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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4093884 / 156쪽 / 821g / 21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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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이 - 양승우
벚꽃놀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먹고 마시고
다음 날 속 쓰리고 머리 아픈 기억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갔을 때 처음으로 꽃이 아름답게 보였다.
피어 있는 꽃도 예쁘지만 지는 꽃도 좋았다.
옆방에선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맞은편 방에선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며 죽을 것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소리,
창문 쪽에선 고양이 울음소리, 그리고 내 심장 소리.
가끔 그녀가 와서 연애를 하면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가
“지진이다”라고 소리치곤 했다.
2층에 방이 여섯 개 있는데 가운데 202호가 내 방이다.
다다미 6장 깔려 있고 샤워 시설은 없다.
나는 거기서 10년을 살았다.
그녀는 나만 보면 웃고 졸래졸래 따라다닌다.
집에 같이 있으면 내 등짝에 딱 붙어 있다. 귀찮을 정도다.
하지만 워낙 그동안 내 마음대로 해왔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만큼은 잘해 주고 싶다.
가끔 혼자 있을 때 이 사진들을 꺼내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그녀는 24살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다 33살에 결혼하고
지금은 35살이 되었다.
난 여전히 가난하고 이름 없는 사진가다.
나는 마오를 첫 데이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찍어 왔다.
만난 지 2년째 되는 어느 날, 난 그때까지 찍은 사진들을 한데 모아
사진집을 손수 만들어 선물한 적이 있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매우 좋아하는 그녀와 난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서로를 계속 찍어 주자”라고 다짐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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