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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050503 / 365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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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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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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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규장각 학술총서 [10]
출판사 리뷰
조선왕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100여 년이 경과하였다. 이제 이 땅에서 당시의 삶이 어떠했는지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유무형의 기록뿐이다. 구전이나 문헌 또는 유물이나 유적이 전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 편집이나 부식(腐蝕) 또는 왜곡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과 경제생활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작업이 하나의 길로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조선 후기 국가재정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형태의 자료 또한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國家)의 실체로서의 왕가(王家)가 남긴 자세하고 일관된 기록이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남겨져 있다는 점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조선 후기 왕실재정과 서울상업》(소명출판, 2016)은 조선 왕실이 남긴 방대한 분량의 회계 기록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분석한 사실상의 첫 시도이다. 왕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국가재정과 지방 재정, 그리고 나아가 조선 경제에 대한 다면적 접근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왕실의 회계 장부를 해부하다
이 책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 후기 왕실의 경제 행위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고스란히 남아 전하는 방대한 분량의 회계 장부를 속속들이 파헤친 결과,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던 왕실의 내밀한 살림살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국가 재정 차원에서 면세의 혜택을 누리던 왕실의 경제생활은 토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원천으로부터의 수입에 기반하여 다양한 물자를 구입하여 소비하는 방식으로 영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운영의 실무는 내시와 궁녀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관료 또는 사대부의 접근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조선 후기 왕실의 창고를 들여다보다
10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을 대상으로 왕실의 재정 운영이 변화한 양상을 살펴본 결과, 왕실 창고의 재고가 점점 줄어 갔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19세기 중엽 이후의 격변기에 들어서면, 사정이 점차 악화되어 갔는데도 조선 왕실의 대처는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비어간 창고를 채워 나간 것은 왕실과 관련하여 일하는 사람의 임금을 체불하는 방법과 각종 물자를 납품하는 상인들에게 외상을 누적시키는 방식이 중심을 이루었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상의 타개나 돌파보다는 ‘위기의 전가를 통한 재분배’가 현실화되고 있었으며, 조선말기 왕실은 사실상 ‘거대한 빚쟁이’에 다름 아닌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왕실의 유지를 위한 지속적 소비 구조의 경직성을 밝히다
빚을 통해서라도 유지하려 한 왕실의 주요 지출은 제사와 의례를 중심으로 한 일상적 소비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개혁적 대처에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던 근원적 이유는 왕조의 제도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경직적 재정 운영 때문이었다. 정부 재정에 의해 공식적으로 보조되던 재원 이외에,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공기업처럼 예산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 그리고 조정과 민의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영역이 왕조가 패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던 것이다. 조선 후기 수십여 곳에 달했던 내수사(內需司) 이하 각 궁방(宮房)은 1907년에 이르기까지 10여 곳이 남아 유지되었다.
조선 후기 왕실에서 이루어진 현금과 물자의 출납 과정을 복원하다
내수사와 궁방은 조선 후기 왕실의 조달기관에 해당한다. 각종의 물자가 왕실에 공급되고 그 과정에서 쌀과 현금이 흘러갔다. 기관 안팎에서 조달에 참여하여 활약한 다양한 직책의 인물과, 조달의 각 단계별로 발행된 문서와 기록까지 파헤친 결과, 회계 장부의 작성 및 물자의 집중과 소비에 이르는 전체상이 복원되었다. 종래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조선 후기 왕실의 물자 구매경로 및 소통체계가 드러나기에 이른 것이다. 왕실의 운영과 유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서울의 상인조직과 시장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실증적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경제 구조에서 왕실재정과 서울상업의 불가분성을 확인하고 강조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도표와 그림 자료들을 통하여, 재정과 시장의 상호 관련에 한층 접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왕실재정의 중요성을 환기한 것이다. 그 첫걸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