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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30269 / 96쪽 128 x 187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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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세상에 없는 눈빛으로 쓴
어스름의 언어
오랜 교직 생활을 접고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짓는 송만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사람의 일생, 한 가계의 지난한 삶을 노래한 이번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새삼 되물어보게 해준다. 본래 송시인의 장기인 투박한 전라도 입말이 만들어 내는 생생한 삶의 풍경은 요즘 시에서 보기 힘든 정감과 생동감을 자아낸다.
“닭이 내깔긴 물찌똥 질펀한데 개는 꾸벅거리고/용두 뒷산으로 구름을 쫓다 장사 떠난 엄니가 울컥 맺혀서/찡한 마음까지 손바닥에 쩍쩍 뱉어서 사챙기를 꼬았네”.
‘사챙기’는 전라도에서 ‘사챙이’로도 부르는 짚으로 꼰 새끼를 말한다. 장사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곤 손바닥에 침을 뱉어가며 새끼를 꼬는 어린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사챙기는, “뒤울 대바람이 기웃거려/참새 떼 울음도 새려지고” 들판의 “까마귀 떼들이 엮이고” 팔영산도 굽이굽이 꼬이고, “물짠 가난이나 설움까지 꼬여”서 “살아 살아 풀린 적 없는” 삶으로 그 의미망을 넓힌다.
어린 날 먼 섬으로 장사를 떠났던 엄니, 석유가 아깝다고 처마 밑 남포등도 꺼 버린 여름밤, 사글세 튀김집을 열었던 녹동 바닷가 선착장 뒷골목, 자식들을 데리고 살기 위해 떠났던 서울 봉천동 비닐하우스 집, 방화동 영세민 아파트 등 시에 드러나는 한 가계의 희로애락은 참 ‘짠하고도 물큰하다’.
시인은 그 삶의 굴곡을 가만가만 더듬으며, 오래 전 붕괴돼 버린 가난했으나 따스했던 공동체와 휘황하나 정 붙일 곳 없는 현실 사이를 오간다. 어린 시절, 외갓집 제삿날에 모퉁이 산길을 걸어 돌아온 밤은 “엄니 손을 꼭 잡고 곯아떨어진 따뜻했던 날들”이었고, 서울살이는 “북적거린 일수로 찍어 댄 곗돈 떼이고 밑천까지 세상에 털렸던 봉천동”으로 그려진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멀리 두고 “개밥그릇에 사료나 퍼 주고” “아궁이에 불감들 아귀아귀 처넣어 보”는 시인에게 삶이란 “여기가 어디지!”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부평초의 바닥이다.
김경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읽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의 시에는 \"나무의 헐한 몸통을 단숨에 쪼아대는 딱따구리처럼\" 사람의 애간장을 파고드는 세상에 없는 눈빛이 있다. 새벽 어스름이거나 저녁 어스름 그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박명薄明의 언어가 시라면, 그의 시는 어스름의 언어로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울먹임\"과 \"엄니의 솥뚜껑 여닫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보내고, 삶이란 무엇이냐 라고 물으면, “굽이치던 비바람이 말없이 가 버리”고, “다시 세차게 밀려”든다. 시인은 지금 그 뿌리내릴 수 없는 바닥 위에 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