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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0881 / 176쪽 13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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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통영을 둘러싼 섬들의 체취를 직접 맡으며 섬들이 걸어오는 말을 받아 적은 이 시집에서 시인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인간 문명의 세계와 야생의 자연 세계를 날카롭게 대립시키고 있다. 나아가 야생의 세계가 지니고 있는 생명력의 특성을 탐구하고, 생명력으로 충만한 ‘야생의 삶’을 강렬하게 희구한다.
‘야생’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은 바다와 대지에 밀착되어 살았던 어린 시절에서 유발된 것이다.
장자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굵은 뿌리 아직 내리지 않은
새끼 섬이 되었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떠다녔다
병풍 두른 거제도 산 너머
붉게 끓는 시간을 끌고 해가 떠오르고
핏기 없는 달이 식은 구름을 밀고 가도
그냥 둥둥 떠다녔다
남해여
나의 이승과 저승을 모두 메워 버린
푸르디푸른 네 살결
- 「새끼 섬-思美人 1」 전문
태어나면서부터 시인은 남해를 벌거벗은 “새끼 섬이 되”어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떠다”녔고, 남해는 시인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이승과 저승을 모두 메워 버린/푸르디푸른” 마음의 살결이 되었다. 시인이 고향을 떠나 메마른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거대도시에서 생활할 때에도 “신화의 시간”인 어린 시절의 남해는 마음 심층에 “푸른 마그마”가 되어 잠재하면서 “흙을 밀어제치고 불쑥 튀어나”오곤 했었다(?신화의 시간?).
오랜, 그러나 낯선 거대 도시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남쪽 연안에 붙박이로 둥지를 튼 시인은 ‘섬 공화국들’을 순례한다. 맨발의 순례는 어린 시절의 야생을 다시 만나게 하고, 야생의 싱싱함은 시인에게 고양된 ‘삶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외딴섬에 산다
졸참나무 수북한 낙엽 위로 흘러가는
길 끝에 산다
후박나무 이파리를 씹어 먹고 산다
긴 혓바닥 뻗어 밤하늘에 뿌려진
얼음 파편을 쓸어 먹고 산다
눈에서 불이 이글거린다
이글거리는 불 속에 사는 마음
사람이 피운 불에 그슬린 적이 없다
사람 소리 없는 길 끝에 산다
사람 냄새 다가오면 길의 끝
더 깊숙이 어둠 속으로 숨는다
숨다가 숨다가 절벽을 만나면
폭포처럼 투신한다
차라리 산산이 부서질 뿐
뻣센 털 수북한 길의 갈기
사람의 품으로 역류하지 않는다
- 「야생」 전문
시인이 다시 발견한 ‘야생의 삶’은 살아 있는 바다와 대지에 젖줄을 대고 있는 ‘단독자’로서의 삶이다. 하여, “할례 받지 않은 푸른 성기들/허공을 향해 곧추”(?대나무 숲?) 서듯이 충만한 생명이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삶이다. “마름질하지 않은 통나무 같은/길들지 않는 갈기 같은”(?시골집?) 외딴섬으로 존재하면서 자연과 융합하고, 시원과 감각적으로 접속하면서 ‘시(詩)’라는 ‘독(毒)’을 마음에 고여 내는 삶이다.
면벽에 몰입하는 고승처럼
태고의 어둠 속에 똬리 틀고 앉는다
종유석에서 물방울 떨어지듯
푸른 독이 고인다
- 「독사」 부분
야생을 맨발로 순례하는 시인의 가슴에 푸른 독으로 고인 시는, 삶을 길들이고 굴욕에 빠뜨리는 지금의 세상에 치명적인 독을 퍼뜨릴 것이다.
남쪽 연안에 둥지 틀려고
마른 가지 물어 나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붙박이가 된 모양이다.
낯가리던 섬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제1부
야생 / 섬사람 / 시골집 / 독사 / 진달래꽃 한 소쿠리 / 선촌에서 / 욕망 / 짐자전거 / 귀고리 / 섬 고구마 / 판데목에서 / 노파 / 문득 / 흙냄새 / 바위 / 닭 울음소리 / 계곡 / 삽 / 녹슨 칼 / 별 한 송이 / 밤비 / 신화의 시간 / 시골 버스 / 명태 / 아이 / 장자를 읽는 밤 / 대섬 / 토종닭 / 바람 / 빈집 / 무인도 / 맨발로 걷는다 / 모래밭 / 밤바다 / 붉은 흙더미 / 소묘 / 새벽 / 중년의 갯벌 / 단맛 / 기쁨 / 그 시절 / 그 섬에 가고 싶다
제2부
떡집 / 해저터널에서 / 만년필 / 용천탕 / 대나무 / 연꽃 속으로 / 낯선 부둣가 / 향 / 해마 / 정량동 포구 / 묵시록 / 논 / 미륵산에서 / 여자의 일생 / 염소 / 대구 / 신선들 / 티눈 / 겨울 새벽 다섯 시 / 늙은 잡부 / 넙치 / 어떤 뿌리 / 남근석 / 모순 / 민낯 / 재개발 / 사람 냄새 / 여름 산 / 참깨꽃 / 그냥 / 사이 / 시월 / 서쪽 바다 / 갈매기 떼 /
제3부
순간 / 대나무 숲 / 칠월 / 열대야 / 용호농장 / 추석 / 늙은 기와집 / 농무(濃霧) / 달빛 / 부활을 기다리며 / 탱고 / 달팽이 / 귀뚜라미 / 횡재수 / 미루나무 / 봄동 / 새끼 섬 / 무당 / 눈 / 연등 / 종이배 / 오르간 / 장대비 /
작품 해설:시원의 시간을 되살리는 야생의 삶을 향하여― 이성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