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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끌리또 5

시리즈 : 빠라끌리또 [11]

가프 저 | 청어람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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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04906770 / 315쪽 130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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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날개를 의미하는 고대 히브리어를 필명으로 하는
이 사람은 푸르게 꿈꾸는 충주호의 호반에서
생의 첫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뉴 에이지 음악에 심취한 그는 이사오 사사키의
Princess Of Flowers를 아주 좋아합니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듣는 테오도라키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도 그를 엿볼 수 있는 
주요 아이템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병리학을 전공한 그는 글쓰기에 있어
감성 터치를 즐겨하며 돈을 많이 벌면 
가난한 나라에 가서 작으나마 봉사하는 것,
그는 그게 생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합니다.


책 속에서

일광보살!
월광보살!
천신대감!
오방신장!
관성제군!
화덕장군!
벼락장군!
많기도 했다. 수많은 무신도(巫神圖)들이 허공을 훨훨 날아다녔다. 그런 다음 차례로 그림 안에서 튀어나왔다.
컸다.
무신도에서 나온 물체들은 고층빌딩만큼이나 컸다. 36가지 원색으로 칠해도 못 당할 것 같은 화려한 색감과 위압감에 승우는 눈 둘 곳을 몰랐다.
[이놈!]
머리에 해를 인 일광보살의 목소리가 승우를 반짝 들어 올렸다. 뭔가에 잡힌 것도 아니지만 승우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네가 감히 우리를 부정해?]
일광보살의 머리에서 햇살이 레이저처럼 쏟아졌다.
[네놈이 누구의 은덕을 입어 세상에 나왔더냐? 네 어미는 그토록 갸륵하게 우리를 섬겼고 네 안에도 그 피가 도도히 흐르거늘, 너는 어찌 부적만 봐도 지랄발광 경기(驚氣)를 한단 말이냐?]
“끄으…….”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열리지 않았다. 불덩이가 목에 걸린 느낌이다.
[저 발칙한 놈을 갈가리 찢어 몸뚱이를 곤죽으로 녹여 버리거라.]
일광보살이 명하자 다른 물체들이 다가섰다. 그중 하나가 부적을 내밀었다. ‘빠라’ 중의 하나인 송 사장에게 빼앗아 발기발기 아작을 낸 그 부적이었다.
빠라는 빠라끌리또의 줄임말이다. 승우의 똥구멍을 빨아주는 검찰 밖의 협력자 내지는 스폰서, 권력의 시녀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뒤로 도열한 무신도의 물체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부적을 들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승우가 보이는 족족 찢어버린 부적 전부를 가지고 온 것만 같았다.
[네가 이토록 질긴 업보를 쌓았으니…….]
오방신장이 나서서 운월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부적들이 낱낱이 찢겨 흩어졌다.
“…….”
승우는 눈을 의심했다. 흩어진 부적들이 하나하나 지옥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것은 불의 지옥, 또 어떤 것은 가시의 지옥, 또 어떤 것은 뱀의 지옥, 심지어는 쥐들이 바글거리는 지옥도 있었다.
“안 돼!”
그 모든 지옥이 오롯이 승우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승우는 필사의 몸부림을 쳤다.

“……!”
번쩍 눈을 뜨니 승우의 앞에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안마시술소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검찰 짬밥이 쌓인 승우. 격무로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이따금 이곳을 이용해 주시고 있었다.
검찰청 평검사 송승우!
비리 전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공안 전문, 경제사범 전문, 컴퓨터 범죄 전문, 폭력 전문처럼 그런 쪽으로 특화된 검사로 오해하는 일이 많다. 그러니 오해방지용 사족을 붙이자면 승우는 비리를 전문으로 파헤치는 검사가 아니라 비리를 전문으로 저지르는 검사였다.
자타 공인 뺀질이에 염불보다 잿밥 전공인 검사!
그러나 누구보다 그 일에 자부심 더하기 자존심까지 풀세트로 갖춘 그는 재수 없는 꿈을 떨치려 머리를 저었다.
무당!
승우의 엄마는 무당이었다. 한때는 제법 용하다는 소문이 돌아 손님이 꼬이기도 했다. 부적 한 장에 1,000만 원, 굿 한 번에 3,000만 원 이상을 받을 정도였다. 화무십일홍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유명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너 해가 지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무당 엄마.
자라면서 놀림도 많이 받았다. 가장 분한 건 술주정뱅이를 아버지로 둔 찌질한 놈까지 승우를 놀려먹는다는 거였다.
술주정뱅이만도 못한 무당.
승우 엄마가 차지한 학부모의 위치가 그랬다.
마음이 아팠지만 참아 넘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승우는 나쁘지 않은 머리처럼 힘도 좀 셌으니 지나치다 싶은 놈들은 뭉개 버리면 그만이었다.
신통력이 떨어진 엄마는 무당을 그만두었다. 물론 중간에 사연이 있었다. 그건 일단 비밀이다. 이후로 시들시들 아프기 시작했다. 무당의 운명이라고 했다. 무당은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을 때 그만두면 몸이 아픈 거라고 했다. 신내림이란 자기 마음대로 벗어날 수도 없는 일. 그건 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승우의 수능 뒷바라지는 잊지 않았다.
엄마는 승우가 법관이 되기를 바랐다. 아버지가 비운의 고시생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고시에서 열한 번이나 떨어졌다. 그리고 폐결핵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때 승우는 고작 두 살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승우는 법대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도 딱히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진학했다. 담임이 장래 희망에 적힌 ‘법관’을 보고 입학사정관으로 법대를 추천했고, 거기 붙으면 수능을 안 봐도 된다기에 옳다구나 하고 동의해 버렸다.
승우가 합격한 21일 후, 엄마는 가슴앓이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엄마 품에서 부적이 나왔다. 혹시나 싶어 뒤져 봤더니 부적은 온갖 데 다 있었다.
승우의 팬티, 승우의 베개, 승우의 이불과 책가방 안쪽, 심지어는 운동화 안창 밑에도 비닐에 꼭꼭 싸인 부적이 있었다. 그걸로 승우의 합격을 빈 모양이다.
찝찝했다.
그 문양이, 그 색깔이 싫었다. 공연한 두려움까지 겹치자 승우는 부적 수색에 나섰다. 그때 찾아낸 게 자그마치 열여섯 장이었다.
‘자기 목숨도 못 지키는 주제에…….’
한 손에 모아 태워 버렸다.
엄마가 미웠다.
부적은 그냥 만드는 게 아니다. 명경주사에 정성이 담기지 않으면 효과가 없단다. 그 명경주사를 만드는 재료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승우가 보기에는 그저 빨간 매직 글자 같던 부적. 그걸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던 바보 같은 엄마. 부적 만들 시간에 건강관리를 했으면 어땠을까?
요란뻑적지근한 제단도 정리했다.
천신, 칠성신, 산신, 사해용신, 장군신, 걸립신…….
어찌나 자주 들었는지 승우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에게는 목숨이자 신앙이던 무신도. 그러나 승우에게는 흉물스러운 그림일 뿐이었다.
그렇게 귀찮은 기억들. 그런 게 대낮 꿈속에 나타났으니 어찌 기분이 상쾌할까?
‘재수 없어.’
승우는 한 번 더 고개를 흔들었다.
“오빠, 그거 하다가 자는 사람이 어디 있어?”
승우의 배 위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빠라 중의 하나인 사장이 가끔 격무 위로 차 서비스(?)로 넣어주는 사우나 에이스였다.
“가라!”
묵직하게 한 마디 했다. 딱 한 마디면 족했다. 승우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검사였으니까.
“팁 없어요?”
“가!”
한 번 더 강조하자 여자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밀실을 나갔다.
“벌써 가시게요?”
옷을 입고 나오자 매니저가 다가와 아부를 떨었다. 세 번이나 봐준 안마시술소. 언제든 기분만 틀어지면 엮어버릴 수 있지만 사장이 제법 기분을 맞추는 터라 단속에서 빼주고 있는 곳이다.
머니머니머니닝!
뒷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전화가 울었다.
“아, 또 어떤 인간이…….”
전화를 확인한 승우는 얼른 인상을 풀었다. 오창윤 부장이었다. 이길수 부장 이후로 새로 직속 부장이 된 오창윤. 은근 검사의 신념이 강한 스타일이었다. 오 부장 아래에서 승우는 차도형, 권오길, 나수미 등의 검찰수사관들과 팀을 이루고 있었다.
“아, 부장님!”
목청을 가다듬고 응대하는 승우.
“아, 예. 지금 사건 수사 때문에…….”
승우는 태연하게 둘러댔다. 지검을 십 분 거리에 두고 말이다.
“예? 다섯 번이나요? 그건 제가 지하실에서 중요한 걸 조사하는 바람에… 예… 알겠… 습니다.”
명랑하게 올라갔던 목소리가 뚝 떨어졌다.
“이 양반, 검사가 나밖에 없나? 어떻게든 부려먹으려고…….”
승우는 끊어진 전화기에 대고 냉소를 뿜었다. 오 부장이 긴급 호출을 해온 것이다. 다섯 번이나 전화를 했다니 시간 한 번 널널한 사람이었다.
“해괴망측한 살인 사건이라…….”
승우는 하늘을 보았다. 얼마 전부터 사건 배정이 좀 야리꾸리해지고 있었다. 종합해 보건대 의도적인 배정이다. 골치 아픈 사건을 맡겨서 제풀에 무너지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사표를 내거나 좌천을 당할 승우가 아니었다.
왜?
이 좋은 권력을 왜?
전화만 때리면 서로 접대하려고 몰려드는 ‘빠라’가 빵빵한 물 좋은 서울을 왜?

 

목차

목차
1장 환신 낫꺼도
2장 악몽의 파고다
3장 나 말고 내 동생
4장 신의 폭로
5장 Don't touch me
6장 목숨을 두 번 살린 칼집 부적
7장 망장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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