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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하나가 생겨났는데

시리즈 : 천년의시 1000 시리즈 [15]

박이현 저 | 천년의시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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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494 / 84쪽 / 146g / 129 x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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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집 『누가 오시는가』 『같은 세상을 살아도』 『시반에게』, 산문집 『설해목』을 펴낸 박이현 시인의 시집 『비밀 하나가 생겨났는데』가 천년의시 75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일상의 소소함을 시의 모티프로 삼아 삶의 쓸쓸함과 적막함을, 때로는 소녀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천진난만함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일상은 곧 시의 모티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데 몰두한다. 요컨대, 시인에게 ‘비밀’은 우연적으로 얻어진 게 아니라, 시의 촉수를 뻗어 건져낸 ‘하나의 비밀’이 된다. 표4를 쓴 손세실리아 시인은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과 시로써 살아내는 이로 나뉜다. 전자는 과잉인 반면 후자는 태부족이다. 일거수일투족이 시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박이현은 이 둘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흔치 않은 시인이다”라고 평했다. 박이현 시인의 시는 진솔한 언어로 생生 그 자체를 노래하지만, 이 고혹적인 노래를 듣다보면 생生의 이면을 들추어보고 싶어지는 두꺼운 비밀이 된다.

저자 소개

강원도 평창 출생. 대학졸업 후 교편생활. 1992년 『문예사조』 등단. 시집 『누가 오시는가』 『같은 세상을 살아도』. 국제 펜클럽,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강동문학회 회원이며 산문집 『조용한 오후』(가제)를 집필 중이다.

머리말

당장 지금 삶을 놓게 된다고 해도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나 스스로에게 충실했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으며
주변인들에게 성심껏 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에게만은 그렇지 못했다
시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고
시의 정령도 모시지 못했고,
시의 볕에 영혼을 말리지도 못했다
시에게 미안하다.

또, 시처럼 살지 못했다.
시인은 자신이 쓴 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시와 삶이 함께 기지 않는 시는 울림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지나온 시간들이 참으로 어려웠다.
시가 손짓하는데 갈 수 없었고,
시가 꾸짖어도 할 말이 없었으며
좋은 시들이 내 등짝을 잡아당겨도
우두커니로 어스름 대문 밖을 서성였을 뿐이다.
어쩌다 세상 냄새 배지 않은 새벽 시간
시와 대면을 하게 되면 그저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묶다니…….

앞으로는 시와 더불어 많이 놀 것이다. 시를 즐기는 이들과 함께 시의 정령을 불러와 한바탕 신명 나게 놀 것이다.

2017년 11월 박 이 현

책 속에서

따뜻한 달걀

어렸을 때 그러니까 국민학교 4학년 때
도시에 사는 오빠네 집으로 애기 보러 갔다
학교가 끝나면 조카를 등에 업고
매일 순례길을 나섰다
흑백 사진들이 붙어 있는 영화관 앞에서 고개를 타래메고 서성거렸다
어느 날,
어떤 아저씨가
“영화 볼래?”
어두컴컴한 구석 자리에서
정신없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카는 등에서 쌕쌕 잘도 자고
내 손에는 따듯하고 몽글한 달걀이 들려 있었다.
잘은 모르겠으나
참 따뜻한 달걀이구나
아늑하고 보들보들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마,
무언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깨지거나 말거나 달걀을 집어 던지고
어둠에 익숙해진 영화관을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 나왔는데
정신없이 집으로 내달았는데
콩당거리는 가슴을 쥐어 잡았는데
바르르 떨었는데
비밀 하나가 생겨났는데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했는데
철이 들고 말았다.

그때 그 따뜻한 달걀이 먹는 달걀이 아니었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목차

제1부 11
설해목 눕는 소리 13
새벽 14
새벽 2 15
새벽 3 16
새벽 4 17
망태버섯에게 18
혼술 19
객客 20
다시 봄 21
중심 22
길 23
오리와 나 24
박꽃 3 25
시詩에게 26
시詩에게 2 27
시詩에게 3 28


제2부 29
기척 31
가을 마중 32
가을 마중 2 33
안 되는 일 34
도라지 꽃등 35
새는 빗속을 날고 36
새는 눈 속을 날고 37
새는 눈 속을 날고 2 38
생일날 39
따뜻한 달걀 40
그러면 못써 42
나는 춘천에 가고 싶지 않다 43
어느 날 오후 44


제3부 47
첫 마음 49
노랑쐐기나방 고치의 눈물 50
제비꽃 전설 52
이름 하나 54
별어곡別於谷 나무 55
뿌리의 말 56
어린 힘 57
번외番外 58
부탁이야 59
 7월 마음 61
자귀나무 아래서 62
아침 새소리 63
큰언니 64


제4부 67
입춘 69
비 그리고 그리움 70
바람 소리 71
꽃등심 먹기 73
내 사랑, 제비꽃 75
어느 참전 용사의 마지막 편지 76
장미여관 77
우문愚問 78
우산버섯에게 79
질문 있어요 80
오늘은 맑음 81
부탁해, AI 82
꿀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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