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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73556 / 392쪽 135 x 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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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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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다. 한글과 한문 중 어느 게 더 우수한가를 두고 절친한 고향 친구와 논쟁을 하게 되었다. 서당에 다니고 있던 친구는 한문을 모르면 사람 노릇을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버지와 큰형으로부터 한글이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문자라는 말을 듣고 자라난 윤한봉은 한글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한참 말싸움을 하던 끝에 화를 참지 못한 윤한봉이 벌떡 일어나 맹세를 해버렸다.
“만약에 내가 앞으로 한문을 쓰게 되면 개새끼다!”
이때부터 한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한자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시절이다보니 실생활에서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중략) 나중에 경찰 수사를 받을 때도 본적 등을 한자로 못 쓰자 일부러 안 쓰는 것으로 오해받아 ‘억울하게’ 두들겨 맞기도 했다. 그래도 끝내 한자 공부를 하지 않았다.(150면)
박형선과 함께 책을 팔러 소안도에 갔을 때였다. 박형선은 술을 좋아했는데 옥살이하고 나와 집안에서 구박을 받는 처지라 주머니에 땡전 한 푼이 없었다. 저녁이 되니 자꾸 술 생각이 나서 윤한봉에게 졸랐다.
“한봉이 형, 막걸리 딱 한 잔만 합시다.”
윤한봉은 냉정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뭐 때문에 이걸 팔고 다니는데?”
“아니, 형님 딱 한 잔만!”
“안 돼! 이 돈은 개인 돈이 아닌 것이여. 절대 안 돼!”
“아이고 내가 정말 미쳐블겄소!”
박형선은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팬티 차림으로 바닷물 속에 뛰어들어 열을 식히다가 한참 만에 나오는 것이었다.
이토록 지독하게 모은 돈으로 김정길에게 몸보신용 염소를 사 먹이고 구례 화엄사 쪽으로 요양을 보냈으며, 남은 돈은 구속자협의회 운영비로 썼다.(267~268면)
셋째 아들의 결혼이 팔순 노모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귀국을 하니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으면서 윤한봉에게 먼저 청혼을 해오는 여성도 여럿 있었다. (중략) 윤한봉은 곧장 로스앤젤레스 민족학교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총무 신경희가 받자, 긴말 없이 자기하고 결혼하자며 한국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야말로 무뚝뚝한 청혼이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신경희는 멍해져서 자기가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는가도 잊어버렸다. 생각 좀 해보고 다시 통화하자고 답했다. 신경희는 일주일 후 다시 윤한봉의 전화를 받았다.
“생각해봤어?”
“형님, 나 먹여 살릴 수 있어요?”
얼떨결에 나온 신경희의 말에 윤한봉은 태연했다.
“내가 어떻게 먹여 살리나?”
“알았어요. 들어갈게요.”(355~356면)
필라델피아에서 한청련으로 활동하다가 탈퇴한 어떤 이는 예전에 광주항쟁 때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윤한봉과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는 사망자 수가 너무 과장된 것 같다고 했는데 윤한봉은 강력하게 2천 명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한봉이 귀국 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부러 그를 불러내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사망자 수에 대해 자기가 잘못 알았으며 2천 명은 과장된 것이 맞더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줄 아는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운동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369면)
이학영은 ‘형’이라는 말이 그에게 가장 적합한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으면 달려와 그놈들을 두들겨 패서 쫓아내줄 것 같은 형, 먹고살기에 힘들어 지쳐 있으면 찾아와 등을 두드려주는 형, 살기가 팍팍하여 잠시 한눈팔라치면 ‘야 이놈아, 니가 그렇게 살면 쓰겄냐?’라고 구수한 전라도 말로 꾸짖어줄 것 같은 형이었다. 마음이 약해져서 돈과 권력에 무릎 꿇고 싶어질 때면, ‘야, 나도 있잖냐. 힘들어도 함께 버티자’라고 부추겨줄 것 같은 형이었다. 한봉이 형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을 거고, 한봉이 형이라면 떼돈을 들고와서 회유해도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이학영은 회고했다.(373~374면)
책머리에 | 스스로 거름이 된 사람
1 담배 피우는 남자 | 1981 시애틀
2 빛고을의 5월 | 1980 광주
3 망명 | 1981 태평양
4 천사들의 도시 | 1982 로스앤젤레스
5 고립 | 1983 로스앤젤레스
6 돌쇠와 곰바우들 | 1984 로스앤젤레스
7 따뜻한 밥 | 1978 광주
8 해조음 | 1948~69 칠량, 광주
9 사해동포주의 | 1986~89 미국
10 국제평화대행진 | 1989 미국
11 700원짜리 선거 | 1971~73 전남대
12 민청학련 | 1974 전남대
13 아버지 | 1974 전남대
14 합수 | 1975 광주
15 조직의 명령이오! | 1976 광주
16 아름답고 슬픈 결혼식 | 1978 광주
17 신노선 | 1991 미국
18 자살 연습 | 1979 광주
19 대동정신 | 1993~2006 광주
발문 | 홍희담
연보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