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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전집 6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현대 문학과 사회에 관한 에세이, 1964~1986

시리즈 : 김우창 전집 [19]

김우창 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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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55469 / 676쪽 152 x 225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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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문학과 사회, 예술과 정치를 종합한 근대 지성의 원형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사유하는 이라면 반드시 소화해야 할 지적 자산 김우창의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1970년대를 매료한 평론집이었다. 표제작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평이한 시어로 형이상학적 사유를 개진한 최초의 서정시인이자 어려운 시절에 자유를 향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의인(義人)으로서의 한용운을 비평한 글이다. ‘궁핍한 시대’란 한용운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였지만, 글이 발표된 1973년의 독자들에게는 동시대를 형용하는 강렬한 표현이었다. 이 글과 나란히 실린 「일제하의 작가의 상황」은 이광수, 염상섭, 현기영, 이상, 윤동주, 이육사에게 문학과 현실 간의 변증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정치하게 분석한 대표작이며, 「한국 시와 형이상」은 최남선에서 서정주까지 한국 현대 시의 궤적을 종관해 오늘날 현대 시사를 이해하는 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우창의 문학 평론은 비판적 시선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작품의 아름다움만을 칭송하면서 그 구조적 형식과 역사적 의미를 보지 못하는 낭만적 경향을 벗어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김우창은 편집 동인 유종호와 더불어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의 편집 위원으로 오래 활동했다. 문학의 자율성을 주창한 《문학과지성》 그리고 문학의 사회 참여를 추구한 《창작과비평》으로 대별되는 두 경향 사이에서 《세계의 문학》은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을 매개한다는 독특한 행보를 걸었다. 세계 문학의 유산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한국 문학에서 한국인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의미를 추출하려 했던 노력은 1990년대의 ‘세계문학전집’ 총서로 이어진다. 김우창, 유종호, 정명환, 안삼환이 민음사와 함께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은 독자층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으며 독서 문화의 새 흐름을 만들었다. 김우창이 견지한 세계 문학을 향한 지향은 ‘세계문학포럼’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여러 차례 좌장으로 활동해 온 이력에서도 볼 수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리처드 로티, 오에 겐자부로, 가라타니 고진 등 동서양 지성과의 교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의 문제를 세계 속에서 풀어 나가고자 한 노력의 증거이다. 한국의 지성사를 특징짓는 두 축이 서구 이론의 수용과 한국 전통의 모색이라면, 전자의 압도하에 후자가 수세적으로 반응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전공인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한국 문학을 비평하고, 외래 사상과 세계사의 동향에 대한 박학한 지식을 토대 삼아 한국 사회의 명암을 짚어 온 김우창에 이르러 양자는 종합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단계에 올라섰다. 오늘날 경제 문화적으로 단일하게 재편되어 가는 세계는 끊임없이 정보를 유통하며 그에 대한 신속한 가치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인문학이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모험가의 철학을 뒷받침하거나, 구석에 몰린 낱낱의 삶을 위로하는 역할에 만족하는 실정이다. 이즈음 내놓는 김우창의 글 모음은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시야와 특수한 처지에서 보편을 지향하는 정신으로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인문학의 영광과 그늘까지 남김없이 드러낸다. 이에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면해야 할 ‘거대한 뿌리’라 할 김우창 전집을 내놓는 바이다. 궁핍한 시대를 지나, 풍요한 빈곤의 세계에 이른 오늘날 우리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새 문화와 학문을 구상하다 이번 새 전집 출간에 즈음하여 김우창은 자신의 저술 활동이 “주문이 들어오면 양복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그의 글쓰기는 말 그대로 그때그때의 사건에 대한 반응이었다. 저술은 저술가의 내면세계 같은 독자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와 저술가가 내놓을 수 있는 것 사이의 교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저술가의 사고와 언어는 역사적으로 틀 지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주관성과 상대성을 넘어가는 진리를 추구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살아온 것이 인문학자 김우창의 행로라고 간추려도 좋을 것이다. 예술에서 정치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한쪽 진영을 편들지 않은 채 엄정한 논리로 문제의 시말을 더듬어 나가는 그의 글은 때로 사변적이고 보수적이라거나 초월적인 이성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현실을 문장으로 얼버무리지 않는 김우창의 글에 동참하는 독자는 근대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한계 속에서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정신을 만난다. 근대에 인류는 이성을 참칭하는 오만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인간을 억압하는 폐해를 역력히 드러냈다. 김우창은 근대의 빛과 그늘을 직시하면서,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된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간의 더 나은 삶을 그리는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최후의 옹호자였다. 여느 사상가처럼 스스로 체계를 세우거나 핵심어를 내세운 적 없지만, 김우창의 사유를 어느 정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는 개념은 곧 ‘심미적 이성’이다. 사실을 판단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인 이성은 추상화하는 고유한 성격으로 인해 마치 ‘수레바퀴가 밟고 가는 길목의 꽃’과 같은 개별자를 쉽게 사상하고 만다. 이때 거대한 목적으로 환원할 수 없는 개인의 낱낱의 존재를 환기하며 이성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 바로 심미적인 감각이다. 이는 우리가 시 한 구절, 노래 몇 소절, 한 권의 소설을 체험할 때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아름다운 시는 생활 속에서 무뎌진 감각을 청신하게 하며, 마음으로 들어오는 음악은 굳어진 몸을 유연하게 펴고, 흥미진진한 소설은 미처 몰랐던 사람과 세상의 단면을 펼쳐 보여 준다. 이렇듯 개인의 감성적인 경험은 자연스럽게 더 큰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사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것이 심미적 이성이 그리는 사회이다. 김우창의 사상적 영역이 넓고 깊은 만큼, 후세대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컸다.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은 채 동서양을 두루 보는 시선 그리고 아카데미즘에 함몰되지 않고 분과 학문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발걸음은 그의 존재를 높은 산에 빗대는 측에게나, 넘어서야 할 벽으로 보는 측에게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우창의 영향을 보여 주는 최근의 예로는 사회학자 김찬호 교수의 『모멸감』(문학과지성사, 2014)을 들 수 있다. 한국 사회를 빚어내는 일상의 문법인 ‘모멸’이라는 감정의 구조를 추적한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김우창에게 실마리를 얻었음을 밝히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의 기저를 이루는 모멸감을 역사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그의 접근법에는 과연 김우창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김우창은 어린 시절을 일제 강점기에 보냈고, 중학교 때 6·25가 터졌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휴전을 맞는 등 격변 속에 있었던 까닭에 “내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폐허를 다만 응시하고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폐허 위에 새로운 문화와 학문을 재건하고자 힘을 기울였다. 전통의 유산을 일방적으로 고리타분하게 만드는 외래 사상의 물살을 한차례 겪고 난 우리는 이제 자랑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간에 우리의 경험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학문이 서구 이론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 자리를 조감하는 객관적인 수단이 되고, 문화가 화려하게 뽐내고 남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깊게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되길 바란 김우창의 글은 넓어지는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1936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해 영문학과로 전과했다. 미국 오하이오 웨슬리언대학교를 거쳐 코넬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미국문명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전임강사,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학술원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 ≪비평≫ 편집인이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저서로 『궁핍한 시대의 시인』(1977), 『지상의 척도』(1981), 『심미적 이성의 탐구』(1992), 『풍경과 마음』(2002), 『자유와 인간적인 삶』(2007), 『정의와 정의의 조건』(2008), 『깊은 마음의 생태학』(2014) 등이 있으며, 역서 『가을에 부쳐』(1976), 『미메시스』(공역, 1987), 『나, 후안 데 파레하』(2008) 등과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2008) 등이 있다. 서울문화예술평론상,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금호학술상, 고려대학술상,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 인촌상, 경암학술상을 수상했고, 2003년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책 속에서


어쩌면 진리 그 자체는 간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어떤 경우에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진리가 삶의 구체적 과정이 되는 것은 수많은 삶 속에서 수많은 판단과 수많은 실천의 결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개체적 실존의 관점에서 볼 때도,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 진리를 듣고 말하고 기억하고 하는 것보다도 그것의 깨우침이다. 이 깨우침은 사람마다 그에 주어진 능력과 그가 처해 있는 사정과 그의 개인적인 역사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문화의 과정은 이 개체적 진리의 깨우침을 다양한 길을 통하여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하나로 묶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체험의 구체적 완성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학은 문화적 자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리를 이루는 것이다.
얼핏 보아 가장 강력한 것은 사실의 힘이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사실과 마음의 가치가 부딪칠 때, 결국 물러나게 마련인 것은 마음의 가치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인 것이요, 장기적으로 볼 때, 역사를 만드는 것은 마음과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또 그렇게 하여 사람의 다양하고 조화된 생각이 만든 세계에서 사람은 참으로 사람다울 수 있다. 이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의 힘은 인간사에서 약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끈질기고 무시할 수 없으며, 결국은 모든 것을 이겨 내고야 만다. ― 「정치와 일상생활」(6권 544쪽)

목차

간행의 말
1부 시와 지성 - 영미 문학론
2부 문학예술과 사회의식
1장 단평 모음
2장 평론
3부 시대와 보편적 문화
1장 시대와 마음
2장 교육과 문화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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