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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9212228 / 400쪽 / 560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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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이 책의 줄거리
이 소설의 첫머리는 서울에 교환학생으로 온 뭄바이 출신 한 인도청년이 ‘자신의 생모의 흔적을 찾아달라’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한국인인 자기 증조할머니의 흔적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 청년은 친구의 도움으로 증조할머니의 학적부, 민적부 등을 뒤지고 신문사로 찾아간다. 그리고 증조할머니에 대한 90년 전의 신문기사를 찾아내고 스웨덴 왕실도서관으로부터 편지와 일기등을 입수한다. 그 이후의 장면은 증조할머니(최영숙)의 일기와 편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남경에서 시베리아 열차를 타기 위해 상해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던 최영숙은 상해에서 사회주의 서적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게 피검되어 고문을 받지만 상해 실업가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 차중에서 모스크바 출신 젊은 부부를 알게 되어 혁명기 모스크바를 살펴보고 두 달 간의 여행 끝에 스웨덴에 도착한다.
그러나 스웨덴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스톡홀름대학 입학이 거부되자 그녀는 실의에 잠기지만 기지 끝에 스톡홀름 교외의 중학교에서 청강생으로 입학한다. 이듬해 스톡홀름대 경제학부에 입학한 그는 허름한 골방에서 자취를 하고 자수로 생계를 이으면서 힘겹게 고학한다.
이듬해 1928년 스웨덴 왕실도서관에 취업한 그는 한중일의 고문화 자료를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는데 조선을 방문한 바 있는 구스타프 황태자의 신임을 얻는다. 스웨덴 국경일 왕실 무도회에서 황태자와 짧은 춤을 춘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을 가까워지는데 황태자는 최영숙 개인뿐만 아니라 조선의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와 동정을 보인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 기사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최영숙을 황태자는 깊이 위로해 준다.
황태자를 연모한 최영숙은 졸업직전 조선의 ‘일월오악도’를 스스로 자수로 새겨 황태자에게 선물한다. 독립을 잃은 조선을 잊지 말아달라는 뜻을 담은 것. 황태자는 답례로 최영숙의 졸업식에 일부러 참석해 주고 최영숙이 스웨덴을 떠나기 직전 둘 만의 만찬자리를 만든다. 식사를 하고 둘 만의 무도회를 갖다가 황태자는 최영숙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선으로 잘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고학으로 돈을 모은 최영숙은 더 넓은 견문을 얻기 위해 구주 일주를 결심하고 덴마크,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을 거쳐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고 이태리를 거쳐 그리스에 도착한다. 아테네에서 스톡홀름 시절의 동급생의 집에서 머물며 그리스 문화를 심취하기도 하고 다시 터키를 거쳐 이집트에 닿는다. 그곳에서 머물다 노독이 쌓여 열병에 걸리는 바람에 가진 돈을 병원비로 다쓴 최영숙은 3등칸 중에서도 최하급 쿠리(노동자)용 선표를 구해 여행을 계속한다.
아라비아 해에서 어떤 기연으로 옥스퍼드대학 출신으로 뭄바이에서 무역 중개상을 하며 간디의 독립운동을 돕던 젊은 인도인 청년(인도식 애칭 로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로이와 함께 뭄바이에서 하선해 4개월을 머물며 마하트마 간디와 나이두 여사 등을 만나고 깊은 영향을 받는다.
로이는 그녀에게 결혼해 뭄바이에서 살자고 권유하지만 그녀는 조선에서 할 일이 있다며 뿌리친다. 간소한 결혼식을 한 그녀는 다시 배를 타고 인도양을 거쳐 싱가포르, 월남 등을 거쳐 상해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선편에서 그녀는 임신을 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처녀의 몸으로, 그것도 유색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낳을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조선 사회의 비난을 알면서도 사랑의결실인 아이를 낳을 결심을 굳힌다.
1931년 11월 스웨덴을 떠난 지 10개월 만에, 조선을 떠난 지 9년 만에 경성으로 돌아온 그녀는 여러 신문과 잡지에 인터뷰를 하고 유학 경험을 기고하는 등 유명해진다. 그러나 늙은 부모와 정신병을 앓는 오빠,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하고 우선 취직자리를 찾아본다. 그러나 총독부 학무국이 상해에서 사회주의 서적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전력을 들어 교사 취업을 불허하자 좌절한다. 나아가 신문기자로 취업하려고 하지만 그 마저도 조선 사회의 완고한 가부장적 인식 때문에 실패한다.
그녀는 마침내 가정을 돌보기 위해 경성 낙원동의 작은 구멍가게를 인수해 소비조합을 연다. 스톡홀름 학사가 콩나물 장수로 변신한 것. 그 와중에도 그녀는 꿈을 잃지 않고 여성 노동운동을 위한 야학 교재를 만든다. 오랜 외국 생활이 준 무리, 임신중독증에 과로와 영양실조가 겹쳐 그녀는 귀국한지 6개월 만에 만삭의 몸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아이를 낳다가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마지막 부분은 친구 임효정이 최영숙에게 보내온 스웨덴 왕실 수석사서의 편지에 최영숙이 죽어간 과정을 설명하는 편지로 맺어진다.
그리고 종장은 6년 후, 로이가 조선을 찾아와서 성공회 고아원에서 자라던 자신의 아들을 찾아 함께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출판사 리뷰
식민지 조선 ‘로자 룩셈부르크‘의 불꽃같은 삶과 사랑
- 소설로 재조명된 아시아 최초 스웨덴 여성 유학생 최영숙 일대기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를 살면서 조국의 독립과 민중의 해방을 위해 분투하던 젊은 여성 선각자 최영숙의 매력적이고도 슬픈 삶의 행로를 다룬 소설이다. 조선의 ‘로자 룩셈부르크’라고나 할 만한 이 여성은 90여 년 전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고 인습에 굴레에 얽매인 조선 여성의 해방을 위해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할 각오로 단신 스웨덴으로 유학했다. 스톡홀름 대학에서 경제학사 학위를 얻어 조국에 돌아오지만, 당시 조선사회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는 이 여성의 열정과 재능을 용납하지 않았다. 스물일곱의 아까운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최영숙에게 좀더 긴 삶이 허락됐더라면 조선의 여성·노동운동에 큰 자취를 남긴, 매우 유니크한 인물로 우리 근대사를 장식했을 것이다.
풍부한 당대의 자료를 바탕 삼은 이 소설은 최영숙의 삶의 자취를 꼼꼼하게 추적하면서 당대 식민지 조선의 젊은 지식인들의 꿈과 고뇌, 좌절을 깊은 통찰력과 명징한 언어로 되살려 놓았다.
* 이 소설의 제목 ‘검은 땅에 빛나는’은 그리스 여성 시인 사포의 시 구절에서 인용했다.
역사 속의 최영숙의 삶
이 소설의 주인공 최영숙(崔英淑·1906-1932)은 경기도 여주 태생으로 유관순의 이화학당 1년 후배이며 친구 임효정과 함께 중국 남경 회문여학교를 졸업했다. 회문여학교 당시 안창호의 흥사단에 가입했다. 그는 당시 스웨덴의 여성학자 엘렌 케이의 저서를 탐독한 후 조선에서 여성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꿈을 안게 된다. 그를 위한 준비로 1926년 20세의 나이에 시베리아횡단열차 편으로 두 달 가까이 단신 여행한 끝에 스웨덴에 도착한다.
스톡홀름대학 경제학부에 지원했으나 스웨덴어를 구사하지 못해 낙방하고 1년 동안 스톡홀름 인근 중학교의 청강생을 거친 다음 이듬해 스톡홀름 대학에 입학한다. 아시아 최초의 스톡홀름 여성 유학생이었다. 수학 기간 내내 조선식 자수로 베갯잇, 방석 등을 만들어 팔아 고학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에도 능통했던 그녀는 스웨덴 왕실도서관의 동양학 보조연구원으로 채용된다. 그리고 조선을 방문한 바 있으며 동양 고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구스타프 아돌프 황태자의 큰 신임을 얻게 된다.
졸업 후 스웨덴에 남으라는 황태자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녀는 세계만유를 결심, 선편으로 유럽 각국을 돌고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지를 돌아 귀국하다 귀국길 배에서 인도인 청년 실업가 마하드 젠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는 인도 뭄바이에 하선한 후 마하트마 간디, 나이두 여사 등 인도의 독립지사들과 만나며 큰 영향을 받는다.
인도인 청년실업가 마하드 젠나와 뭄바이에서 결혼하지만 그녀는 인도에서 살자는 남편의 권유를 뿌리치고 조선으로 귀국한다. 돌아와서 보니 임신을 하고 있었다. 귀국후 교편을 잡으려 했으나 총독부의 방해로 좌절되고 신문사에 입사를 하려고 했으나 조선 사회의 가부장적 편견 때문에 그마저 좌절된다. 빈한하기 짝이 없는 집안을 돌보기 위해 스톡홀름대학 경제학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구멍가게를 인수해 ‘콩나물 장수’로 변신한다.
그 구멍가게를 통해 조선 최초의 소비자 조합을 만드는 한편 필생의 꿈인 여성 노동운동을 펼치기 위해 야학 독본을 만들던 그는 영양실조와 임신 중독증 등으로 귀국한지 5개월 만인 스물일곱 살 나이로 출산 도중 사망한다.
소설의 집필 경위
이 장편소설(1300매)은 일제강점기를 살다간 한 이름 없는 여성 선각자의 일대기를 발굴해 소설화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이며, 소설 전체 줄거리는 작가적 상상력에 의한 허구가 입혀졌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의 궤적은 대부분 사실에 입각해 있다.
이 소설은 꿈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최영숙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일제 강점기 조선 신여성들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한편, 외국 신문물을 접한 당대 조선인의 대외 인식 등을 살펴보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다. 이 소설은 최영숙의 시선을 빌린 1인칭 고백체를 주로하면서 최영숙이 벗에게 쓴 서간체를 섞어 넣은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집필을 위해 당시의 신문 <조선일보>,<동아일보> 및 잡지 <삼천리> 등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다.
우연한 계기로 90여 년 전 한 신여성의 행적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짧지만 불꽃 같은 그의 삶을 소설로 옮겨 볼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녀의 삶이 내 원고지 위로 옮겨올 날을 기다렸지만 그는 내 가난한 필경(筆耕)에 좀체 응해 주지 않았다. 나는 그의 부름이 있기를 오래 기다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도서관을 찾아 그의 행적이 담긴 90년 전의 신문과 잡지 기사를 뒤적였고 단편적으로 남은 그의 글을 찾아 읽었다. 뜯어볼수록 최영숙은 우리 근대사의 또 다른 유형의 지식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스물의 나이에 단신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낯설고 먼 스웨덴에까지 유학에 나선 것은 지금의 관점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최영숙은 우리의 할머니이자, 우리의 누이, 딸과 같은 존재다. 그리고 연인이기도 하다. 나는 그의 행적을 찾아 90년 전으로 한걸음씩 시간여행을 하면서 이 매력적인 여성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이 도도한 여성은 처음엔 나의 데이트 신청에 냉담했지만 거듭된 구애(?)에 이윽고 조금씩 반응을 보여 주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나는 이 당차고 심지 굳은 여성에게 푹 빠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스물여섯, 그녀의 짧은 삶은 도전과 자유, 그리고 민중에 대한 헌신에의 의지로 충일하다. 낡은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던 그의 분투는 눈물겹기조차 하다. 만약 그녀에게 좀 더 긴 생애가 허락되었더라면 그녀는 우리 근대사의 숲을 지키는 잎이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됐을 것이다.
-스톡홀름의 거리 풍경도, 인심도 어릴 적 지리시간에 배우며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그런 곳만은 아니었다. 좁은 뒷골목을 양편으로 메운 단조로운 회색빛 건물들을 가진 이 도시는 외국인의 틈입을 거부하는 듯 차가워 보였다. 그 건물들에 박힌 유리창들은 온기 없는 북구의 태양빛을 흐릿하게 반사하고 있었고……. 금발 머리에 콧대가 우뚝하고 키가 크며 억센 뼈대를 가진 게르만 민족의 혈통대로 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남들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해 보였다. 거리를 걷는 행인들의 얼굴에 박힌 청색과 녹색, 회색 눈동자가 유리구슬처럼 무채색으로 번쩍이며 내 시선과 부닥칠 때 그들 눈에 어린 알 수 없는 경계심을 느낄 때마다 내가 만리타향에 돌멩이처럼 혼자 몸으로 굴러온 뜨내기라는 사실을 진저리치듯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p.86
-그런데, 나는 문득 그녀(나혜석)의 앞길이 비극으로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것이었다. 완강한 유교적 구습과 봉건적 분위기로 가득 찬 조선사회에서 그녀의 불꽃같은, 하지만 무모한 도전은 끝내 싹이 잘려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다는 거다. (…)신여성을 자처하는 우리들이라면 일반 여성들과 반걸음 앞에서, 때로는 보조를 맞춰가며 손을 잡고 걸어가며 수많은 조선의 가부장들이 쳐놓은 덫을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p.129
-음악이 끝났다. 황태자는 내 손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가만히 껴안았다. 이윽고 그의 입술이 내 이마에 와 닿았다. 꺼칠하고 마른 입술이었다. 나는 훅 하고 호흡을 멈췄다. 가슴이 쿵하고 거세게 뛰면서 술에 취한 듯 눈앞이 어찔해졌다. 그의 입술이 머뭇머뭇 미간 아래로 스쳐 내려오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멈추었다. 이게 그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었으리라.
“영숙, 잘 가오. 신의 가호가 그대에게 영원히 머물기를……”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나는 서전에서의 내 시간이 드디어 끝났음을 실감했다. -p.249
검은 땅에 빛나는 9
제1부 스웨덴의 조선 여인 33
제2부 운명의 저울 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