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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꽃말을 읽다

안상학 저 | 실천문학사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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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9207349 / 148쪽 150 x 21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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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시인에게 시 쓰기란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이다 안상학 시인이 골라 뽑은 주옥같은 50편의 시와 여기에 해설을 덧붙인 시선집이 실천문학에서 나왔다. 안상학 시인이 엮은 첫 번째 사계사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매일신문』에 연재하던 110편의 시와 해설 중에서 작고 시인 작품과 외국 시편 등을 제외하고 가려 뽑아 50편의 시를 모았다. 이 책은 안상학 시인이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시의 민낯을 찾고자 고군분투한 흔적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일 년 동안 매주 2편씩 골라 해설을 써 나가는 일은 엄청난 ... 시인에게 시 쓰기란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이다 안상학 시인이 골라 뽑은 주옥같은 50편의 시와 여기에 해설을 덧붙인 시선집이 실천문학에서 나왔다. 안상학 시인이 엮은 첫 번째 사계사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매일신문』에 연재하던 110편의 시와 해설 중에서 작고 시인 작품과 외국 시편 등을 제외하고 가려 뽑아 50편의 시를 모았다. 이 책은 안상학 시인이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시의 민낯을 찾고자 고군분투한 흔적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일 년 동안 매주 2편씩 골라 해설을 써 나가는 일은 엄청난 집중력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에서 시작해 대자연의 순환을 한 순배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시인은 분명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후기에도 밝혔듯이 시인은 “죽은듯한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봄, 자라는 여름, 거두어들이는 가을, 살아 있는 것들이 다시 죽은 듯이 숨어드는 겨울을 시인들은 어떻게 시에 녹여내는지를,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어떻게 삶의 닮은꼴을 찾아 시로 노래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탐구했다. 그 결과 사람도 시도 무릇 자연 속 무수한 생명체와 다름없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삶의 과정을 포착하였다. 또한 자연스러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건너가는 통과의례를 통해 바야흐로 새로운 봄의 들판에 생동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는 대자연의 순리 속에 극한의 고통을 수용하고 긍정하는 자세에서 만날 수 있는 무연자비의 모습이고, 시인이 자신만의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말처럼 시라는 것은 결국 온전한 삶의 원형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립무원으로 던져진 영혼들의 언어이자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다사로운 사랑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단절되어 철저히 혼자가 된 슬픈 시간과 고독한 공간의 노래다. 기다림과 견딤으로 한밤을, 한겨울을 건너가는 소리 없는 절규다. 여기에 시인은 그들의 외로움과 아픔 속에 육박해 들어가 사랑을 나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시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안상학 시인이 골라 엮은 감동스런 50편의 시와 거기에 덧붙인 아름다운 해설은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안상학 시인의 시론 같은 후기를 읽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리고 본문 사이에 실린 풍경 사진은 2014년에 안상학 시인과 이시백 소설가가 몽골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 후기 중에서 시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정답은 없다. 시는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속 시원한 정답은 없다. 현실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자연을 떠났기 때문이다. 담장 밖으로 밀어낸 자연스러운 삶을 두고 담장 안의 억지 삶을 살기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다. 내 식으로 굳이 시를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많은 시인들의 생각과 삶이 그러하고, 시가 그러하다. 시를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연재기간 만큼 집중해서 읽은 적은 없다. 이 기간에 새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시가 태어나는 지점. 시인들은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을, 왜 쓰는지에 대한 내 막연한 생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는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고 했던가. 그렇다. 시는 인생의 사계절 중 겨울에 태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는 겨울의 언어였던 것이다. 겨울 중에서도 매서운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어둠이 내리면 시는 더욱 빛나는 존재로 태어난다. 여기 모인 50편의 시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전한 삶의 원형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립무원으로 던져진 영혼들의 언어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다사로운 사랑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단절되어 철저히 혼자가 된 슬픈 시간과 고독한 공간의 노래다. 못 살겠다고 발버둥치거나 힘들다고 발광을 떠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견딤으로 한밤을, 한겨울을 건너가는 소리 없는 절규다. 대자연이 그러하듯이 삶의 겨울도 새롭게 태어나는 봄으로 이어지고 마는 필연에 대한 긍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삶의 민얼굴들이다. 슬픔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낸 금쪽들의 담담한 표정들이다. 시는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자발적 소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그러안는다. 겨울 세상에 널린 뭇 생명들만큼이나 많은 동류의 외로움과 고통에 동참하여 동고동락한다. 무연자비無緣慈悲,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인연 아닌, 인연 없는 것들과 슬픈 사랑을 나눈다. 그리하여 조곤조곤 속삭이는 말과 다독이는 손짓의 언어들을 원고지에 옮겨 심는다.

저자 소개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年 11月의 新川>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그대 무사한가>,<안동소주>,<오래된 엽서>,<아배 생각>. 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가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권정생어린이재단 설립준비위원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머리말



§. 후기 중에서

시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정답은 없다. 시는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속 시원한 정답은 없다. 현실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자연을 떠났기 때문이다. 담장 밖으로 밀어낸 자연스러운 삶을 두고 담장 안의 억지 삶을 살기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다. 내 식으로 굳이 시를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많은 시인들의 생각과 삶이 그러하고, 시가 그러하다.
시를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연재기간 만큼 집중해서 읽은 적은 없다. 이 기간에 새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시가 태어나는 지점. 시인들은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을, 왜 쓰는지에 대한 내 막연한 생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는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고 했던가. 그렇다. 시는 인생의 사계절 중 겨울에 태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는 겨울의 언어였던 것이다. 겨울 중에서도 매서운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어둠이 내리면 시는 더욱 빛나는 존재로 태어난다.
여기 모인 50편의 시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전한 삶의 원형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립무원으로 던져진 영혼들의 언어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다사로운 사랑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단절되어 철저히 혼자가 된 슬픈 시간과 고독한 공간의 노래다. 못 살겠다고 발버둥치거나 힘들다고 발광을 떠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견딤으로 한밤을, 한겨울을 건너가는 소리 없는 절규다. 대자연이 그러하듯이 삶의 겨울도 새롭게 태어나는 봄으로 이어지고 마는 필연에 대한 긍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삶의 민얼굴들이다. 슬픔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낸 금쪽들의 담담한 표정들이다.
시는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자발적 소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그러안는다. 겨울 세상에 널린 뭇 생명들만큼이나 많은 동류의 외로움과 고통에 동참하여 동고동락한다. 무연자비無緣慈悲,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인연 아닌, 인연 없는 것들과 슬픈 사랑을 나눈다. 그리하여 조곤조곤 속삭이는 말과 다독이는 손짓의 언어들을 원고지에 옮겨 심는다.



책 속에서


병산서원에서 보내는 늦은 전언
서안나


지상에서 남은 일이란
한여름 팔작지붕 홑처마 그늘 따라 옮겨 앉는 일

게으르게 손톱 발톱 깎아 목백일홍 아래 묻어 주고 헛담배 피워 먼 산을 조금 어지럽히는 일 햇살에 다친 무량한 풍경 불러들여 입교당 찬 대청마루에 풋잠으로 함께 깃드는 일 담벼락에 어린 흙내 나는 당신을 자주 지우곤 했다

하나와 둘 혹은 다시 하나가 되는 하회의 이치에 닿으면 나는 돌 틈을 맴돌고 당신은 당신으로 흐른다

삼천 권 고서를 쌓아 두고 만대루에서 강학(講學)하는 밤 내 몸은 차고 슬픈 뇌옥 나는 나를 달려 나갈 수 없다

늙은 정인의 이마가 물빛으로 차고 넘칠 즈음 흰 뼈 몇 개로 나는 절연의 문장 속에서 서늘해질 것이다 목백일홍 꽃잎 강물에 풀어 쓰는 새벽의 늦은 전언 당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문장이 다 젖었다



“목백일홍 꽃잎 강물에” 점점 홍홍 흘러가는 걸로 봐서는 여름날인가. 모르겠다. 시의 분위기로 봐서는 사계절이 다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데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의 풍경인가. 이른 봄 해바라기 하는 마음이 보이는 듯도 하고, 늦가을 밤 어디선가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시 어디쯤에선가 서릿발이 느껴지는 듯도 하고, 봄날 아지랑이 같은 숨결이 감지되는 듯도 하다. 계절은 무슨 소용. 다만 인연, 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설렘이 어떤 짧은 만남의 격렬한 파동을 거쳐 마침내 떠나가는 것들의 잦아듦이 처연할 따름이다.
사람의 발이 있기는 있는 걸까. 그늘을 따라 옮겨 앉는 일도 햇살을 따라 자리를 바꾸어가는 일도 다 헛된 것만 같다. “내 몸은 차고 슬픈 뇌옥 나는 나를 달려 나갈” 발이 없다. 결국 내려놓느니 마음이다. 은근 축축하다. 체감은 시리기까지 하다. 하긴, 사람 사이에 꽃잎이 지는데 봄가을을 가리겠는가 여름겨울을 나누겠는가.



여자비
안현미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



‘∼이라고 한다’는 이 시의 화법을 빌려 나도 거들 말이 있다. ‘자비慈悲’라는 말이 있다. ‘慈’의 상형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며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하고, ‘悲’의 상형은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마른 젖을 물리며 피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 모순된 글자들을 한 데 묶어 최선의 사랑이라고 한다.
기쁨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슬픔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다. 세상 누구도 어느 누구의 아픈 몸을 대신 아파 줄 수는 없지만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배고픈 아이를 보거든 먹을 것을 찾아주고, 마음이 아픈 사람을 보거든 같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 자비다. 무연자비無緣慈悲, 인연이 없을수록 더.
이 시처럼 세상에는 배고파서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안고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어미가 있다. 이 아픈 사랑을 외면하는 기쁜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慈’와 ‘悲’는 늘 말로만 하나로 묶여 있지 현실은 따로 국밥이다. 이 시에서처럼 아이만이라도 배가 부를 수 있다면 자신은 굶어죽어도 좋은 어미의 혀를 씹는 슬픈 사랑만이 외롭다. 여자비, 여‘慈悲’? 혹독하게도 내 눈에는 여전히 여자‘悲’로 보인다.

목차

목차
1부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이성복)|낙화, 첫사랑(김선우)|늦가을(김사인)|병산서원에서 보내는 늦은 전언(서안나)|생은 과일처럼 익는다(이기철)|봄, 가지를 꺾다?(박성우)|데드 슬로우(김해자)|숨거울(손택수)|너의 눈(김소연)|오서산(장철문)|미친 약속(문정희)|여자비(안현미)|수평선에의 초대(박용하)
2부 오늘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파꽃(안도현)|옛 노트에서(장석남)|길(이하석)|기억제 1(정현종)|높새바람 같이는(이영광)|짐-어머니학교 6(이정록)|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박두규)|오늘 나는(심보선)|영영이라는 말(장옥관)|물수제비(박현수)|적도로 걸어가는 남과 여(김성규)|여름꽃들(문성해)
3부 너를 기다리는 동안 시가 왔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나희덕)|잠들기 전에(이시영)|터널(조용미)|혼잣말(위선환)|오므린 것들(유홍준)|그네(문동만)|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이승하)|나무 아래 와서(배창환)|토막말(정 양)|시인들(박후기)|12월(김이듬)|공백이 뚜렷하다(문인수)
4부 내가 계절이다
그리운 나무(정희성)|외계(김경주)|불을 지펴야겠다(박 철)|강 건너는 누떼처럼(엄원태)|내가 계절이다(백무산)|무언가 찾아올 적엔(하종오)|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박남준)|우물(박형권)|눈이 내리는 까닭(복효근)|태산이시다(김주대)|꽃은 자전거를 타고(최문자)|황홀(김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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