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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801386 / 308쪽 188 x 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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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고대 그리스 최고 권위자 김진경 교수의 연구담과 생각, 삶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고대 그리스 최고 권위자인 김진경 교수의 삶, 생각, 연구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 시대상과 함께 녹아들어간 글이다. 역사학, 그리스, 그리스 비극에 대한 가벼운 안내서 역할도 하고 있다.
31쪽
분명 우리는 우리의 시절을 가졌었다. 모멸과 자학과 냉소의 시절, 그래도 그것은 우리의 시절이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우선 나 자신을 멸시하였다. 살려야 할 티끌만한 가치도 없으려니와 죽어야 할 적극적인 이유도 갖지 못했던 나 자신, 그것을 우리는 멸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는 모든 인간을 냉소하기로 하였다. 어느 당파를 막론하고 우리를 지배하겠다고 나서는 정객들을 적시하였다. 우리는 이른바 문화인을 멸시하였다. 그네들의 무식, 겁나, 무사상을 타기하기에 족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학문보다 권위의식에 사는 교수를 외면하였다. 그들의 허세, 현학, 오기, 권태에 찬 두 시간의 강의보다 30분의 독서가 한결 소중했기 때문이다.
46~47쪽
자네들의 울굴과 낭만성, 그 진지성과 비창감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어딘지 명랑하고 유머러스해서 어쩌면 부잣집 아이들의 어리광과 같은 느낌을 씻을 수 없었다. 그것은 처절하고 절박한 한국 학생들의 운동과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가난하고 메마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스산한 국가 폭력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한국의 학생들, 그들은 한낱 철부지 아이들이 아니라 조국의 지적 엘리트의 전위이며 단순한 반사회적 불만의 무리가 아니라 민족의 양심, 민족주의의 집약적 표현이었다. 메시아적 사명감에 불타면서도 언제나 신중하며 납득할 만한 분명한 이유, 묵과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야 비로소 일어서서 일단 궐기하면 맹렬한 행동성으로 민중을 분기시키고 정권마저 타도했던 것이다. 그들의 행동에 천진성과 유머는 없어도 살기 어린 긴장감, 박진의 생명감이 넘쳤으며, 요컨대 그들은 남성이었고 영웅이었으며 청춘의 격렬한 실체이었다.
141쪽올바른 사료만 있으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인식부족이지. 사료는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지. 사료는 악기와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 연주를 해주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거여. 어떤 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은 역사가의 솜씨에 달려 있지. 그런 뜻에서 역사가는 예술가라 할 수도 있다.
195쪽
현대는 신이 없는 시대이다. 따라서 비극과 유사한 비근한 사건은 내면적 양식과 심각성이 없는 한낱 고립적인 범죄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비극은 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신의 영역 속에 숨 쉰다. 신 없이는 보편성이 없는 개별적인 범죄도 비극에서는 심각한 종교적 의의를 띤다.
206쪽
비극은 신화 전설을 소재로 하여 심각한 생의 문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시인의 정치이념과 정치현실이 여실히 반영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치론을 개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작들이 한결같이 아테네 민주정에 대해 비판적인데 반해 비극시인들은 대체로 민주정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다. 비극은 민주정과 더불어 성장 발달하고 민주정과 더불어 쇠퇴한다. 비극은 고매하고 심각한 생의 문제를 담고 있으나 그것은 필경 민중의 예술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