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55618655 / 416쪽 135 x 208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황서현
-
김기훈, 쎄듀 영어교육연구센터
-
정약용, 정영훈
-
공우석
- 10,800
- 13,500
- 12,600
- 15,300
- 청소년교양 > 청소년 문화 > 청소년 성/건강/이성교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우리는 야동에 나오는 섹시한 여고생도,?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소년도 아니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하는 ‘순결한 처녀’가 아니다! 부끄러울 것도, 죄지은 것도 없는 십대를 위?한, 십대에 의한, 십대의 성 이야기 ‘나는 처녀가 아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물이 2013년 SNS에 등장했다. “우리는 야동에 나오는 섹시한 여고생도,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소년도 아니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하는 ‘순결한 처녀’가 아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한 이 캠페인은, 전... 우리는 야동에 나오는 섹시한 여고생도,?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소년도 아니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하는 ‘순결한 처녀’가 아니다! 부끄러울 것도, 죄지은 것도 없는 십대를 위한, 십대에 의한, 십대의 성 이야기 ‘나는 처녀가 아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물이 2013년 SNS에 등장했다. “우리는 야동에 나오는 섹시한 여고생도,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소년도 아니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하는 ‘순결한 처녀’가 아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한 이 캠페인은,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에게 공모받은 사연을 모아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에 3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겨레 21]에 여섯 페이지에 걸친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더 강했다. 일간베스트나 디시인사이드 같은 남성 유저 중심의 게시판에 이들의 사연이 올라가면서 악플과 욕설에 시달리게 되었다. 섹스를 하고 싶으면 몰래 하지 왜 드러내놓고 하느냐는 ‘충고’하는 사람에서부터 저 활동가들은 다 창녀나 걸레라며 원색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까지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 청소년들은 그저 ‘우리도 섹스를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이런 캠페인을 벌인 것이 아니다. 청소년은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눌러야 하고, 성욕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기 위함이다. 또한 피임법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임신이나 출산,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오롯이 개인이 져야 하는 모순된 문제 상황을 공론화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에는 이 청소년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냈다. 모텔에 들어가지 못해 후미진 공원이나 공중화장실 같은 더럽고 위험한 장소에서 섹스해야 했던 이야기, 학교에서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차별받았던 경험, 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희롱당하고 성폭행의 위험에 처했던 사연, 탈가정 청소년이 성매매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등 각자가 겪은 개인적인 사연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학교와 가정 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연애 금지 조치, 남녀학생 간의 윤리거리 지정 문제, 공허한 성교육 문제, 청소년 임신출산 지원 부재 같은 사회문제 등 성 관련 담론에 직접 목소리를 낸다. 모든 인간은 성적 존재다 십대 자녀가 나도 애인과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부모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해야 하는 일이지 지금 할 일이 아니라고.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학교도 못 다니고 네 인생은 망가질 거라고.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자유로운 성은 낙태와 성병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태어나게 되는 생명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성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말이다. 이런 말의 이면에는 누구든 성으로 인한 위기에 처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고립된 존재가 될 것이고, 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실패하고 불안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사회적인 안전망이나 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으로 인한 문제는 오롯이 개인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성적 존재다. 누구나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입시공부에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성은 원천부정당한다. 사실상 연애 금지 조치를 정해둔 학교도 많고, ‘남녀학생 간 윤리거리 30cm’ 규정을 두어 이성끼리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처벌하는 학교도 있다. 피임과 관련한 제대로 된 어떠한 성교육을 받지 못함에도, 임신하게 되면 학교를 다니기 어렵다. 낙태를 강요받고, 출산이라도 하게 되면 예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학교 안에서도 성폭행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변태’ 선생님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청소년의 증언이 어른들의 귀에 들어가도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친구들과 쉬쉬하며 이야기할 뿐이다. 성희롱을 당하면 밤늦게 돌아다니진 않았는지, 짧은 치마를 입지는 않았는지, 그러니까 성희롱을 당할만했는지 의심받고 점검받는다. 성소수자라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동성애자의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동급생에게 폭행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트렌스젠더라면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는 교복을 입기 위해서는 투쟁 아닌 투쟁을 해야 한다. 커밍아웃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학교에 남아 있기 힘들어진다. 그저 이것은 일부 극소수 ‘까진’ ‘날라리’의 일이 아니다. 정보 차단으로 인해 ‘야동’ 같은 음성적인 경로에서 배우는 성 의식은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혐오로 이어지기 쉽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책임지지 않고 섹스를 그저 쾌락의 도구로만 삼는 일그러진 성 문화를 고착시킬 수밖에 없다. 이것이 청소년의 성을 부정하고 유예하라고만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청소년의 힘과 역량 기르기가 답이다 학교 성교육이 실효성이 없고 제대로 성을 교육하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베이비박스 존재에 관한 논란 등으로 인해 십대의 임신과 출산, 낙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악하고 놀랄 뿐, 어떻게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 청소년의 성 문제는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성 문화를 만들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가 부재한 까닭이다. 이 책에서 청소년들은 청소년 스스로 힘과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른들에게 그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남는다면 성폭력의 위협에 처했을 때 그저 “안 돼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지만, 상대방과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라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성의 문제는 삶의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사회적 규정이나 언명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사회적 조건과 위치, 상황에 따라 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때조차도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은 근본적인 답이 될 수가 없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온전히 행사하고 보장받으려면 무엇보다 개인이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얻고 판단력과 협상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여러 상황에 직접 대응하면서 자신의 삶을 기획할 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모든 개인에게 이 과정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과 차별, 낙인, 편견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92~293쪽) 실상이 어떠한지, 무엇부터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교육과 제도를 끌고 갈 것인지 그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책에는 공론장에서 빠져 있던 십대청소년의 진짜 목소리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담겨 있다. 책속으로 추가 남성청소년들의 성 고민에 낙태, 임신, 피임 같은 개념이 들어선 자리는 별로 없어요. 야동 배우들은 꿰고 있어도 피임 지식은 없는 거죠. 성경험이 없는 경우는 피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남성 입장에서는 자신이 피임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섹스를
난 흔히 순수하고 깨끗하다고들 말하는 처녀다. 열아홉 살 나는 왜 처녀일까? 성욕, 나도 있다. 사랑하는 내 애인과 키스도 하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다. 하지만 정작 현실의 나는 애인한테 뽀뽀하자고도 못하는 처녀다. 누가 나를 처녀로 만들었을까? 어릴 때 나는 야동 보면 잡혀가는 줄 알았다. 결혼 전에 섹스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야동 봐도 되고 키스해도 되고 섹스해도 된다는 걸 알았는데 아직도 그런 주입된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만들어진 처녀다. 이제 더는 처녀이고 싶지 않다.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실천하는 비(非)처녀가 되고 싶다. (25~26쪽)
청소년의 사생활은 전면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 2015년 4월, 전기통신사업법 및 시행령에 의해 청소년은 ‘유해물 차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설치하라고 지정한 애플리케이션 대다수는 보호자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기능 은 물론 위치 추적 기능, 앱 사용기록 확인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에서 청소년의 사생활 통제를 ‘권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78~79쪽)
우리 사회는 어린이의 성을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앞의 논쟁에 등장했듯, 임신(낙태)과 성적 타락(더럽혀짐)의 가능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성에 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이것은 결혼하지 않은 내게도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제다. 여성의 성에 관해서도 이 사회는 똑같이 염려한다. 결혼 안 한 여자가 임신하면 어쩌려고 함부로 구느냐며 겁도 없다고 한다든가, 남편이 없는 여자가 성에 눈뜨면 가정파괴범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이 사회는 어린이에게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도 성은 다른 사람과 본인을 언제고 위협할 수 있는 칼날이나 폭탄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말한다. 성은 밟으면 끝인 지뢰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 성은 사람의 인생을 언제든 나락으로 끌어내리려 붉은 혀를 낼름거리는 악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두렵고 무섭지만 손쉽게 넘어가버릴 만큼 유혹적인 검은 악마 말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부를 악마화하고 자신을 부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누구도 성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성-죄인이다. (96~98쪽)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내가 레즈비언이고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이었는데, 그 당시 나는 애인이 없었기 때문에 내게 진위를 물어오는 학생 중 한 명에게 ‘레즈비언은 맞는데 애인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지면서 폭력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내가 사물함으로 갈 때면 공으로 머리나 엉덩이, 가슴 등 신체부위를 맞추면서 놀았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면 물을 뿌리거나 몰래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내가 쓴 양치컵에 치약을 대량으로 짜놓거나 교복에 치약이나 껌을 묻히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나를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 사이트들에 올리기까지 했다. 나는 정말로 개처럼 맞았다.
한번은 누가 내 교복 안에 커터칼 심 조각을 잘라서 넣어놨는데 그 상태로 계단에서 밀어서 굴렸다. 누군가 이 일을 익명으로 신고했다. 교사가 나와 나를 괴롭힌 학생들을 교무실로 불렀는데, 가해자들에게 얘를 왜 때렸냐고 묻자 가해자들이 ‘얘가 레즈비언이라서요.’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교무실 분위기가 싸해졌고 교사는 우리를 교실로 돌려보냈다. 다음 쉬는 시간에 나와 가해자들은 다시 불려갔는데 그때는 교사는 ‘둘 다 잘못한 것 같다.’며, 나에게는 성정체성을 고치라고 하고, 가해학생들에게는 때리지 말라고 하면서 서로 악수하고 화해하라고 했다. (123~124쪽)
사람들은 청소년 가출이 비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가족들은 평화롭지 않고, 폭력적이고, 서로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부모는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데 자식은 부모 말을 안 듣는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어떤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계속되는 무시와 냉대, 차별에 더는 버틸 수 없을 만큼 마음의 멍이 든 청소년들이 있다.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 이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무얼 안다고 함부로 재단하는가. 어떤 청소년이 가출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정 끝에 길바닥으로 나가게 되었을까 생각이라도 해봐야 한다. (179쪽)
남성청소년들의 성 고민에 낙태, 임신, 피임 같은 개념이 들어선 자리는 별로 없어요. 야동 배우들은 꿰고 있어도 피임 지식은 없는 거죠. 성경험이 없는 경우는 피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남성 입장에서는 자신이 피임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섹스를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함께 합의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뒤따를 수 있다는 걸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죠.
(……) 남중에서는 여학생이 없으니까 여성을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남성중심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다 같은 남자들인데 뭐 어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음담패설도 많이 하고요. 일베에서 얘기하는 여성혐오적인 이야기들, 김치녀니 된장녀니 하면서 여자 품평하는 얘기도 여과 없이 하는 분위기였어요.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들도 있으니까 그런 여성혐오적인 이야기를 하면 까이고 반박당할 텐데, 남학교에선 그런 브레이크가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죠. 남학교 여학교로 한쪽 성별만 모여 있는 건 교육상 좋지 않은 것 같아요. (233~234쪽)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성폭력을 겪었다. 모두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친구는 모래내시장 근처를 지나 집에 가다가 모르는 아저씨에게 잡혀 끌려갔다고 했다. 그 애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떡볶이 포장마차에 숨어들어 주인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던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중학교 때 연상의 남자친구가 노래방에서 강제로 키스하고 만졌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지하철에서도 그 남자는 억지로 키스하고 친구 손목을 제압한 채로 몸을 더듬었다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학원 친구는 등굣길에 택시를 탔다가 택시 아저씨에게 납치돼서 잠깐 신호에 멈춘 틈을 타 차도에서 뛰어내린 일도 있었다. 내가 중학생 때 체육선생님은 유독 여학생들한테만 명찰 핑계를 대며 자로 젖꼭지를 만져댔고, 고등학생 때 체육선생님은 친구의 교복치마 위로 자기 성기를 문질러댔다. 우리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이야기를 공유했지만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고추가 내 안에 들어온 만큼의 큰 일이 아니라면 어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우리의 가치는 처녀성에 달려 있다.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물건, 사위에게 곱게 싸서 건네주어야 할 선물. 처녀성에 흠집만 가지 않으면 좋은 남자에게 시집보낼 수 있다는 엄마의 신념이 추행당한 것보다 더 싫었다. (366쪽)
매일 집을 나설 때마다 거울 앞에 나를 보며 ‘안 야한가?’ 하며 검열하게 하는 사회, 밤늦게 길을 걸을 때 뒤를 힐끔힐끔 보며 ‘따라오나?’ 하며 겁을 먹게 하는 사회, 성폭력인지 아닌지 눈치 보며 고민하게 하는 사회, 성폭력을 당해도 당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는지 따지는 사회. 겉으로는 “네 잘못 아니야.”라고 해도 막상 사람들은 나의 짧은 치마가, 늦은 귀가시간이, 나의 행동이, 저항의 세기가 어땠는지를 따지며 성폭력을 당할만했는지 판단하겠죠. 성폭력 예방 교육은 ‘나를 위해서’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야하게 입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예방’ 수칙들이 막상 내가 피해를 당한다면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내 책임과 내 탓으로, 내가 감내해야 할 자책감으로 돌아올 것을 나는 알고 있어요. (367~368쪽)
인간에게는 ‘보호받을 권리’도 있지만 ‘자유를 누릴 권리’도 있다. 또 ‘성적 자기결정권’도 있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당사자의 자유나 자기결정권을 제한해야 한다면 아주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제한해야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유의 제한에 동의하는가 여부도 중요하다. 그러나 언제 정치가, 제도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던가?
또 보호를 위해 자유를 제한한다면 그 방식이 정말로 보호에 효과적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성관계 동의가능 기준연령을 상향하고 15세나 16세도 자발적 성관계가 불가능한 무성적인 존재라고 명명하는 것이 과연 청소년 성폭력 피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성폭력 문제해결의 핵심은 당사자의 힘과 역량 기르기에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을 확률보다 아는 사람(애인이나 가족, 친구나 선후배, 고용주 등)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할 확률이 훨씬 높다. 아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일을 예방하려면, 상호 권력관계를 더 평등하게 만들어 싫은 것은 거절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줄 알아야 한다. 권력 면에서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가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 내에서, 애인 사이에서, 친구 및 선후배 집단에서 상호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여 자신의 의사표현을 어렵지 않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로 당사자의 힘 기르기다. 또 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를 입은 자신을 자책하지 않도록 마음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바로 당사자의 역량 기르기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힘과 역량을 기르려면 먼저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성적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성교육과 지지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내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방식의 성관계 동의가능 기준연령 상향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380~381쪽)
목차
프롤로그
‘나는 처녀가 아니다’-순결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향한 그들의 시선·7
1부 연애, 성
선언·19
멀티방과 모텔방 사이·33
연애 탄압하는 학교, 사랑을 금하다·42
청소년유해매체는 정말 유해할까?·56
‘성性’이 ‘성인물成人物’ 취급받는 이유·70
어린이의 성, 보호인가 박탈인가·84
2부 성소수자
선언·107
학교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116
청소년 트랜스젠더 이야기·128?
엑스존에서 학생인권조례까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돌아보다·154
3부 가족
선언·179
청소년을 보호받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들·190
가족, 시선의 감옥·200
4부 임신·출산·피임·낙태
선언·217
임신, 출산, 피임, 낙태…… 우리가 겪은 이야기·228
청소년 임신을 대해온 눈빛의 역사·271
‘보호’에서 ‘보장’으로, 청소년이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위해·289
[부록] 청소년을 위한 진짜 피임법, 그리고 임신출산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315
5부 성폭력
선언·359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나의 이야기·369
학교는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아니!·385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392
[부록] 성폭력을 당했다면 이렇게 하세요·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