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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2760024 / 516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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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조선여우스캔들 [4]
출판사 리뷰
당찬 기생 초란과 날랜 어사 시호의
좌충우돌 흥미진진한 기행담!
조선 제일 기생 초란!
가야금 타는 솜씨하며 시 짓는 솜씨하며
못하는 것 하나 없고 미모 또한 제일이라
탐내는 선비들로 기방 앞은 문전성시!
허나 이를 어쩔고.
돈에 눈 먼 기방 행수의 꾐에 빠져
늙은 영감과 한 방에 갇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어사 시호!
넘치는 정의감으로 방문을 펑!
아, 그런데 맙소사 글쎄 여인이 영감을…
-그동안 우리가 알던 동화의 진실을 재조명합니다.
선녀와 나무꾼, 망주석 이야기, 금도끼 은도끼, 혹부리 영감, 흥부와 놀부…
태초에 주신은 세상을 둘로 나누었다.
땅에는 드넓은 들판과 높은 산맥과 순한 동물과 인간이,
하늘에는 새파란 대기와 새하얀 구름과 영특한 신수(神獸)가 존재했다.
주신께서 하늘의 존재를 특히 어여삐 여기사, 신령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비상한 능력을 내렸다. 다만 그들의 힘이 헛되이 쓰일 것을 우려하사 지상의 흙을 밟지 못하도록 명하였다.
하나 신수들은 지상으로 내려가길 염원하였고, 결국 주신의 명을 어기고야 말았다.
땅의 흙을 밟은 신수들은 더 나아가 땅을 점령하길 원하였고, 인간의 권역을 침입하여 그들을 괴롭히기도,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였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땅의 피해가 커져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노한 주신께옵서 가라사대,
법도를 어긴 신수를 잡아 올 수 있는 어사(御使)를 파견하라.
신령들은 하늘에 남아 있는 신수 중 영리하고 날쌘 이를 추려 냈다.
범은 화가 많아 아니 되고, 늑대는 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니 되고, 매는 유랑하는 것을 즐겨 아니 되니 남은 신수는 단 하나.
다름 아닌 여우라 하였다.
***
“저쪽 뒷산에 작은 샘이 하나 있는데 그 샘물이 글쎄 요력을 가지고 있다지 뭐니. 먹으면 젊어질 수도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얘기를 듣고 있었어.”
“그럼 그 물을 가져와야지?”
“아, 그건 안 된대. 여우샘이 괜히 여우샘이겠니. 근처에만 가면 여우가 나타나서 사람을 홀린대.”
“내가 여우한테 홀리는 게 빠를까, 내가 여우를 홀리는 게 빠를까?”_1권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오.”
“그리고요?”
“지켜 주지 못해서도 미안하오.”
“또?”
시호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입술을 연다.
“앞으로도 지켜 준다는 확신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미안하오.”
씨익, 초란의 입술이 올라갔다. 낮게 웃으며 시호의 어깨를 툭툭 건든다.
“아시면 되었습니다. 이제 제 몸은 제가 지킬 거예요.”
“지, 지킨다니? 신수들과 싸운다는 말이오?”
“아뇨.”
초란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열심히 도망친다는 말입니다. 이 두 발로.”
그러고는 씨익 웃어 보인다. 너무도 단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시호 역시 같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못 말리는 여인이다._2권
초란은 눈을 꽉 감았다. 울음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자신 역시도 저렇게 목 놓아 울어 버리고 싶었다.
“저들이 일평생 아등바등 산 것…….”
초란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보상해 주나요?”
죽은 후에 새로이 태어나는 것,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이곳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하릴없이 죽어 버렸는데, 그 이후의 삶이 무엇이 중할까. 어차피 다음 생을 위하여 지금 생을 살아야 한다 하면 구태여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초란은 주신의 근본적인 생각을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목전에 놓여 있는 모든 상황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으므로.
“선비님.”
초란은 매고 있던 활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이 미어졌다. 무력감이 몸을 휩쓸었고, 무거워진 마음은 가라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저들이 죽은 것이 운명이라면,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상황을 목도한 것이 운명이라면,
“제가 할게요.”
운명대로 살아 주리라._3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