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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가슴속에 그가 머물러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영원한 서른이다!
1996년 1월 6일 새벽 4시,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그가 떠나버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9년이 지난 지금, 그의 삶과 노래를 모티브로 삼은 뮤지컬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그를 따라 부르는 젊은이들이 수많은 방송프로그램에 등장을 하고, 온갖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마치 아직도 그가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데 왜 여전히, 그가 이토록 그리운 걸까.
그것은 아마도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자꾸만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것이 안타까움 때문이며, 그가 없이 우리의 청춘을 설명하기 힘든 탓이 아닐까. 못내 떠나보낼 수 없는 그와 “매일 이별하며” 영원한 서른으로 머물러 있는 나와 당신과 우리이기에.
《김광석 포에버》는 저마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는 그를 나지막이 속삭여, 나와 당신 앞에 불러낸다. 그리고 하회탈처럼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우리에게 말한다. 콘서트 말미마다 꼭 했다는 그 말을.
“행복하세요.”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이므로.
출판사 리뷰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울고 웃었던 영혼의 리트머스
김광석 유고 19주기 기념작
저자는 1988년 ‘별의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동물원의 멤버로 <거리에서>를 부르던 김광석과 처음 조우한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법한 촌스런 디스코바지를 입고 갈색 피부에 까만 점 몇 개가 얼굴에 찍힌 순박한 외모의 청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저녁 강이 물결치며 사람들의 마음을 모래톱처럼 적셨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김광석과의 만남은 저자가 운영하던 카페 바르비종에서 김광석의 첫 라이브 콘서트를 열게 하였고, 기념비적인 ‘소극장 콘서트 1000회 기념 공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깊은 인연으로 맺어지게 됐다.
김광석이 모던포크의 새 시대를 열어젖히는 현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가 살아 있는 전설로 성장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사람들의 아픔을 받아 안아 노래로 위무하던 그가 무대 뒤에서 쓸쓸한 미소를 지을 때 함께 술잔을 나누며 그를 위로했던 저자는 김광석이 불귀의 객으로 떠났을 때 세상 그 누구보다도 슬퍼했다. 《김광석 포에버》는 그 슬픔을 이야기한다. 김광석이란 가객을 끝까지 오롯이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게 만든 시대를, 세상을, 그리고 자신을 자책하며 부르는 진혼가이다.
우리와 시대를 사랑으로 물들였던 사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의 기록 최초 공개!
《김광석 포에버》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김광석’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의 ‘김광석과 관련된 사연’을 갖고 있듯이, 방송작가이자 음악평론가 구자형이 고백하는 나의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이자, 음악적 동반자 김광석을 향한 추모의 노래이며, 우리 시대의 가객 김광석을 향한 찬가이다.
이 책은 김광석이 <녹두꽃>으로 민중가요계의 조용필로 혜성처럼 등장한 데뷔 시기부터 ‘동물원’의 리드싱어로 청춘의 노래를 부르다가, 솔로로 데뷔한 후 수많은 관객들을 울고 울렸던 라이브의 신화로 등극하며 한국 포크음악의 새로운 중흥기를 이끌던 중 의문의 자살로 생을 떠나기 전까지의 찬란했던 음악적 여정을 농밀하게 기록한다. 또한 동물원의 멤버 박기영, 김광석 백밴드의 키보디스트 이민영, <이등병은 편지> 작곡자 김현성 등 김광석의 음악 동료는 물론 김광석과 동물원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던 김숙이, 김광석 노래비의 조각가 안규철, 김광석 위패가 안치된 청광사 주지 광조 스님까지 김광석과 스쳐 지나간 무수한 인연들을 만나, 김광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추억한다.
그 많은 인터뷰 중 김광석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기 세 시간 전까지 김광석과 만나 음악적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던 백창우와의 인터뷰가 이 책을 통해 최초 공개된다.
이 책의 사진 저작권 사용료 전액은 사진 저작권자인 달팽이 사진골방의 대표이자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의 저자인 임종진 대표와 협의하여 캄보디아 프농족 유치원에 기부된다.
가로등 불빛이 거리에 작은 무대를 만든다. 그곳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으면, 어둠 속에서 통기타를 든 김광석이 와 앉을 것만 같다.
2015년 1월 6일, 김광석이 떠난 지 어느덧 19년이다. 참 이른 나이에 훌쩍 세상을 떠났다. 서른둘 이상을 몰랐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가 좋아하던 맥주, 홍대 앞 거리와 카페들, 그가 노래하던 학전 소극장과 대학가의 축제들, 그 활기들을 다 팽개쳐두고 황망히 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가로등 아래 무대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는 어딘가에 앉아 예의 그 천진한 웃음을 짓고 있을 것만 같다. 통기타를 천천히 무릎 위로 올리고 서서히 기타 줄을 고르고 있을 것만 같다. 아프거든 웃지 않아도 돼, 노래하지 않아도 돼. 네가 퍼뜨린 자유와 평화, 사랑의 씨앗이 지금 이 순간에도 외롭고 고단한 이들의 가슴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싹을 움트게 하고 있으니까. 거리의 눈송이들이 잦아지고 있다. 당신의 마음을 대신해 그에게 이 말을 전한다.
“김광석, 춥지 마…….”
- prologue 중에서
나는 지금도,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광석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바지 차림의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유난히 까맣게 반짝이는 별빛, 혹은 봄날 새까만 열매 같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얼굴은 시골 장터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법한, 잠시 고향에 다니러 온 학생 같았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살짝 탄 갈색이었고 얼굴엔 까만 점 몇 개가 있었다. 그는 무대 옆 벽에 기대어 마치 공연 스태프처럼 서 있다가 DJ 이문세의 호명이 들리자 무대로 올라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가 천천히 공개방송 현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외딴 마을 어느 집에서 피워 올리는 저녁밥 짖는 연기 같았다. 저녁 강이 물결치며 사람들의 마음을 모래톱처럼 적셨다. 깨끗하고 가지런한 슬픔이었고 정갈한 포크록이었다. 나는 등줄기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뜻밖에 만난 황홀한 노래였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소박함이었다. 노랫말처럼 공개방송에 모여 있던 300여 명 모두는 꿈결에 휩싸였고, ‘허한 눈길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소리 없이 흩어져가는’ 추억을 망연자실 지켜보았다. 그는‘사랑이 잊혀져가는 더딘 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일깨웠다. 더 오래 그의 노래 속에 머물고 싶어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 공개방송에서 그의 노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인장을 새겨놓았다.
23-24쪽
그는 당대를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거리로 나아가 사람들을 바라보고, 각각의 개인사들을 진심으로 받아 안았다. 역사의 거친 파도가, 주변의 숱한 개인사들의 파도가 자신을 덮쳐올 때 그는 덜컥 가슴을 내주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기타 줄을 고르는 것은 이야기 속 별을 찾아가기 위한 길 떠나기였다. 그가 나지막이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행여나 그 별을 놓칠까 봐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민중음악을 하던 그가 심야방송 DJ를 하게 되고 소극장 콘서트의 기적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뭔가를 찾고자 했고, 그는 별의 안내자가 되었다. 그는 <거리에서>를 노래할 때도 단순한 길거리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풍경들, 그 모든 것들을 마치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가슴속으로 받아들였다. 태생적인 외로움 탓이었을까.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껴안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김광석은 콘서트 말미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행복하세요!” 그의 상징처럼 돼버린 축복의 말이다. 김광석은 매번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숙제를 내준 셈이다. ‘행복하세요!’라고, 할 일을 알려주었으니까.
42-43쪽
예전엔 신 앞에 소나 양을 희생의 제물로 바쳤다. 소나 양이 가장 순수하고 신성한 동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희생犧牲은 제단 위에 올리는 살아 있는 짐승을 뜻하며, 희생물을 통해 신에 대해 속죄하게 되는 번제燔祭는 동물을 통째로 굽는다는 의미다. 제단 위에서 희생물을 태워 연기를 하늘에 올려 보내는 의식이 바로 번제다.
나는 콘서트를 곧 번제라 여긴다. 콘서트 무대는 그래서 제단이 된다. 그리고 무대 위의 가수는 바로 소나 양 같은 희생을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는 순결한 짐승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닌 가수를 그토록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사람들을 희망과 사랑이 충만한 삶으로 안내하는 것, 바로 번제다. 김광석은 콘서트라는 번제를 통해 스스로가 희생의 상징이 됐으며, 그의 열정과 관객의 열망이 함께 어우러져 이룩된 영혼의 무대는 마침내 노래를 하늘에 닿게 했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이라는 축복을 받았다.
59-60쪽
김광석의 노래는 라푼첼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는 눈먼 왕자의 이야기이거나, 눈먼 왕자를 다시 만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며 황야를 적시던 라푼첼의 눈물이다. 빗방울처럼 거세게 쏟아졌던 그 무수한 영혼의 노래들, 그 음표 하나하나는 바로 김광석 자신의 눈물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노래는 황야에 뿌려지는 달빛과 빗방울과 안개를 따라 우주를 유영하듯 울려 퍼져 아득히 먼 별을 향해 가던 그리움의 여정이기도 했다. 그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 그것들을 꿈꾸고 이룩하고 지키기 위해 김광석은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라푼첼의 머리카락처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윤기가 흐르는 검고 긴 머리카락, 우리는 그걸 잡고 벽을 기어올라 어린 왕자처럼 순결한 영혼을 지닌 한 가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가로 가슴 아픈 이별을 겪고 있는 중인 것이다.
111-112쪽
김광석의 목소리는 마치 아침 안개 낀 숲속의 오솔길 같다. 이른 새벽 하얗게 안개 낀 길을 걸어 나가면, 어느새 산새들이 지저귀고 참새들이 짹짹거리고 표로롱표로롱 날아다니곤 한다. 좀 더 나아가면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슴은 서늘한 새벽바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과 상쾌함으로 몸을 떨게 된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렇게 작은 오솔길을 걷듯 한적하게 시작한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시정과 그 숲에 비쳐드는 햇살의 서정이 듬뿍 묻어 있다.
21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