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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고다 아야 저 | 차주연 역 | 달팽이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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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0706416 / 224쪽 128 x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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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무는 평생
거주지를 바꾸지 않는다
집을 비우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나무의 삶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한 좋은 언어의 향연

이 책의 작가 고다 아야(1904~1990)는 일본 근대문학에 크게 기여한 고다 로한(1867~1947)의 둘째딸이다. 그녀는 현대에서 사라져가는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면서도 박력 있는 묘사로 일본인들에게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말년의 노작가가 십 년 넘게 일본 열도의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야쿠시마까지 전국의 나무를 찾아다니며 체험하고 교감한 바를 기록한 책이다.

아버지와 함께 넋을 잃고 빠져들었던 등꽃 이야기에서는 이혼을 하고 돌아온 딸을 받아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도심 한복판에 홀로 우뚝 선 거목을 보고 그저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며 그 나무가 거쳐 온 삶의 순간들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쓰러져 죽은 가문비나무에서 새로운 가문비나무의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만물의 생사윤회를 생각하는 등 잘 다듬어진 언어로 쓴 열다섯 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모든 나무를 찾아가 듣고 느끼고 가르침의 말 하나하나를 고마워하고 아주 정성껏 기록하고 가슴깊이 감동을 새긴다.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온기와 나무들에 대한 섬세하고도 애정 어린 시선이 에세이 전체에 풍성함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호들갑스럽게 감정을 남발하지 않는다. 절제와 다소곳한 지은이의 태도는 환경보호라든가, 자연친화적이라는 말조차 인간의 오만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 그 생명을 있는 그대로 눈여겨보는 것뿐이라는 것이리라.

저자 소개

도쿄 출생. 일본 근대 문학에 크게 기여한 소설가 고다 로한(幸田 露件1867~1947)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1928년 청주도매상집 사람과 결혼했지만 10년 만에 이혼하고 딸을 데리고 만년의 아버지 곁으로 돌아왔다. 고다 로한이 세상을 뜬 후, 아버지를 추억하는 글을 연이어 발표하며 곧 주목을 받았다. 1954년에 발표한 󰡔검은 옷자락󰡕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고, 1956년에 발표한 󰡔흘러간다󰡕를 통해 신초샤 문학상과 일본예술원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싸움󰡕, 󰡔붕괴󰡕, 󰡔감싸다󰡕 등이 있다. 이 책 󰡔나무󰡕는 고다 아야 사후에 출간한 유작이다.

역자 소개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화학을 전공했으며 일본 와세다대학과 오사카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지금은 일한ㆍ한일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내친김에 말하자면 울긋불긋한 단풍만큼 아름다운 이별, 혹은 끝은 없으리라. 올해의 생명을 끝낼 무렵 저리도 화려하게 새로이 단장하고, 더군다나 망설임 하나 없이 슬그머니 휙 하고 머물던 곳을 떠나간다. 단풍이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이것이 또 어디에 내려앉든 반드시 딱 그 자리에 보기 좋게 자리 잡으니 아름답다. 지저분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지만, 생선 내장을 담는 나무통에 날아든 붉은 단풍잎도 거름통 뚜껑에 내려앉아 쉬고 있던 노란 은행잎도 나는 보아서 알고 있다. 그런 곳에도 단풍은 우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년의 끝은 달리 없을 것이라며 매년 넋을 잃고 단풍을 바라본다. 152 페이지


저 오래된 나무는 그냥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새로 자란 나무도 그냥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사의 경계, 윤회의 무참함을 봤다고 해서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순간은 찰나이다. 죽은 후에도 이처럼 온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이 현장을 못 보고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온기를 남은 일생의 온기라 믿으며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자 감상적인 기분이 들며 눈이 촉촉해졌다. 나무란 이처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다음에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나무가 숨긴 감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38 페이지

사방에서 재가 연기처럼 피어올랐지만 계속 올라간다. 아래서 쳐다보기보다 이렇게 동등한 위치에 서, 바로 옆에서 보면 머리가 땅에 붙어 커다란 활 모양 으로 휜 상태로 강제로 죽음을 맞이한 불쌍함을 똑똑히 알 수 있다. 불쌍한 나머지 속이 상해서 일으켜 세워줄 요량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후드득 잿 덩이가 떨어지고 매캐한 연기 때문에 재채기가 나온다. 일어나렴, 일어나보렴 하고 흔들어도 이미 경직된 낙엽 송은 어찌 해볼 도리 없는 허무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장과 눈이 마주쳤다. 교육장도 나를 도와 끌어당겼 다. 소용없었다. 갑자기 밤바람이 불며 기온이 내려갔 다. 감정에 내맡기고 어설피 만진 탓에 손에 감촉이 남 아서 찜찜했다. 160-161페이지

나무란 겉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고쳐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고, 동시에 나무는 한번 상처를 입으면 평생 그 상처의 고통을 몸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것이 된 다. 나무는 성장이 중심부가 아니라, 항상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생성해가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배운 곳도 여기다.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 운 나이테를 생성해가기 때문에 상처도, 그 상처가 유 발한 변형도 세월과 함께 안쪽 깊숙이 감싸 안는다. 감싸 안는다란 따뜻한 정을 내포하는 표현이다. 알맹이를 보살피고 보호하고 외부의 재난을 막아주는 역할을 겸하는 행위가 감싸 안는다는 것이다. 생물은 인간도 새도 짐승도 모두 그 상처를 감싸 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무도 당연히 그렇게 한다. 64페이지


인간에게 저마다의 이력이 있듯이 나무에도 저마다의 이력이 있다. 나무는 몸에 이력을 표시해서 보여준다. 몇 살인지, 근심없이 오늘날까지 살아왔는지, 아니면 고통을 인내해왔는지,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 터이고 고통을 겪었다면 몇 살 때, 몇 번, 어 떤 종류의 장애를 만났는지 등을 전부 자신의 몸에 기록한다. 54 페이지

목차

가문비나무의 생사윤회
등꽃
편백나무
야쿠 삼나무
나무의 기모노
아베 고개에서
서 있는 나무, 누워 있는 나무
나무의 수상함
삼나무
화산재
목재의 생명
벚꽃과 버드나무
봄날의 벚꽃
소나무, 녹나무, 삼나무
포플러
해설 :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
옮긴이의 말 : 나무를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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