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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라디오

시리즈 : 황금알 시인선 [118]

김승강 저 | 황금알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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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47687 / 124쪽 / 15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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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저자 : 김승강
김승강 시인은 1959년 경남 마산 합포구 구산면 난포리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2003년 『문학·판』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흑백다방』 『기타 치는 노인처럼』 『어깨 위의 슬픔』 『봄날의 라디오』 등이 있다.
fan0004@hanmail.net

머리말

<시인의 말>
스무 살 무렵 나는 한 노인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었다
그날 이후로 노인은 어쩌다 한 번씩 먼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얼른 뒤돌아서서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로 사라지고는 했다
노인은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노인이 본래의 나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나는 한 번도 나를 나로 살지 못했다
나는 빨리 늙고 싶었다
근래 나는 노인과의 만남이 멀지 않았음을 스스로 깨닫는다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그날을


만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너처럼 멋진 다리를 갖고 태어나고 싶다 너의 다리가 저기 가고 있다 너는 어디 있니? 네 다리 위에 얹혀 가는 너 나는 네 다리만 보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갖고 싶은 네 다리 다시 태어나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네 다리를 갖고 다시 태어난 내 다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네가 너의 다리를 의식하지 못하고 걷고 있을 때 너의 다리는 가장 아름다운데 그때 나는 네 다리를 갖고 싶은 것이다 네 다리와 네가 따로 이동할 때 그때 나는 네 다리로 건너가고 싶은 것이다 네 다리가 너를 옮겨주기만 하고 네가 네 다리에게 명령하지 않을 때 그때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이다

빨간버스 한 대 헐떡이며 고개를 넘고 있었지 승객을 태운 빨간버스는 고개 중간에서 갑자기 멈춰서고 말았지 사람들은 모두 버스에서 내렸다네 날이 저물고 있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네 운명이란 게 있다는 걸 모두 믿고 있다는 듯 빨간버스의 운명; 날이 저물자 눈이 내렸네 고개 너머 먼 들판이 지워지고 있었지 빨간버스는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만 형형했네 사람들은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하나둘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 오늘 아침 나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소포를 하나 받았다네 겉봉에 ‘빨간버스의 운명’이라고 쓰여 있었지 나는 지금 빨간버스가 멈춰섰던 그때 그 고개를 향해 가고 있네 아직 소포는 뜯지 않았지만 그때 몰랐던 빨간버스의 운명을 조금 알 것도 같네 고개에 도착하자 날이 저물어 있었지 그날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네 그날처럼 고개 너머 들판이 아득히 지워져 있었지

목차

1부 나는 내가 우습다
혼자 걷고 있는 여자·12
건널목·13
예쁘요의 감옥·16
적산가옥에서 보낸 한 철·18
누워있는 기타·20
남자라는 병·23
개버릇·24
꽃이 질 때·26
적산가옥에서 보낸 한 철 2·28
봄밤·30
저 사내·31
애연가·32
엄마야 누나야·34
3월·36
커피포트·38

2부 그때 나는 너의 다리를 건너가고 싶다

너의 다리·42
자전거 도둑·43
천 년의 나무·44
간판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48
쓸쓸한 예의·51
저기 나의 주검·52
거울이 보고 있다·54
일요일 오후의 보람·56
일곱 마리의 코끼리·58
광장을 지나·60
조감도·62
외출·64
여자, 여자친구·67
중독·68

3부 화장실이 어딘지 물으셨나요

빨간버스·72
역사는 허물지 말았어야 했다·75
오리·76
못 다 꾼 꿈·78
화장지를 말아 쥔 여자·80
다리들·82
집으로 가는 길·84
창·86
해바라기·88
네가 간 뒤 너를 맛본다·90
사랑해 말고 미안해·92
산불조심·94
너에게 던진 돌·96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97

4부 어제를 소환하다

귀가·100
노을 속으로 돌아간 노인·102
도시의 사원·103
철길을 거닐다·104
문·105 문학이야기·106
설날·108
어제를 소환하다·110
여행의 끝에는 저녁이 있다·112
봄날의 라디오·114
위대한 노인·116
자전거는 내 여자친구 미래다·118
치과 가는 길·120
일당·123
또·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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