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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364 / 96쪽 126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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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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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내 통증을 어루만지던 손길을 기억한다. 그처럼 어느 바닥에 서린 햇빛의 그 차가운 표정은 쉬 잊을 수가 없다.
잊지 않으려고, 혹은 잘 잊으려고 오늘도 무언가를 쓴다. 빛과 그늘 사이에서.
2017년 9월
이근일
아무의 그늘
아무라는 말이 있고 아무가 머무는 방이 있다. 나는 그 방의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건네본다. 안에 아무도 없습니까. 언제나 그렇듯 나의 말은 조심스럽다. 이 말이 진정 안에 스미는가. 쉬 들여다볼 수 없는 안을 들여다볼 때마다 내 마음은 두근거린다. 텅 빈 방. 닫힌 문 너머 텅텅 울리는 나의 말. 정말 아무도 없다, 아무도. 아무도 없으므로 저 방은 아무가 머무는 방임에 틀림없다. 아무라는 말은 자주 그늘을 거느린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떠도는 노래도 있지만 사랑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사랑뿐 아니라 부귀와 꿈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아무 족族에 편입된 사람들. 거리에 넘쳐나는 아무의 그늘과 그것을 벗으려 벗으려 몸부림치는 아무들을 보라. 아무의 그늘은 전염성이 강하다. 오랫동안 빛 속에서 영화를 누렸던 자들도 하루아침에 아무의 지위로 내려앉곤 하니까. 그래서 그들은 아무들을 경계하고 또 혐오하기까지 하는 것. 사실 나 또한 오래전 아무의 그늘에 전염되었다. 이러니 동네 외곽의 그 연못을 흠모할 수밖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단 한 줄기 빛을 받아 마시고 그토록 다채로운 빛을 퍼뜨리는 세계를. 지나가는 아무들을 잠시 멈춰 세우고 의미 없이 건네는 그 세계의 말들이 나는 좋다. 나직나직한 빛깔의 말들이. 또 비단잉어와 늙은 버드나무의 그림자와 보잘것없는 나라는 그늘까지 품어준 그 속내가, 또 속내에서 번지는 고요의 숨결이 나는 따듯하고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노크를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것이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아무가 아무에게.
제1부
지난날 13
가물거리는 그 흰빛 14
보이지 않는 장면 16
아무의 그늘 18
당신이 모르는 당신에 대해 20
한 철의 기억으로 22
눈향나무의 어둠 속으로 23
폭설 24
곰소 26
환절기 27
제2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31
해 질 무렵 32
이 생을 견디는 방식 34
불면의 날 36
곡선을 꿈꾸다 38
조용한 골목 39
이 거리 40
이 나무 41
봄밤 42
잎, 43
악행 44
어떤 눈 45
도넛 46
질문 47
귀가 48
그날 49
적막 속에서 우리는 50
오월 52
우는 여자 53
산매발톱 54
미모사 55
그림자 56
얼굴 57
협곡 58
생일 60
제3부
밤의 장미처럼 63
더 둥글고 휘어진 64
결단 65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면 할수록 66
노래가 그리는 동그라미를 67
환희의 음악 68
불타는 해바라기 69
풀밭에 물들 때까지 70
활엽수의 감정 71
나는 늑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72
나는 무화과나무를 사랑한다 74
우리는 다른 기차를 타고 75
이 생을 누리다가 76
세기의 끝을 향해 78
해설
이정현 몽상이 쏘아 올린 꿈 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