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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용병

제리 퍼넬 저 | 강수백 역 | 행복한책읽기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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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9571964 / 400쪽 / 520g / 136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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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외계인의 우주선에 납치된 20세기 용병들의 운명은? 20세기 말. CIA에 의해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로 파견되어 대리전쟁을 벌이던 릭 갤러웨이 대위 휘하의 미국 용병 30여 명은 공산측 용병인 쿠바군에?게 포위당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지만, 홀연히 나타난 외계인 샬누크시들의 우주선에 의해 구조된다. 샬누크시들은 목숨을 구해 준 대가로 은하계 변경의 삼중항성계에 있는 행성 트란으로 릭의 부대를 보내서 마약성 식물인 수리노마즈를 수확할 것을 강요한다. 약 6백 년 주기의 타원 궤도를 가진 방랑 항성 〈악마의 별〉이 또다시 트... 외계인의 우주선에 납치된 20세기 용병들의 운명은? 20세기 말. CIA에 의해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로 파견되어 대리전쟁을 벌이던 릭 갤러웨이 대위 휘하의 미국 용병 30여 명은 공산측 용병인 쿠바군에게 포위당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지만, 홀연히 나타난 외계인 샬누크시들의 우주선에 의해 구조된다. 샬누크시들은 목숨을 구해 준 대가로 은하계 변경의 삼중항성계에 있는 행성 트란으로 릭의 부대를 보내서 마약성 식물인 수리노마즈를 수확할 것을 강요한다. 약 6백 년 주기의 타원 궤도를 가진 방랑 항성 〈악마의 별〉이 또다시 트란에 접근해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야기하면서, 고가의 수리노마즈를 얻을 수 있는 서염기(暑炎期)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트란에서는 로마 제국을 위시해서 고대 그리스인, 켈트족, 중세 유럽인, 서방 기마민족 등 지구 역사상의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온 인간의 자손들이 세운 국가들이 번성하며 피비린내 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자동소총과 중화기 등으로 무장한 릭의 소대가 창칼밖에는 없는 원주민들을 제압하는 일은 쉬워보였지만…. 밀리터리 SF의 대부 제리 퍼넬의 전설적 명작! 1978년에 에이스 일러스트레이티드 SF 시리즈의 일환으로 처음 발간되었던 본서 『용병』은 스페인 만화가 베르메호의 정교하고 인상적인 삽화와 빠르고 박력있는 전개로 큰 인기를 끈 단독 장편이며, 봉건 왕국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평행세계에 떨어진 20세기 전직 군인의 모험을 다룬 H. 빔 파이퍼의 『칼반 경의 모험(Lord Kalvan of Otherwhen)』(1965)의 완벽한 오마주로 간주된다. 일반 독자층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Clan and Crown』(1982)과 『Storms of Victory』 등의 속편으로 이어진 『용병』 시리즈는 밀리터리 SF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속으로 추가 “틸라라 도 타마에르손, 에키타사 도 첼름.”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웬?” 릭이 물었다. “알 것 같아요. 에키타사라는 것은 미케네어에서 쓰던 말 같군요.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여백작일 거예요. 그렇다고 하면 그녀의 이름은 틸라라가 되고, 아까 그 후두음(喉頭音)이 섞인 단어는 그녀의 고향일 거예요.” “틸라라.” 릭이 말했다. 여자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릭은 자기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릭 갤러웨이, 용병대의 대장이오.” 만약 긴 이름이 높은 지위의 증거라면 그로서는 소작농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릭.” 틸라라가 조심스럽게 발음했다. 그녀는 긴옷을 입은 제관을 가리키고 말했다. “야눌프, 사케르도스 푸 야타르.” 제관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다른 남자도 가리켰다. “카라독.” “라틴어와 그리스어, 그리고 미케네어가 뒤범벅된 말이군요.” 그웬이 말했다. “미케네?” 야눌프가 물었다. 그는 릭의 일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노.” 그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관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킬트를 입은 사내는 말빗을 꺼내 말의 몸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릭과 메이슨을 흘끔흘끔 쳐다보았지만 특별히 그들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서로운 시작이군, 하고 릭은 생각했다. 그리고 저 여자! 이 행성의 여인들은 모두 저 여자만큼이나 아름다운 걸까? -pp 193~194 “〈제국〉에 관해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십시오. 군단은 어떤 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까?” “창과 검으로.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단 말이오?” “창과 검……. 그렇다면 그들은 기병입니까?” 드루몰드는 릭의 이 말에 놀란 기색이었다. “그렇소. 말과 켄타우로스에 탄 기병이오. 대부분은 말에 타고 있소.” “그렇다면 보병은 아니란 말이군요.” 릭은 사각 방패와 투창, 그리고 히스파니아 검으로 무장한 고전적인 로마 군단에 관해 설명했다. “내가 아는 한 그런 군대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소. 제관이여, 그대가 사는 서부에는 그러한 군대가 있소?” “아니, 없소.” 야눌프는 릭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대는 왜 그런 군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릭이 판단하는 한 샬누크시가 지구에서 원정군을 데려온 것은 기원 후 200년경이었고, 그때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시대였을 것이다. 신 로마인의 조상이 이곳으로 온 것은 그 시대여야만 했다. 세베루스는 그때도 고전적인 보병 군단을 채용하고 있었다. 카이사르 시대의 보병과 비교하면 약간 약체화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화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보병이었을 것이다. 그 후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곳의 군단에서도 일어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중점이 중기병으로 옮겨가고 그에 따라 군기도 해이해졌던 것이다. 그 결과 중기병은 그들이 갈 수 없는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 로마 제국의 성격은 신성 로마 제국 쪽에 더 가까운 듯했다. 아, 그렇다. 기원 후 800년 경, 샤를마뉴의 시대에 다른 원정군이 왔을 것이다. 이곳의 로마는 틀림없이 신성 로마 제국이다. -pp 224~225 “비겁자처럼 이렇게 우뚝 서 있기만 할 것인가!” 최대 씨족의 우두머리인 듀귈라스가 장검을 빼들었다. “나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는 식의 치욕을 감수할 생각은 없어!” 맙소사. 하필이면 이런 때에. “멈추시오!” 릭은 외쳤다. 중기병의 반은 이미 칼집에서 칼을 뽑았고, 드루몰드조차도 그러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이곳에 있는 아군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요. 만약 우리가 여기를 떠난다면 로마군이 공격―”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릭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릭은 45구경 마크Ⅳ 자동권총을 뽑아 듀귈라스의 왼쪽 귀 바로 옆을 겨냥하고 쏘았다. 듀귈라스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뺐다. 기껏해야 1미터 정도밖에는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쏘았으니 총구의 화염만으로도 피부가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움직이면 이번에는 안장에서 쏴 떨어뜨리겠어.” 릭은 말했다. “거기 당신뿐만 아니라 맡은 자리에서 도망치는 자 모두를 말이야.” 그러자 누군가가 외쳤다. “도망치다니? 우리는 싸우고 싶을 뿐이오!” “싸울 기회는 곧 올 거야. 헛! 저걸 보라고!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릭은 적군 쪽을 가리켰다. 로마군이 화살 모양의 긴 종대를 짜고 제1파이크와 제2파이크 연대의 중간 지점을 돌파하려 하고 있었다. -pp 281~282 릭은 흥미를 느끼며 두루마리를 건네받았다. 하나하나 손으로 찍어낸 목판인쇄의 블록체 글씨였기 때문에 읽는 것은 쉬웠다. 그는 천천히 그것을 읽어내려갔다. Ego Tiberius Claudius Drusus Nero Germanicus……. 릭은 읽다 말고 양피지를 빤히 응시했다. “이것이 정말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위대한 역사서의 사본이란 말입니까?” “내가 아는 한은 사실이오.”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것을 의심할 이유는 전혀 없소. 그럼 그대는 이 선물이 마음에 들었소?” “물론입니다.” 릭은 대답했다. 그는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어떤 대가를 요구해올지 불안했던 것이다. “마르셀리우스가 내 흥미의 대상을 기억해줘서 기쁘군요.” “그는 당신이 한 말 전부를 글로 옮겨썼소.” 루시우스가 말했다. “내가 직접 그것을 받아썼기 때문에 잘 알고 있소.” “보여줄래?” 그웬이 말했다. 릭은 그녀에게 양피지를 건네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물론 바보스러운 감정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라틴어로 쓰여진 이 문서를 읽을 수 없었고, 결국 그녀에게 부탁해야 하지 않는가. 그는

저자 소개


1933년생. 한국전에 참전했으며, 미국 과학/환상소설 작가협회장을 역임했고, 1982년부터 컴퓨터 전문지 의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래리 니븐과 함께 십여 편의 작품을 집필했고, 국내에는 <용병> 등이 소개되었다. 

역자 소개

필명 강수백. SF 및 판타지 평론가이자 번역가, 기획자.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와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 시리즈,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폴라북스의 필립 K. 딕 걸작선과 미래의 문학 시리즈를 기획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헤밍웨이 위조사건』,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필립 K. 딕의 『유빅』,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그렉 이건의 『쿼런틴』,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데이비드 웨버의 『바실리스크 스테이션』과 『여왕 폐하의 해군』,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목소리가 예고한 시간은 정확했다. 릭의 손목시계로 네 시간 오 분이 경과했을 때 다시 경보음이 울리더니 몸을 고정시키라는 지시가 들렸다.
이번에는 무중력상태가 되는 일은 없었지만, 가속은 짧고 날카로웠고, 간헐적인 주기를 두고 되풀이되었다. 이 주기 사이마다 중력이 변화했다. 마지막으로 의자에서 마룻바닥으로 뛰어내린 정도의 약한 충격이 왔다. 곧 가속이 멈췄다.
체중은 원래보다 가벼워진 상태였다. 그것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대로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놀라서 방을 둘러본 릭의 머릿속에 어떤 엉뚱한 의심이 떠올랐다. 부하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겡그리치 병장이 호주머니에서 주의 깊게 실탄을 한 발 꺼내더니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것이 천천히 낙하하는 것을 관찰했다.
약 6분의 1의 중력이군, 하고 릭은 생각했다. 이제는 그 사실을 무시할 수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숨길 수도 없었다.
겡그리치가 제일 먼저 소리쳤다. “하느님 맙소사, 우린 달에 와 있어!”
-pp 41~42

“당신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왔소?”
그녀로서는 곤란한 질문이었다. TV 스크린이 양 방향으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몸에 두른 침대 시트를 제외하면 알몸이었다. 그녀는 스크린에 나타난 적동색의 윗옷을 입은 사내와 말하기 위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레스는 몸의 일부만 가린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치 걱정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뭘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그웬은 생각했다.
“네, 자발적으로 왔습니다. 레스가 함께 와달라고 했어요. 신기하고 이국적인 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럼 자발적으로 우주선에 탑승했다는 말이군.” 스크린 속의 사내가 말했다. “당신이 사라졌다고 걱정할 사람은 있소? 당신이 행방불명이 된 후 경찰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다거나 해서 일이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주말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메모를 남겨 뒀거든요. 주말이 지난 후에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이 돼서 경찰을 부를지도 모르지만.”
“경찰은 아마 당신이 살해당한 것으로 간주할 거요.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스크린의 영상이 사라졌다.
“이걸로 끝이야.” 레스가 말했다. 안도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왜 안도하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뭘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
-pp 91~92


이제 화살은 비오듯 쏟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는 대신 궁수들은 개개의 목표를 노리기 시작했고, 아직도 말에 탄 자들을 쏴 떨어뜨리고 적을 불타는 관목 속에 고립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산길은 고통과 공포의 절규로 가득했다.
틸라라는 입을 꽉 다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안장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 광경을 보고 기뻐해야 마땅했다. 눈앞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자들은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자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고통은 그녀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그러나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그녀가 느끼는 것은 구토감과 공포뿐이었지만, 이 감정을 그녀 주위에서 함성을 지르고 있는 부하 병사들에게서 숨겨야 했다. 살육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마비된 듯한 마음에 떠올랐다. 전투는 앞으로도 몇 주 동안이나 계속될 것이다.
말이 저렇게까지 비명을 지를 줄은 몰랐어. 병사들이 죽으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말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어.
그녀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구토감을 느끼면서도 매료된 듯이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p 153~154

“마지스트로(Magistro)?”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존경이 섞인 눈초리로 그웬을 쳐다보았고, 그웬이 블라우스를 벗겨내려고 했을 때도 가만히 서 있었다.
“세상에.” 그웬이 중얼거렸다. “릭, 누군가가 이 아이를 지독하게 학대했어요.”
이 여자를 보고 아이라니, 하고 릭은 생각했다. “어떻게?”
여자는 드레스 앞으로 손을 뻗어 단추를 끌렀다. 옷이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등과 가슴이 드러났다. 이곳에서 상반신을 드러내는 것 정도는 창피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완벽에 가까운 용모에서 눈을 떼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평상시에는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볕에 그을은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릭이 쳐다보아도 전혀 거리끼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등의 상처를 조사했다. 누군가가 그녀를 지독하게 때린 듯했다. 등 전체가 타박상 투성이였고, 찰과상은 그 두 배는 되어 보였다. 피부에는 흉터가 남을 것이다. 릭은 응급 키트를 꺼냈다.
-p 192

“틸라라 도 타마에르손, 에키타사 도 첼름.”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웬?” 릭이 물었다.
“알 것 같아요. 에키타사라는 것은 미케네어에서 쓰던 말 같군요.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여백작일 거예요. 그렇다고 하면 그녀의 이름은 틸라라가 되고, 아까 그 후두음(喉頭音)이 섞인 단어는 그녀의 고향일 거예요.”
“틸라라.” 릭이 말했다. 여자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릭은 자기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릭 갤러웨이, 용병대의 대장이오.”
만약 긴 이름이 높은 지위의 증거라면 그로서는 소작농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릭.” 틸라라가 조심스럽게 발음했다. 그녀는 긴옷을 입은 제관을 가리키고 말했다. “야눌프, 사케르도스 푸 야타르.” 제관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다른 남자도 가리켰다. “카라독.”
“라틴어와 그리스어, 그리고 미케네어가 뒤범벅된 말이군요.” 그웬이 말했다.
“미케네?” 야눌프가 물었다. 그는 릭의 일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노.” 그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관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킬트를 입은 사내는 말빗을 꺼내 말의 몸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릭과 메이슨을 흘끔흘끔 쳐다보았지만 특별히 그들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서로운 시작이군, 하고 릭은 생각했다. 그리고 저 여자! 이 행성의 여인들은 모두 저 여자만큼이나 아름다운 걸까?
-pp 193~194

“〈제국〉에 관해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십시오. 군단은 어떤 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까?”
“창과 검으로.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단 말이오?”
“창과 검……. 그렇다면 그들은 기병입니까?”
드루몰드는 릭의 이 말에 놀란 기색이었다. “그렇소. 말과 켄타우로스에 탄 기병이오. 대부분은 말에 타고 있소.”
“그렇다면 보병은 아니란 말이군요.”
릭은 사각 방패와 투창, 그리고 히스파니아 검으로 무장한 고전적인 로마 군단에 관해 설명했다.
“내가 아는 한 그런 군대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소. 제관이여, 그대가 사는 서부에는 그러한 군대가 있소?”
“아니, 없소.” 야눌프는 릭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대는 왜 그런 군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릭이 판단하는 한 샬누크시가 지구에서 원정군을 데려온 것은 기원 후 200년경이었고, 그때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시대였을 것이다. 신 로마인의 조상이 이곳으로 온 것은 그 시대여야만 했다. 세베루스는 그때도 고전적인 보병 군단을 채용하고 있었다. 카이사르 시대의 보병과 비교하면 약간 약체화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화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보병이었을 것이다. 그 후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곳의 군단에서도 일어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중점이 중기병으로 옮겨가고 그에 따라 군기도 해이해졌던 것이다. 그 결과 중기병은 그들이 갈 수 없는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 로마 제국의 성격은 신성 로마 제국 쪽에 더 가까운 듯했다. 아, 그렇다. 기원 후 800년 경, 샤를마뉴의 시대에 다른 원정군이 왔을 것이다. 이곳의 로마는 틀림없이 신성 로마 제국이다.
-pp 224~225

“비겁자처럼 이렇게 우뚝 서 있기만 할 것인가!” 최대 씨족의 우두머리인 듀귈라스가 장검을 빼들었다. “나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는 식의 치욕을 감수할 생각은 없어!”
맙소사. 하필이면 이런 때에. “멈추시오!” 릭은 외쳤다. 중기병의 반은 이미 칼집에서 칼을 뽑았고, 드루몰드조차도 그러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이곳에 있는 아군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요. 만약 우리가 여기를 떠난다면 로마군이 공격―”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릭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릭은 45구경 마크Ⅳ 자동권총을 뽑아 듀귈라스의 왼쪽 귀 바로 옆을 겨냥하고 쏘았다.
듀귈라스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뺐다. 기껏해야 1미터 정도밖에는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쏘았으니 총구의 화염만으로도 피부가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움직이면 이번에는 안장에서 쏴 떨어뜨리겠어.” 릭은 말했다. “거기 당신뿐만 아니라 맡은 자리에서 도망치는 자 모두를 말이야.”
그러자 누군가가 외쳤다. “도망치다니? 우리는 싸우고 싶을 뿐이오!”
“싸울 기회는 곧 올 거야. 헛! 저걸 보라고!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릭은 적군 쪽을 가리켰다. 로마군이 화살 모양의 긴 종대를 짜고 제1파이크와 제2파이크 연대의 중간 지점을 돌파하려 하고 있었다.
-pp 281~282

릭은 흥미를 느끼며 두루마리를 건네받았다. 하나하나 손으로 찍어낸 목판인쇄의 블록체 글씨였기 때문에 읽는 것은 쉬웠다. 그는 천천히 그것을 읽어내려갔다.

Ego Tiberius Claudius Drusus Nero Germanicus…….

릭은 읽다 말고 양피지를 빤히 응시했다. “이것이 정말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위대한 역사서의 사본이란 말입니까?”
“내가 아는 한은 사실이오.”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것을 의심할 이유는 전혀 없소. 그럼 그대는 이 선물이 마음에 들었소?”
“물론입니다.” 릭은 대답했다. 그는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어떤 대가를 요구해올지 불안했던 것이다. “마르셀리우스가 내 흥미의 대상을 기억해줘서 기쁘군요.”
“그는 당신이 한 말 전부를 글로 옮겨썼소.” 루시우스가 말했다. “내가 직접 그것을 받아썼기 때문에 잘 알고 있소.”
“보여줄래?” 그웬이 말했다.
릭은 그녀에게 양피지를 건네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물론 바보스러운 감정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라틴어로 쓰여진 이 문서를 읽을 수 없었고, 결국 그녀에게 부탁해야 하지 않는가. 그는 그웬에게 두루마리를 건네주고 그녀가 행여나 실수로 그것을 찢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웬은 마치 갓난애라도 안듯이 조심조심 두루마리를 받아들었다.
“그것 말고도 다른 기록들도 있소.”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중 하나에는 병사의 한 무리가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온 경위가 기록되어 있소.”
“그런 기록들은 어디 있습니까?” 릭이 물었다.
“마루셀리우스 총독이 가지고 있소. 그는 그것들도 그대에게 선물할 용의가 있다고 했소.”
“당신 친구는 매우 친절하군요.”
“이러는 대가로 그가 원하는 게 뭐죠?” 그웬이 물었다.
-pp 311~312

릭은 일단 멈춰서서 전령들에게 명령을 하달한 다음 큰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웬은 그를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쇄자갑과 마르셀리우스가 선물로 보낸 진홍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중기병용의 코가리개가 달린 전형적인 탄환형 투구를 쓰고 있었고, 장화 대신 강철제의 신발을 신고 정강이받이를 대고 있었다. 천막에 들어온 후 그는 제이미의 도움을 받으며 투구와 목가리개를 벗었지만, 나머지 갑옷은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그웬과 마주앉았다.
“당신이 여기에 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유감스럽게도 최악의 시기에 도착했군.”
“왜?”
“왜냐하면 난 지금 당장 전투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야. 내일 새벽이 되기 전에. 그러니까 오늘밤에는 할 일이 산적해 있어. 그웬, 만약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빨리 해 줘.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당신을 타마에르손으로 돌려보내고 싶으니까.”
“내 몸을 그렇게 걱정해 주다니 정말 고마워.”
“그게 무슨 뜻이지? 당신은 타 카르토스에 머물 수도 있었잖아. 나도 당신이 그래 주길 원했어. 내일 전투에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질 경우에도 당신이 대학을 시작해 줬으면 좋겠어. 지금도 나는 그것이 우리가 이 행성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전쟁을 중지하는 거야.”
“드디어 내게 진실을 말해줄 생각이야?” 릭이 물었다.
-pp 358~359

할 일은 많았다. 수리노마즈 재배를 위해 들판을 개간해야 했다. 유사시에 주민들이 재빨리 동굴로 대피할 수 있도록 경작지를 신중하게 배분할 필요도 있었다. 동굴에는 식량을 저장해야 했고, 새로 개발한 보습을 써서 더 많은 경작지를 갈아야 했다. 그러는 동시에 전쟁의 위협에도 대처해야 했다.
틸라라가 그들과 합류했다. 릭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마치 열두 명의 아내와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씩씩하게 군대를 지휘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부끄럼을 타는 연약한 여성으로 변하곤 했다. 지금 그녀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인 귀족 계급의 귀감 같아 보인다.
그들이 결혼한 지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릭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한층 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그녀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또 하나 더 확실한 것이 있다. 그웬이 여길 떠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트러블’을 의미하는 중국의 표의문자는 한 지붕 아래 두 명의 여자가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 과거 몇 개월 동안의 경험은 그 표현의 적절함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p 397

목차

목차
용어 해설…… 9
제1부 용병들…… 11
제2부 우주선…… 75
제3부 틸라라…… 121
제4부 십자로…… 167
제5부 타마에르손…… 207
제6부 전쟁 지도자…… 241
제7부 학자들…… 301
제8부 예니체리…… 347
에필로그…… 383
역자 소개……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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