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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옮기다 /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

아서 코넌 도일, 버지니아 울프, 에드거 앨런 포 외 저 | 김부민, 김충호, 노현정 외 역 | 엑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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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846247 / 304쪽 120 x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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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처음, 옮기다-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은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에서 2기에 걸쳐 진행된 영문학 번역 워크숍을 통해 ‘번역을 하고, 번역을 놓고 말하고, 번역을 생각하며’ 서로 부딪혔던 기록을 엮은 책이다.
아서 코넌 도일, 버지니아 울프,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등 영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과 함께 옮긴이 후기와 좌담회를 통해 초보 번역가 9인이 처음 번역에 도전하며 느낀 기쁨과 고뇌, 이야기와 언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번역을 통해 우리는 지금껏 결코 이해한 적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공유는 새로운 커런시, 번역의 시작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 좋은 걸 나누는 일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고 그 일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내가 재밌었던 걸 번역해 나누고, 그걸 누군가 보고 즐거워하면 귓등이 뜨거워질 정도로 기쁘다”라는 역자 이윤지의 말.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이 속에 어쩌면 ‘번역’의 모든 것이 있다. ‘내가 재미있고’ ‘남과 나눈다’ ‘남이 즐기는 일은 나를 기쁘게 한다’―번역의 처음과 끝이 여기에 있는데, 누가 ... 번역을 통해 우리는 지금껏 결코 이해한 적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공유는 새로운 커런시, 번역의 시작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 좋은 걸 나누는 일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고 그 일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내가 재밌었던 걸 번역해 나누고, 그걸 누군가 보고 즐거워하면 귓등이 뜨거워질 정도로 기쁘다”라는 역자 이윤지의 말.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이 속에 어쩌면 ‘번역’의 모든 것이 있다. ‘내가 재미있고’ ‘남과 나눈다’ ‘남이 즐기는 일은 나를 기쁘게 한다’―번역의 처음과 끝이 여기에 있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퍼나르는 일은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에서부터 현대 SNS까지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되어온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처음, 옮기다』는 그렇게 좋은 것을 나누고 싶고, 나의 감동을 남에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의 번역의 기록이다.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에서 김선형 문학번역가와 함께 한 8주간의 영문학 번역워크숍, 그리고 10개월간의 번역과 퇴고 작업을 통해 번역워크숍 수강생들의 번역 ‘과제’가 번역 ‘작품’이 되었다. 코넌 도일, D.H.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 브램 스토커 등의 국내 미번역 작품들을 포함해 컬러풀한 고전읽기 리스트가 꾸려졌고, 이 번역원고를 읽은 출판사는 “이렇게 좋은 걸 독자와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출간을 결정했다. 번역도, 출간도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취미가 번역이었어요. 해외연예인을 좋아했는데 아무도 번역을 안 해줘서 자급자족을 하느라 번역을 했는데요. 읽고 싶은 칼럼이 번역이 안 되어 있으면 영어로는 잘 안 읽히니까 차라리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그걸 아는 친구들이 번역 워크숍을 소개해 줬어요.” -이민정, 좌담회 중에서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번역을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이러했다. “이 부분은 이게 재밌었어요!를 전달할 수 있는가, 이게 웃기는 포인트였는데! 이걸 살리는 걸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는 역자 이윤지의 말처럼, 내가 재밌었던 것, 내가 웃었던 것, 내가 슬펐던 것, 내가 놀랐던 것, 내가 신났던 것…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모든 작가, 모든 번역하는 이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번역에 대한 환상 번역이 주는 환상적인 세계 그러나 번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10년 유영번역문학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영문학 번역가 김선형이 하는 말이다. “번역은 좋아서 하는 막노동”이라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을 앞에 두고 번역 작업을 하는 그림 같은 장면”(198쪽)을 꿈꾸곤 했다는 역자 송혜민, 그녀의 직업은 약사다. 약국에서 매일 만나는 아픈 사람들에 지쳤을 때 그녀가 떠올린 건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삶의 장면.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와 프리랜서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환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번역가들은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단어 하나와 싸우고 문장 두어 줄과 싸운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텍스트와 씨름하고, 모르는 게 있을 때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넘기고 건너뛰던 독자의 특권을 반납하는 것이 번역가가 된다는 것이고, 긴긴 시간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혼자서 해낸다는 것이 번역가가 된다는 것이다. 막연히 번역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설령 하더라도 지속할 수 없다. 김선형 번역가가 하는 말은 그래서 결국은 ‘작품’ ‘작가’ ‘텍스트’로 돌아온다.―“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일이 즐겁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그러니 좋아서 하지 않으면 과정 자체가 지난하고 괴로운 노동이 된다. 하지만, “좋고 몰입하게 되면 그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쉬운 일이 된다”는 것은 번역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겠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어떤 텍스트든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이민정) “번역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한글 문장을 받아들였다면, 번역을 하게 되면서 번역된 결과물 이외에 또 얼마나 많은 다른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최지원) “저는 번역을 하려고 오긴 왔는데 문학 텍스트를 읽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송혜민) “이전엔 사람들한테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번역 후에는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졌어요. 일상이 좀 더 재미있어졌달까?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부분을, 소설을 번역하면서 많이 알게 된 측면이 있겠다 싶었어요.”(조현) 저마다 번역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른 세계’가 있다. 수십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텍스트와의 씨름을 해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고, 아마 그 세계는 가본 사람만 아는 환상적인 곳일 게다. 읽기의 기적, 일상의 기적 딸에게 예쁜 동화를 직접 번역해주고 싶어서, 엉망인 번역을 보다가 내가 더 잘할 것 같아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서… 저마다의 이유로 문학번역을 하게 된 사람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번역원고가 끝이 나고 그 원고가 책으로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다. 읽는 게 달라지고 듣는 게 달라졌다고. 친구들의 말도 더 열심히 듣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재미있는 게 더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고. 아니, 번역과 일상이 무슨 상관이기에? 결국 번역이란 읽어내고 해석하고 글로 써내는 일들을 종합하는 일이다. 원작에 맞는 화자의 목소리와 톤을 찾아야 하고 인물의 말과 표정과 행동을 옮겨야 한다. 내가 고르는 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재창조된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등 상관없다는 태도로”로 옮길 수도 있고, “그는 아랑곳 않고”로 옮길 수도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어떤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소소하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중요한, 이런 재미가 있으니까 작품을 끝까지 옮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현, 「옮기고 나서」 중에서 번역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어떤 책을 낱낱이 읽어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단어를 뒤집어보고 들어도 보고 내려도 놨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려두는 그 경험. 이 인물은, 이 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내 보는 경험. 이는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지금까지 결코 이해한 적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고 지금까지 결코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하게 한다. 번역은 단순히 책상물림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읽기와 일상에 가히 혁명을 가져오는 일인 것이다. 지금껏 아무리 “책을 읽으세요, 글을 쓰세요”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번역을 하면서 문학계간지를 구독하고 화자의 보이스를 찾기 위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글을 쓰고 고치고 문법과 표현을 고르게 되었다. 일상을 즐기고 삶을 향유하게 되었다. ―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있을까? 우리 삶에 이보다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처음, 옮기다-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 작품 소개 작품집의 첫 문을 여는 ?분해되었습니다?는 아서 코넌 도일의 챌린저 교수 시리즈에 해당하는 SF 단편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홈스&왓슨 콤비만큼 매력적인 챌린저&말론 콤비를 만날 수 있다. 버지니

저자 소개

  • 저자 : 아서 코넌 도일, 버지니아 울프, 에드거 앨런 포 외
엮은이 김선형은 엘리너 파전의 “황금빛 먼지와 오래된 책이 가득한 작은 방”을 꿈꾸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구제불능성 픽션중독자가 되어 버린 스스로를 발견했다. 읽고 쓰고 상상하는 일 말고는 별로 세상에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에 이미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고 있었다. 영원한 덕질의 대상 셰익스피어를 공부하기 위해 르네상스 영문학을 공부했고, 그 공부의 내공으로 그럭저럭 문학번역자로 버티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 토니 모리슨, 수전 손택, 더글러스 아담스, 닉 혼비, 시리 허스트베트, 분에 넘치게 좋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한글로 옮길 수 있었다는 걸 진심으로 행운이라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며 일하고 있다. 힘들수록 뿌듯한, 깊은 독서의 보람을 전하고 나누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부민, 김충호, 노현정 외
옮긴이 김부민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에서는 재무학을 전공했는데, 어쩌다 보니 번역가가 되어 버렸다. 논리가 살아있는 책을 논리가 살아있는 번역서로 만들고 싶다. 문학도 싫진 않지만, 역시 지식을 전하는 책을 ‘잘’ 번역하고 싶다. 그런데 문학 번역 수업은 왜 듣고, 단편소설은 뭐하러 번역했냐고? 지식에는 양념이 필요하고, 번역에는 아름다움이 필요하니까.

옮긴이 김충호
딸 가윤이에게 예쁜 동화를 선물해 주려고 참여한 프로젝트에 어린이와 거리가 먼 장르의 단편소설을 번역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접하고 번역을 하는 과정 중에 인간의 다양한 모습 중에 한 조각을 마주치게 된다. 등장인물들에게 투영되어 있는 모습을 한글로 이어나가는 작업이 쉽다 할 수 없었다. 직장인으로 퇴근 이후 시간과 주말에 도전한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가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하는 멋진 아빠이자 남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옮긴이 노현정
영어가 좋아서 영어교육을 공부했지만 하면 할수록 영어를 뺀 교육만 좋아졌다. 그렇게 세계 시민교육을 업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세상과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며 산다. 그런데 더 넓은 세계를 품고 싶어질수록 영어를 잘 하고 싶어졌다. 더 많은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질수록 글을 잘 쓰고 싶어졌다.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번역이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결과적으로 정답이었지만, 그 시작이 문학이라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행운이자 무리수였다. 덕분에 쉽게 내 것이 될 수 없는 번역에 더 큰 매력을 느꼈고, 요즘은 출판 번역을 배우고 있다. 언어 능력과 번역 실력은 별개임을 매일같이 깨닫는다. 오늘은 남이 쓴 글을 재미있게 번역하고 내일은 나를 오롯이 담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옮긴이 송혜민
좋아하는 것이 많아야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취미이다. 약간은 무료한 일상에서 돌파구를 찾다가 영문학 번역을 만나게 됐다. 여행, 영화, 책으로 세상 들여다보는 걸 즐기며 배움으로 내 세계를 넓힐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삶의 원동력이랄까? 언젠가는 요가 선생님도 하고 싶은, 본업은 어쩌다 약사.
옮긴이 이민정
관심 있는 분야의 글을 찾아 읽다 다른 사람들과도 좋은 글을 나누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재수 시절, 입시가 끝나고 붕 떠버린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고깃집 알바비로 문학 번역 워크숍에 등록했다. 워크숍에 다니던 중 합격 소식을 들었고, 현재는 대학에서 통번역을 공부하고 있다. 글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을 축복이라 여긴다. 그리고 그 세계에 더 많은 사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번역은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옮긴이 이윤지
항상 얕고 넓은 관심사를 건져내는 허름한 그물을 펼쳐놓고 “덕자불고필유린(德者不孤必有隣)”이라는 논어 문구를 멋대로 “덕후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덕친이 있다”고 새긴다. 뭔가 읽기를 좋아한다는 걸 자각한 건 스무 살이 넘어서였고, 영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원대한 꿈이나 열정이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전공이라는 게 무서운 족쇄이자 무디긴 해도 무기여서, 소소하게 끊임없이 영어 관련 일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어느새 적극적으로 번역, 번역학에 머리를 디밀게 되었다

옮긴이 정호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과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성장해서 여전히 어리지만 소심한 성인이 되었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늘 언어와 관련된 교양성적이 더 좋았고, 외국어로 말하고 쓰는 순간이 행복했다. 언어마다 톡톡 튀는, 그만의 개성이 있다는 점과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번역이란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어 간의 차이점을 찾아서 그 틈을 메꾸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작업이 재미있어서 워크숍에 참여했다. 언젠가는 무대 위의 언어를 번역해 보여 주고 싶다.

옮긴이 조현
스무 살에 중국을 여행하던 중 30시간짜리 기차 안에서 원서 읽기에 입문했다. 이후 통근 지하철에서 시간 보낼 요량으로 읽던 원서가 예상외로 너무 재밌어져 번역 워크숍 등록에까지 이르렀다. 지금은 다시 영어와 하등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작은 책방들과 북클럽과 이런저런 모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늘려가는 중.

옮긴이 최지원
그 무렵 어문계열 신입생답게(?) 복수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지 않고 영문학을 선택했고 대학 생활의 종착지가 고작 사무실은 아닐 거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현실의 파도를 피하지 못하고 회사에 다니다 익사 직전에 탈출을 감행, 결국 나대로 살겠다며 영상 번역에 몸담았는데, 알고 보니 원하는 건 문학 번역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나이 많은 도전자.

책 속에서

나에게 어떤 글을 번역한다는 건 그 글에 차라리 한번 빠졌다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읽는 일이다. 왜 여기서 이런 말을 써서 표현했을까, 이 말을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나는 어느 때보다 빽빽하게 생각의 결을 짜면서 글을 읽는다. 고민의 답이 쉬이 얻어지지 않으면 몹시 괴롭지만 글에 빠져 둥둥 떠다니는 동안에는 현실 세계로부터 자유롭다는 착각마저 든다. 힘들지만 때로는 묘
하게 들뜰 정도로 즐겁다. 이번에도 소설을 앞에 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나는 왜 이리도 이해력, 어휘력, 문장력이 종합적으로 부족할까, 나도 네머 분해기로 흔적도 없이 분해시켜 줬으면 등등. 동시에 “살짝 기름진 안개”처럼 부유하는 정신 상태를 하고선 홀로 몹시도 즐거워했다. 이런 고뇌와 즐거움이 이상하게 뒤범벅된 번역은 분명 어딘가 모자라고 못난 글일 것이다. 다만 있는 힘껏 고통스러워하고 즐겼다. (37~8쪽)

옮긴다는 것, 즉 번역이란 두 언어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게 있어 언어는 항상 놀이 대상이었다. 언어가 좋았다. 언어에 따라 새로워지는 발음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가 좋았다.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그대로 변환할 수 없다는 사실과 그 미묘한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은 지금도 나를 즐겁게 한다. 처음으로 작품을 옮기면서 새로 깨닫게 된 점은, 문학 번역은 그러한 놀이를 넘어선 복합적 재창작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나만의 즐거움을 넘어 그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실존인물인 포의 삶을 재해석해서 보여 준 무대 위 배우들처럼, 일종의 액팅(Acting)인 것이다. (87쪽)

전 세계 번역가들에게 왜 번역을 하냐고 물어보면 전부 “좋아서”라고 대답해요. 굉장히 유명한 번역가들에게 물어봐도 다 그래요. 왜 번역을 하냐고 물어볼 때 돈 때문에 한다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좋아서 하죠. 미국의 스페인어 번역가인데 그 번역가가 “자기가 굉장히 사랑하는 외국인 애인을 말이 안 통하는 우리 집안에 소개시켜 주는 그런 연애가 번역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덕질에서 시작한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좋아서. 왜냐면 그 막노동의 보람으로, 하하. 다른 현실 제반 조건들이 말이 안 되거든요. 여기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좋아서”라는 게 중요한 팩터인 것 같아요. (278~9쪽)

번역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번역은 완벽하게 충실해야 한다, 하는 기준이 있는데 사실은 사람이 자기 마음을 옆 사람에게 소통을 할 때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데 번역으로 완벽히 전달하는 게 불가능한 거잖아요. 사람이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자기 마음이나 소설을 쓸 때도 완벽한 소통이라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의미라는 그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번역도 똑같은 소통의 행위이기 때문에 완벽한 상태를 계속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다리를 놓는 행위니까요. (282쪽)

목차

책머리에: 처음, 옮기다ㆍ 5
김선형
분해되었습니다ㆍ 11
아서 코넌 도일 지음, 이윤지 옮김
어떤 학회ㆍ 3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민정 옮김
괴이의 천사- 우연, 그 남용에 대하여ㆍ 69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정호수 옮김
쓰지 않은 소설ㆍ 9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노현정 옮김
드라큘라의 손님ㆍ 121
브램 스토커 지음, 김부민 옮김
마술가게ㆍ 147
H. G. 웰스 지음, 최지원 옮김
아무도 죽지 않는다ㆍ 17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송혜민 옮김
원고 안의 악마ㆍ 203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충호 옮김
싸늘한 겨울 공작ㆍ 221
D. H. 로렌스 지음, 조현 옮김
좌담회: 옮기고 나서 보이는 것들ㆍ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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