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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095 / 112쪽 128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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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
오석균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기린을 만나는 법』이 2017년 9월 15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오석균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자랐으며, 1996년 『문학 21』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기억하는 손금』이, 수화책으로 『프리미엄 수화』(공저)가 있다. 현재 속초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기린을 만나는 법』은 요컨대 ‘그대’를 향해 부는 바람의 연가곡이다. 시인이 쓴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자면 이 시집은 “어떻게 불어도 ...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
오석균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기린을 만나는 법』이 2017년 9월 15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오석균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자랐으며, 1996년 『문학 21』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기억하는 손금』이, 수화책으로 『프리미엄 수화』(공저)가 있다. 현재 속초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기린을 만나는 법』은 요컨대 ‘그대’를 향해 부는 바람의 연가곡이다. 시인이 쓴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자면 이 시집은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직지사 가는 길」)이다. 보라. 시집의 어느 면을 펼쳐 보아도 바람은 분다. 그 바람은 ‘핏줄을 따라 쉬엄쉬엄 비탈길’을 올라(「알약 한 봉지」) 저 ‘미시령을 넘어’(「고장 난 햇살」) 시인이 살고 있는 ‘영랑호’에 도착한 “빈 바람”이다(「저녁 밥상을 차리며」). 그 바람은 “그냥 툭 치고 간 것 같은데” “무지 아프다”(「꽃 지는 날 2」). 왜 그러한가. 일단 “시간은 바람처럼”(「가을 그리고 낙엽」) 흐른다. 바람은 혼곤한 새벽잠을 깨우고(「단추를 달며」) 오후의 햇살 또한 “바람을 타고”(「잠자리」) 흐른다. 그러나 “지워진 기억 사이로”(「잠자리를 만나는 법」) 오가는 바람은 “한쪽으로만 익숙하게 흘러”(「화진포 가는 길 2)간다. “지난봄 스치던 바람”은 가을 ‘억새밭’ 사이로 여전히 불고(「가을 멀미」) “화암사 유월 밤바람은 아직 차”갑고(「나무 반딧불」) “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울음소리”는 언제나 겨울이다(「겨울이 오는 소리」). 그러니까 바람은 어떤 기억에 매여 있고 어느 한곳에서 불어오고 불어 간다. 시인은 그런 바람을 따라 “오늘은”, 아니 실은 오늘도 “어디까지 걸어가 본다”(「가을 당신」). 그곳은 때로 ‘사천항’(「사천항에서」)처럼 특정 지명이 적시된 경우도 있지만, “그대 냄새”(「기린을 만나는 법」)의 출항지이며, 그런 맥락에서 그대가 예전에 있었고 지금 있고 앞으로 있을 혹은 있어야 할 곳이라면 “어디”이든 모든 곳이며, 세상 곳곳에 편재하는 그곳은 “어디”이든 “아린 삶을 증거”한다(「파를 썰며」).
그래서 이 아름답고 안타까운 바람의 연가곡은 “바람보다 먼저 그대 사랑한 소나무 둥치 사이”(「안목항에서」)를 지나 “종로 3가 지하철역 오후 5시 40분”(「바다가 설악에게」)에도 “가난한 마음들”이 모인 “광장”에도(「파를 썰며」) 흐르고 스민다. 이런 바람을 두고 그리하여 “네가 봄이다”(「개나리」)라고 말해도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처음은 아니었으나” “가장 멀리 기억하리”(「등 뒤에서」)라는 이 시집의 마지막 문장은 “길마다 늘어선 하얀 손들”(「기린을 만나러 가는 길」)을 향한 순정한 결의이며, 어쩌면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의 모두일 것이다(「양파를 썰며」).
기린을 만나는 법
문득 불어온 바람에 그대 냄새를 맡는 것
골목을 돌아서다가 한없이 긴 목을 발견하는 것
엉거주춤한 다리와 슬픈 눈을 들여다보는 것
한 눈씩 감겨 입 맞춰 보는 것
눈길을 좇아 슬픔의 강을 건너는 것
강물에 젖은 옷을 입어 열병에 걸리는 것
옆에 서서 다리를 대어 보는 것
쉬지 못하는 다리를 거쳐 간 길을 밤새 불러 보는 것
서서 꾸는 꿈을 들여다보는 것
꿈길에 가로등이 되어 있는 것
먹는 입 모양을 따라 해 보는 것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는 것
어제를 비워 나를 향하게 하고
오늘을 채워 그를 바라보는 것
둘만의 언어로 보고 싶다 말하고
말한 만큼 뛰는 심장 소리를 들어 보는 것
둘의 심장을 맞대어 보는 것
그 결에 설풋 잠이 드는 것
그대 주변을 타고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듣는 것
그 강을 타고 돌아오는 것 ***
가을 당신
남들은 치매라 하지만 난 망각이라 한다
밀려오는 어둠에 새까매지는 게 아니고
잊고 싶지 않은 그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삶의 일상마저 기억 밖으로 밀어내는
잃고 싶지 않은 것과의 간절한 사투
같은 하루가 또 반복되어도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리는 나만 추억 속에 남아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가 본다
아침을 몇 번 먹었는지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그런 것들이 어찌 바람을 기억하며
별빛 환한 어둠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목소리를 찾아 나서다 이름을 잃고
땀 젖은 손깍지를 생각하다 길을 잊지만
이승에서 비껴 나가기 전
단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마지막 풀어헤친 가슴의 슬픔
떠나간 발소리 들으려 종일 열어 둔 창으로
가을비 낙엽 대신 들어와 앉고
홀로 입술 깨문 채
가을만이 비에 젖고 있다 ***
가을 씀바귀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요양병원 밖에서 계절과 만난다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데
순서 없이 잃어버리고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엊그제는 틀니를 잃어버리고
틀니를 해 주고 죽은 둘째 아들도 잃어버리고
통장 돈푼을 몰래 가져간 큰아들도 잃어버리고
세어 버린 씀바귀만 한 줌 들고 서 있다
공원엔 햇살이 오락가락하고
바람은 구름 뒤에 숨어 흐르는데
잊혀지지 않는 이름 하나 저 풀뿌리로 남아
손잡아 이끄셨나 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열어 본 까만 봉다리
시들고 말라 가는 그대의 육체
가을비는 토닥토닥 흘러가는데
이것 좀 무쳐 주고 가지
시인의 말
제1부
아침밥을 차리며 13
벼랑 14
저녁 밥상을 차리며 15
단추를 달며 16
건망증 18
서랍 정리 20
취한 사랑 21
전복해물탕 22
아침에 눈을 뜨면 24
가을 멀미 26
가을 그리고 낙엽 27
비 오는 날 28
겨울이 오는 소리 29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며 30
고장 난 햇살 32
속초 해변에서 34
알약 한 봉지 36
제2부
기린을 만나러 가는 길 39
기린을 만나는 법 40
잠자리 42
잠자리를 만나는 법 44
양파를 썰며 45
문 앞에서 46
산을 오르며 48
산을 내려오며 50
개나리 52
설악 가는 길 53
바다가 설악에게 54
파를 썰며 56
사천항에서 58
죽는 것 59
길은 60
제3부
가을 씀바귀 63
가을 당신 64
노인 요양병원 66
어릴 적 68
얼마나 늙어지면 냄새가 날까 70
설날 아침에 72
숙제 74
황혼을 위하여 76
가을 바다 78
흑백사진을 보며 80
아야진의 밤 81
안목항에서 82
자리 찾기 84
제4부
직지사 가는 길 87
지는 꽃을 위하여 88
화진포 가는 길 1 89
비 젖는 나무 90
꽃 지는 날 1 91
꽃 지는 날 2 92
나무 반딧불 93
화진포 가는 길 2 94
대나무 밭을 지나며 96
등 뒤에서 98
해설
문종필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