 시적인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헤세가 낮과 밤, 인간과 자연, 신성과 마성,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의 삶과 예술가의 삶, 동양과 서양 등 양쪽을 철저히 답사하면서 얻은 밀도 있는 사색의 과일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청춘’의 작가이다. 헤세의 작품 상당수는 청춘을 그린 작품으로 읽혔다. 그런 데에는 작품 《데미안》 또한 커다란 공헌을 했다. 에밀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부터 삶을 회고하는 수기 형식으로 구성된 《데미안》은 필연적으로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는 한 청춘의 성장 소설이다. 열 살 무렵의 감수성 예민한 소년인 싱클레어에게 세계는 빛과 조화와 문명에 어울리는 ‘아폴론적 세계’와 어둠과 혼돈과 야만에 어울리는 ‘디오니소스적 세계’로 쪼개져 있다. 싱클레어가 분열되지 않고 두 세계를 어떻게 하나로 통합하는지, 그리하여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지평을 열어 가는 헤르만 헤세의 구도의 길에 독자들은 동참하게 된다.
청춘의 성장 소설이면서 이 작품은 또한 제1차 대전 전후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낡은 세계가 몰락하고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리라는 강렬한 염원이 작품에 내포되어 있다. 헤세는 제1차 대전 당시 애국주의에 반대한 이유로 비난받았고, 나치의 집권으로 망명생활을 한 작가였다. 그는 평생 동안 반전주의자였고 평화주의자였다. 헤세 소설의 주인공인 청춘이란 현실의 절망뿐만 아니라 이를 딛고 일어설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제2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스웨덴 한림원이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소중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는 한 경이로우며 온 세상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 누구 안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안에서든 피조물은 고통을 받으며, 누구 안에서든 구세주는 십자가에 못 박히고 있다.
- p.8
물씬 그 시절의 향내가 풍겨와 아릿하면서도 기분 좋은 전율에 휩싸인다. 어두운 골목, 환한 집, 탑,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 사람들 얼굴, 쾌적함과 안온함이 은은하게 풍기는 방, 비밀과 유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꽉 들어찬 방. 따뜻한 좁은 공간, 토끼 새끼와 하녀, 민간요법 약재와 말린 과일. 두 세계는 그곳에서 서로 뒤엉켜 요동쳤다. 두 양극에서 밤과 낮이 나왔다.
- p.11
어쨌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성서나 다른 이야기를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프란츠 크로머를 잊은 적도 없었다. 저녁 내내 몇 시간 동안 나는 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집에 와서 성서에 카인과 아벨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었다. 여전히 짧고 분명한 이야기였으며, 거기서 특별히 비밀스러운 의미를 찾겠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 p.51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해. 또는 관심이 있어. 그래서 네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 그러기 위해 이미 첫 단계를 마쳤어. 널 놀라게 만들었는데 잘 놀라는 습성이 있더라고. 즉 네가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그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만약 누군가가 두렵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조종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야. 가령 어떤 나쁜 짓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안다고 해봐. 그럼 그는 너를 조종할 힘을 갖게 된 거야. 알아들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치?”
- p.62
아, 오늘날에야 나는 안다. 자기 자신을 향한 길을 가는 것만큼 사람들이 세상에서 힘겨워하는 건 없다는 걸 말이다!
- p.75
“그 얘기는 다음번에 더 나누자. 넌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넌 한 번도 네가 생각한 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야. 그건 좋지 않아. 우리가 삶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넌 네게 ‘허락된 세계’가 세상의 절반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두 번째 세계를 숨기려 했지. 신부님이나 선생님이 그러듯 말이야. 그게 잘 되진 않을걸! 그 누구도 잘 숨길 순 없을 거야. 일단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말이야.”
- p.101
우리는 품질이 미심쩍은 와인을 마시며 두꺼운 잔으로 건배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일이었다. 곧 나는 말이 아주 많아졌다.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마치 마음속 창문이 활짝 열려 세상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오랫동안 나는 마음에 있는 얘기를 못 했나! 나는 온갖 얘기를 줄줄이 떠들었는데, 하이라이트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였다!
- pp.114~115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146
그때 나는 특이한 피난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우연’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우연이란 없다. 뭔가 꼭 필요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뭔가를 발견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그 자신이, 그 자신의 갈망과 필연성이 그를 그리로 이끈 것이다.
- p.156
모든 이에게 진정한 소명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이다. 그 소명은 시인으로, 미친 사람으로, 예언자 또는 범죄자로 끝날 수도 있다. 그것은 소명의 소관이 아니었으며 궁극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소명의 과제란 자신만의 운명을 찾는 것이었다. 자기 마음대로인 운명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그 운명에 따라 사는 것이었다. 오롯이, 부단히 말이다.
- p.205
《데미안》에서 재현되는 전쟁터는 다만 파괴와 살육의 장소만은 아니게 된다. 또한 마냥 새로운 신 아브락사스를 좇는 장소도 아니다. 낡은 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으며 열광한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새로운 신 아브락사스는 이미 싱클레어의 성숙한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p.273~274 (작품 해설 중에서)
제1장 두 세계 …… 11
제2장 카인 …… 43
제3장 그리스도와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 77
제4장 베아트리체 …… 110
제5장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 145
제6장 야곱의 싸움 …… 174
제7장 에바 씨 …… 210
제8장 끝의 시작 …… 251
작품 해설 / 알을 깨고 날아오르는 아브락사스의 새 …… 2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