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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페미니스트 박혜란의 조금 특별한 일기

박혜란 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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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361399 / 256쪽 130 x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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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는 게 한결 가벼워졌다, 나답게 늙기로 맘먹은 순간” 페미니스트 박혜란의 나이듦에 대하여 2001년 〈여성신문〉에 ‘나이듦에 대하여’라는 칼럼에 쓴 글을 모아 펴낸 『나이듦에 대하여』로 당시 30, 40대 독자들로부터 ‘공감 간다’, ‘위로받는다’라는 말을 들었던 페미니스트 박혜란이 2010년 예순 즈음의 일상 이야기를 모아 펴낸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새롭게 편집해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이로서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과 함께 나이듦에 대한 세 권의 연작이 완성되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담론을 열었던 그는 자신의 일상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혹은 유쾌하게 펼쳐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고 육아 멘토로서뿐만 아니라 ‘노년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저자는 저렇게 나이들지 말아야지 혹은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왕창 뒤엎고 새로운 스타일로 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이들기를 권한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 노릇은 여러 모로 내 능력을 뛰어넘는 것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가 생각하는 대로의 엄마 노릇을 하기로 했고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아이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엄마답게 살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나답게 살았던 것뿐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슬그머니 ‘시어머니다움’이나 ‘할머니다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할머니 노릇을 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즉 나는 맘먹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냥 나답게 살기로. 그러자 나이듦의 무게가 한결 줄어들었다. 사는 게 그럴 수 없이 가볍게 느껴졌다.”(9쪽) 나답게 늙는다구, 그게 뭔데? 그렇다면 나답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나답게 늙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갖는 것이다. 물론 젊었을 때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재미있게 살고 싶은 젊은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말에 이끌려 찾아간 낯선 파티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건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지만 바깥에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꽝꽝 얼어붙은 거리의 미끄러움을 먼저 떠올리고 집으로의 무사 귀환할 일이 벅찬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아침저녁 식후에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려서 어느 땐 안 먹고 어느 땐 두 번씩 먹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이렇게 건망증이 심하니 치매에 걸릴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시시때때로 찾아올 수도 있다. 번번이 맘에 쏙 드는 물건 사기에 실패하는 홈쇼핑과 나이들수록 함께 술 마실 사람이 점점 줄어가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위해 혼자서라도 영화관을 찾아 관람하고, 살인, 시체, 수사를 좋아하는 심리엔 무언가 정신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는 둘째 아들의 핀잔에도 좋아하는 미국 수사 드라마 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버스로 부산을 1박 2일에 다녀오면서 이젠 이런 여행은 무리라고 투정을 부리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의 따끈한 김치우동 국물에 짜증과 근심을 녹여 내기도 한다. 혼자 밥 먹는 늙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지만, 남들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않는다. 저자는 혼자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남에게 의지하게 된다고 말한다. 50년을 같이 살았어도 배우자와 내 취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자식은 자기 사는 일만으로도 바쁘다. “혼자 놀 줄 안다는 것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안다는 뜻이다.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남에게 섭섭함 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그러니 혼자 잘 노는 사람이 곧 여럿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100쪽)이라고 얘기한다. 나이들수록 자기 취향을 가지고 혼자 놀 줄 알아야 인생이 그나마 덜 외롭고 덜 삭막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혼자 하더라도 스스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자신만의 취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혼자 걷고 싶은 소망을 가진다. 지독한 연령차별주의의 벽을 넘기를 바라며 그 시작은 바로 나로부터 “겨우 10년 정도 차이 나는 사람들이 ‘그 연세에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불과 10년 후에 다다를 나이를 마치 아득한 먼 훗날인 양 취급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언어도단이다.”(105쪽) 함께 여행을 떠난 무리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그 연세에~~’를 들먹이는 사람들, TV 노인 대상 프로그램에서 노인들을 희화화하거나 50대에게 ‘어르신,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저자는 이런 모습들을 가리켜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이든 사람과 자신을 분리하고 싶어 하는 연령차별주의에서 나온”(43쪽)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나이주의자’였던 순간을 고백하기도 했다. 젊은 날의 우상이었던 전설의 배우 백성희 선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80 노인’ 같지 않은 노老 배우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저자는 대학로에서 젊은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나왔는데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몇 명이 한꺼번에 벌떡 일어섰을 때 몇 시간 동안 누렸던 젊음이 순식간에 깨어져 버릴 때의 그 낭패감을 떠올리며 “몇 살 덜 먹은 거, 몇 살 더 먹은 거 너무 의식하지 말고 살자”(110쪽)고 얘기한다. 연세 따위는 애써 잊고 사는 사람에게 새삼 나이를 의식하게 만드는 건 칭찬도 예의도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예의를 빌미로 사람 사이에 벽을 쌓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박혜란의 〈新시어머니 십계명〉(187쪽)과 〈스무 살을 맞는 그대들에게 예순네 살 먹은 헤라니 할머니가〉 띄우는 20가지의 다짐들이 담겨 있다.

저자 소개

취업주부 4년, 전업주부 10년, 파트타임 주부 30년, 명랑할머니 7년 경력의 여성학자.
1946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68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맹렬하게 기자생활을 하다가 74년 둘째아이가 태어나면서 이후 10년간 육아에 전념했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서른아홉의 나이에 이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여성학자 박혜란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집을 치우지 않고도, ‘집 안이 어질러져 있어야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란다’는 아전인수적인 가설을 전국에 퍼뜨린 장본인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마루로 식탁 밑으로 뛰어다니며 총싸움을 하는 즐거운 엄마, 누구나 다 문제라고 떠들면서도 자기 자식 문제에선 ‘현실이 그렇지, 어쩌겠어?’라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과외나 촌지에 대해서 한 번도 자신의 원칙을 어긴 적이 없는 소신 있는 엄마였다.
한글도 깨치지 못한 채로 초등학교에 보내고 예체능 이외에는 학원 문턱조차 밟지 않게 하며, 고3 아들을 두고 1년씩이나 중국 초빙교수로 떠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마, 맞아?’라는 말을 들었지만, 세 아들 모두가 서울대에 들어가면서 ‘엉터리 엄마’, ‘자식 앞길 망치는 독한 엄마’에서 ‘자식농사 잘한 성공한 엄마’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육아를 뼈를 깎는 희생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커 가는 기쁘고 소중한, 그리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즐길 줄 아는 현명함을 지녔으면서도 ‘아이, 내가 뭘요?’ 하는 능청스러움과 배짱으로,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경상도 남편과 자기 소신이 분명한 세 아들로부터 여전히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맏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의 시행착오 대상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동훈은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MIT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동준은 그룹 〈패닉〉에서 출발해 현재는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소설창작까지 넘나드는 전방위 아티스트이며, 고3 내내 자신의 도시락은 물론 두 형들의 아침밥까지 챙겨주었던 막내 동윤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MBC 방송국 PD로 있다.
세 아들 모두 가정을 이루었고, 여섯 번째 손녀딸까지 본 할머니이지만 거의 매주 온가족이 모여 북적이며 살아간다. 저서로는 《삶의 여성학》, 《나이듦에 대하여》, 《여자와 남자》, 《소파전쟁》,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온갖 흉을 잡히면서도 꿋꿋하게 10년을 버티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싹둑 자른 것은 갱년기 우울증 때문도 아니요, 남이 흉보는 것에 지쳐서도 아니요, 순전히 내 팔 문이었다. 어느 날 아침,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겨 왼손으로 잡은 후 고무줄로 묶어야 하는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거였다. 도대체 팔에서 뒤통수까지 몇 센티나 된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온 것이다. 내 머리도 내가 마음대로 못 묶는다는 사실에 맥이 빠져 며칠이나 서글퍼하다가 나는 동네 미용실로 달려갔다. 묶을 수 없으면 묶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뭐. - 〈뽀글 파마〉

<러브 스토리>가 국내에서 개봉된 그날은 바로 내 생일이었으며 난 첫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임신부였다.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날처럼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은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행복의 문턱에서 백혈병으로 죽어야 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난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버렸다. 극장 문을 나와서도 거의 곡소리를 내며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난감해하다 못해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 - 〈난 죽을 때까지 영화를 쫓아다니고 싶다〉

마침 내 옆자리에는 영화를 좋아하고 글도 잘 쓰는 재기발랄한 정신과 의사가 앉았다. 내가 피 칠갑한 시체들이 등장하는 수사 드라마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혹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도 수사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재차 당신이야 젊은 남자니까 괜찮겠지만 나처럼 늙은 여자가 그렇다면 혹시 변태가 아니냐고 물었고, 그는 유쾌한 웃음과 함께 “선생님은 정상이십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둘째에게 전하면 분명 정신과 의사치고 정상인 사람은 없다며 나의 정상 진단을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크게 안도했다. - 〈내가 CSI에 열광하는 이유〉

모든 일은 그렇게 물처럼 흘러간다. 죽을 것 같았던 고통도 며칠 지나면 그저 어릴 적 읽은 소설의 한 구절처럼 아스라하기만 하다. 나이 덕분이다. 나이든다는 거, 생각했던 것보다 참 괜찮은 일이다.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던 그 끈질긴 욕심, 회한, 미움, 불안이 어느새 슬그머니 다 녹아 버렸다. 그 자리에 느긋함, 넉넉함, 연민, 고마움이 밀고 들어오는 중이다. - 〈60 넘어, 자유〉

목차

서문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새롭게 펴내며
1장 이런 내가 어때서
낭만이고 뭐고
그날 아침 삶은 달걀은 누가 먹었을까?
나의 홈쇼핑 탐구 생활
뽀글 파마
할머니로 사는 재미
2장 나이들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취향
난 죽을 때까지 영화를 쫓아다니고 싶다
내가 CSI에 열광하는 이유
갈까 말까 망설이는 여행은 무조건 가라
맥주 한 잔의 행복
개띠 클럽
혼자 놀기
3장 페미니스트가 보는 세상
그 연세가 어때서?
남자들, 달라졌다
고독사
난 이런 프로그램이 싫다고
동경 유람단
4장 살면서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명랑 투병
나이드니까, 글쎄
회갑이 가져다준 선물
식탁은 가구가 아닙니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요즘 시어머니로 사는 법
5장 나는 자유다!
버스는 인생이다
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내 남편 맞아?
우리 서로 손뼉을!
60 넘어, 자유!
에필로그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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