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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처럼 앉아 있어

시리즈 : 시작 시인선 (천년의시작) [300]

연명지 저 | 천년의시작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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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265 / 156쪽 / 203g / 128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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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2013년 시집 『가시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14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연명지 시인의 『사과처럼 앉아 있어』가 시작시인선 235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연명지 시인의 시선은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있다. 가족의 죽음, 이웃의 죽음, 역사적 인물의 죽음이 그것이다. 시인은 하나의 관념으로 굳어진 ‘죽음’을 새로운 시적 오브제(object)로 인식될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죽음의 모습을 재창조해 내는 것인데, 여기에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태도, 자연의 질서가 내면화된 성숙한 세... 2013년 시집 『가시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14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연명지 시인의 『사과처럼 앉아 있어』가 시작시인선 235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연명지 시인의 시선은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있다. 가족의 죽음, 이웃의 죽음, 역사적 인물의 죽음이 그것이다. 시인은 하나의 관념으로 굳어진 ‘죽음’을 새로운 시적 오브제(object)로 인식될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죽음의 모습을 재창조해 내는 것인데, 여기에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태도, 자연의 질서가 내면화된 성숙한 세계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죽음의 외적 현상인 부재와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함은 연명지의 시세계를 지탱하는 힘이다. 시는 대상에 대한 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나 대상의 본질에 대한 규정을 유보함으로써 해석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좋은 시인은 한눈에 파악되는 윤곽이나 상투적 관념으로 섣불리 대상을 정의하지 않는다. 속단하고 예단하는 자는 결코 뛰어난 시인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연명지 시인은 사물과 현상의 보이지 않는 부분, 육안이 아니라 상상의 영역에 속한 자가 진정한 시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대상과 주체의 위치 재설정을 통해 관념 세계에 균열을 내고 예측 불가능한 감각의 세계를 열고 있다.

저자 소개

충북 괴산 출생.
2013년 시집 『가시비』 로 작품 활동 시작. 
2014년 『시문학』 으로 등단.
applett@hanmail.net

머리말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나는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곳 어디서나

불쑥불쑥

온 천지에 흩어져 있는 숱한 엄마를 시집 속에 담기로 했다.

엄마와의 불화마저 그리운 봄날이다.

2017년 여름, 백현동에서 연명지

책 속에서

사과처럼 앉아 있어

 

호흡이 깊은 우모로
그림을 그릴 때는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어야 해
가령, 간질간질 사과를 간질이는 빨간 햇살에도
사과는 얌전하게 앉아 있지
모델은 가끔 햇살 쪽으로 오른뺨을 돌려
빨갛게 익은 햇살을 빌려와야 해
사과에게 햇살은 빨강
빨강은 가끔, 사과를 고쳐 앉으라고 주문하지.

사과는 봄과 여름을 번갈아 땋고 양 갈래머리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사과는 맨 처음 꽃의 자세로 앉아 있지. 핑그르, 돌고 싶은 날에도 햇살은 사과처럼 앉아 있으라고 했지

멀리 아란섬에서 불어오는
풍향을 받아 적다 보면 사과의 배는 불룩해지고
손거울도 없는 모델은 왼쪽 뺨을 돌려
빨갛게 색의 채도를 높여가지

한 알의 사과로 만족하는 햇살은 없어
꼭지는 자꾸 사적인 생각 쪽으로 떨어지려 하고
봄부터 세잔의 구도構圖에 붙잡힌 사과는
늦가을이 되어서야 술 냄새를 풍길 수 있지

파이프를 문 햇살이 팔짱을 낄 때
누군가 앉아 있는 사과를 뚝, 딸 때
햇살과 별개의 관계가 되겠구나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빈방에 부는 바람 13
얼음 가운 15
손에 묻은 이름 17
봄날, 손목을 열다 19
사이 21
사과처럼 앉아 있어 23
식물의 성선설性善說 25
수정구 27
봄의 퍼즐 29
물결을 발굴하다 31
시간을 돌보다 33
머리를 뒤로 묶는다는 것은 35
명중 수집가 37
빈 어깨를 만지는 것처럼 39
스티로폼의 겨울 41
묘진 연못에 두 손을 담그고 43
제2부
나는 이제 봄을 칭찬할 수 없다 47
가시금작화 48
오류 50
혈육들은 대부분 요양 중이다 52
사과를 잃어버린 봄, 수요일 54
뻔뻔한 소문 56
배추흰나비 58
점말동굴 60
석유는 달린다 62
방주 64
신데렐라 형님 66
길에 스며들다 68
오독 70
다음 날 아침 72
머나먼 안녕 74
흉터 76
자작나무 숲에 사는 자작나무에게 78
제3부
잠 위에 떠 있는 모자 81
찰싹 파티 82
스마랑 항구의 비밀 84
덕혜옹주, 어둠이 어둠을 만질 때 86
파란 집(Casa Azul) 88
유리멧새 90
어느 흐린 날의 Lamentoso 92
어그부츠에 대한 짧은 단상 94
봄이 슬픔을 켜는 동안 96
꽃뱀을 수소문하고 보니 98
렛 잇 고 100
빨간색 공중전화로 불러볼까 102
나의 두 어둠에 당신의 눈을 심을 때 104
살구는 여름의 영혼 106
스콜 108
제4부
눈을 접지르다 113
Adieu Rimbaud 114
인사동 랭보 116
또 다른 세계의 방 118
그림자를 입다 119
가위 바위 보 120
우리들의 그분은 안녕하신가 122
쥐똥나무의 장애 123
지하철 2호선, 흐림 124
어머니의 비밀번호 126
사라진 도시들 128
향항 130
스무 살의 농담 132
마음과 눈 사이의 남자 134
벚나무 그늘 136
뒤란 138
해설
이병철 디스토피아를 대안 우주로 바꾸는 힘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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