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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429325 / 1200쪽 165 x 21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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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식물을 동반자로 인식하게 하는 힘!
진정 식물을 이해하게 하는 보감(寶鑑)을 만나다.
식물은 자신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조건에서 동료 식물들과 어울려 산다.
한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태이며, 여러 식물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환경은 식물사회이고, 큰 틀에서는 우리도 그 사회의 구성원이다.
식물사회의 얼개를 파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식물의 겉모습이 아닌 삶을 이해하게 된다.
영장류 연구자를 떠올려보자. 평생 한 동물의 생활을 관찰하겠다면, 누가 그 연구를 지원해줄까? 그는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수십 년 연구하던 대상이 갑자기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혹은 그 연구자가 대상보다 먼저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처럼 생물의 생태(삶꼴)를 연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 그런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연구가 지속적으로 계승될 수 있는 문화에서나 가능하다.
식물의 수명은 더욱 길다. 포유류처럼 표정도 짓지 못한다. 말없이 묵묵한 상대를 지긋하게 바라보며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고될까? 어쨌든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학문이 있다. 식물과 그 식물 분포중심지의 환경조건, 구성원들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식물사회학이다.
이 책은 식물사회학 바탕에서 기술되었다. 여기에서는 분류를 기본으로 두고, 그 식물이 자리 잡은 터와 주변 생물과의 관계를 살핀다. 생명이란 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변 생물에는 우리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과 인류 사이에 문화가 형성되고, 분포특이성에 따라 그 생물을 활용한 민족만의 독특한 전통지식이 발생한다.
이 책을 읽으면 한마디로 개운하다. 식물의 실체에서부터, 서식지 선택, 사는 모양새, 행위, 동료 생물들과의 상호작용을 알 수 있다. 한 생명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식물과 우리 조상이 맺어온 상생의 세월도 볼 수 있다. 식물은 우리에게 양식으로, 약재와 목재로, 마을 지킴이나 정원수처럼 든든한 버팀목, 또는 벗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한편 이 책은 마음을 불편하게도 한다. 잘못된 지식을 사실인양 받아들인 경솔함, 집요하게 근원을 추적하지 않은 게으름, 생물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은 거만함,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은 불친절함에 민망해지기도 한다. 일부는 연구자나 학자의 몫이고 일부는 모두의 몫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 382종을 선별하고, 그와 비교대상이 되는 종을 함께 다뤄 총 760종을 소개했다. 고문헌을 추적해 우리 식물이 갖게 된 이름의 유래를 밝혔으며, 왜곡되고 변질된, 또는 잘못 쓰이는 식물 이름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또한 학명, 영어명, 중국명, 일본명의 의미를 풀이하며 우리 식물 이름과의 관계도 분석했다. 형태와 생태, 식물사회에 대한 개념도 자세히 정리했다.
다행이다. 이 책이 있으므로 해서 이제 우리는 나무를 넘어 숲을 볼 수 있고, 식물을 관찰 대상이 아니라 공생 파트너로 보게 되며, 식물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서식지 유형을 6개로 나누고 382종 선별, 총 760종 해설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는 환경을 집 안팎, 논과 밭, 제방과 풀밭, 마을 뒷산, 습지, 틈새(암벽, 담장, 지붕)로 나누고 각 환경에 서식하는 종들을 나눠 수록했다. 식물 382종을 선별하고, 그와 비교대상이 되는 종(유사종)을 함께 다뤄 총 760종을 소개했으며, 종 설명에서는 종명(과명, 학명, 한글명, 영어명, 일본명, 중국명), 형태 및 생태분류 요약, 식물의 서식환경 및 사회, 이름의 유래, 문화 등을 해설했다.
고유의 우리말 식물 이름 찾기
식물의 우리말 이름은 생활 속에서 버무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했으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표기했던 기간이 길며, 일제강점기의 강압이나 일본 분류학자들에 의해 제 입맛에 맞게 각색되고 왜곡되면서 고유한 우리 이름이 계승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문헌을 추적해 본래의 우리 식물 이름을 찾으려 노력했고, 다시 제 이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종에서는 근거와 함께 그 이름을 제시했다.
이 책에서 선별한 382종 중 65종에 대해서는 우리말 이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며느리배꼽’은 산에 사는 야생고양이 살쾡이에 잇닿아 있는 ‘사광이풀’,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로 부르는 게 옳다. 우리 고문헌에도 명확하던 이 이름이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로 기재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1937년의 느닷없는 일이었다. ‘할미꽃’은 ‘주지꽃’으로, ‘유채’는 ‘평지’로, ‘명아주’는 ‘도토라지’로, ‘질경이’는 ‘배짱이’로, ‘사위질빵’은 ‘수레나물’로, ‘익모초’는 ‘눈비엿’으로……. 우리가 다시 검토하고 반성해야 할 사례가 많다.
잘못 전파된 상식을 바로잡는 노력
인터넷과 SNS는 소통을 편리하게 한 장점이 있지만, 잘못된 정보를 급속도로 확산시켜 마치 사실처럼 인식하게 하는 문제도 있다. 책을 쓰는 이들도 떠도는 내용을 검증 없이 수록하고, 교육자들도 그런 지식을 퍼 나르는 데 일조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교육이 활발한 요즘, 자연과학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다반사다. 이 책에서는 잘못 전파된 상식의 진실을 밝히고, 바른 정보가 전달되도록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오리(2km)마다 심어 거리를 나타낸 나무여서 ‘오리(五里)나무’라고 부른다”는 오리나무의 이름은 1921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오리나무는 이미 1459년 『월인석보』, 1527년 『훈몽자회』, 1728년 『청구영언』 등에 물새인 오리(鴨)와 관련된 이름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위를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잘 끊어지는 풀줄기로 멜빵을 만들어 등짐을 지게 했다”는 식으로 전해지는 풀 ‘사위질빵’도 마찬가지다. ‘사위 짓을 하던 방’을 뜻하는 북한지역의 방언이 강원도 사투리의 된소리화 되면서 유래한 말로 보지만, 그 이름조차도 1937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사위질빵의 본래 이름은 수레나물이란 증거가 14, 15, 17, 19세기 우리 문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식물사회와 생태에 대한 개념 이해를 돕는 부록
이전의 식물도감이 식물의 형태를 중점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용어나 개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식물의 생태 및 사회에 관해서는 낯설 수 있다. 부록을 충실하게 구성해 식물의 생활과 사회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멀리 보며 내딛는 첫발
이 시리즈는 10권이 계획되었으며, 이번이 첫 책이고, ‘늘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식물’을 주제로 삼았다. 가까이 있는 식물에서 시작해, 특별한 환경을 서식지로 삼은 식물들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질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2권 풀밭에 사는 식물, 3권 바닷가에 사는 식물, 4권 암벽?바위 위에 사는 식물, 5권 습한 땅에 사는 식물, 6권 개척자 식물, 7권 낙엽활엽수림에 사는 식물, 8권 상록활엽수림에 사는 식물, 9권 아고산/ 고산 식물, 10권 분포 특이 식물.






최초 한글명 ‘며누리밑싳개’란 이름은 ‘마마꼬노시리누구이’란 일본명의 본질적 의미에 빗대서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대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에 ‘며누리배꼽’이란 한글명도 함께 명명했다. 모두 1937년의 일이다. 그런데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1921)에서 그리고 「경성부근식물소지(京城附近植物小誌)」(1932)에서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란 한글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1921년의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서 며느리배꼽에 해당하는 옛 이름 ‘사광이풀’이란 한글명만이 또렷하게 기재되어 있다. 며느리밑씻개의 경우는 한글명 없이 ‘마마꼬노시리누구이(継子の尻拭い)’만이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1921년에 사광이풀이란 명칭이 기재될 때에는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1937년에 사광이풀이란 한글명을 무시하고,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란 명칭도 생겨난 것이다. (중략) 며느리배꼽은 사광이풀이었으며, 이것을 닮은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였다. 25~26쪽
속명 트리폴리움(Trifolium)은 잎(folia)이 3장(tri-) 달린 콩과식물(Leguminosae)의 전형을 의미한다. 종소명 레펜스(repens)는 땅속을 뱀처럼 파고들며 기어간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토끼풀은 지표면 가까이 기어 다니면서 영양번식을 한다. 아까시나무처럼 뿌리가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복제하는 조직배양 능력이 탁월하다. 남의 영역을 잠식해가는 대표적인 ‘게릴라 전략’을 쓰는 종이다. 게릴라처럼 어미 식물체로부터 절간(節間, internode)이 끊어지면 끊어진 대로 살아남는다. 결국 종자 1개로부터 발아한 토끼풀은 결코 죽지 않는 셈이다. 포기 채로 송두리째 뽑아 없애버리지 않는 이상, 영원히 살아가는 모듈생명체(module organism)의 특성이다. (중략) 토끼풀과 같은 모듈생명체는 사실상 나이란 게 큰 의미가 없다. 89쪽
생태학에서는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을 크게 스트레스(stress)와 물리적 파괴(disturbance) 두 가지로 나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전체가 반응하지만, 파괴는 그 부분만이 손괴(損壞)를 입는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파괴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질경이는 스트레스보다는 밟히게 됨으로써 식물체가 찢어지는 물리적 파괴에 늘 노출되어 있는 길 위 또는 길 가에서 산다. 모든 생명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좋은 환경에서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해서 밟히는 길에 밀려 나와 사는 셈이다. 143쪽
결국 조선의 백성들은 할미꽃을 주지꽃으로 알고 있었고, 한자를 아는 선비들은 백두옹(白頭翁)이라는 명칭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함십가비란 한글명은 할머니와 주지꽃의 의미가 합쳐져서 생겨난 명칭인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할머니 명칭을 포함하는 할미꽃이란 이름의 기원인 함십가비(할머니와 십가비의 합성어)보다는 주지꽃이란 명칭이 먼저라는 것도 알 수 있다. 447쪽
사위질빵의 본명은 수레나물이다. 17세기 초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사위질빵속(Clematis spp.)에 속하는 한약재 威靈仙(위령선)을 술위물불휘로 번역했다. 즉 술위물 종류의 뿌리가 위령선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번역이다. (중략) 술위물을 오늘날의 한글 표기로 고치면 수레나물이 된다. 술위가 수레라는 것은 17세기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 車衣菜(차의채)라는 한자로 표기한 향명으로부터 알 수 있다. 의미소(意味素)로서 수레를 의미하는 車(차)와 연결조사 衣(의), 그리고 나물을 뜻하는 菜(채)의 합성어에서 쉽게 알 수 있다. 19세기 초의 기록물 『물명고(物名考)』에서도 술의나물로 기록했다. 술위 > 술의 > 수뤼 > 수레의 변천이다. 630~631쪽
으름덩굴은 야생하는 나무오이(木瓜, 목과)라는 뜻으로 한자명 野木瓜(야목과)라고 표기하는 것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으름덩굴은 이흐름너출에서 유래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향명 水左耳(수좌이)로 표기되고, 한자로 野木瓜(야목과)에 대응하는 ‘물외’라는 이름이 있었다. 642쪽
익모초는 중국 한자명(益母草)에서 유래한다. 어머니(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풀로 한방에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초 가운데 하나다. 익모초는 뿌리에서부터 종자에 이르기까지 식물체 전체가 약으로 이용된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는 익모초의 열매 충위자(茺蔚子)를 차자(借字)해 눈비얏 발음에 가까운 목비야차(目非也次)란 향명을 기록했다.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서 눈비엿, 눈비옂이란 한글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936쪽
바위솔은 꽃이 피어 있을 때, 식물체 전체가 마치 바위(石)나 지붕(瓦)에 솔(松)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며, 북한지방에서는 지붕지기라고도 부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일명 瓦松(와송)이라 하고, 우리말로 짐우디기라는 사실을 기록했다. 바위솔의 오래 된 우리 이름은 ‘지붕지기’다. 바위솔은 최초 한글명이 아니다. 한자명(瓦蓮華, 와련화)은 기와(瓦)지붕 위에 사는 연꽃(蓮華)을 연상케 하는 데에서 붙여졌다. 일본명 쭈메렌게(爪蓮華, 조련화)는 새 발톱 모양을 한 연꽃이란 의미다. 맹금류의 발톱처럼 생긴 잎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 형국이 마치 연화대(蓮花臺)를 연상케 하는 데에서 유래하며, 한자명에 잇닿아 있다. 동북아 삼국 가운데 우리 이름 지붕지기와 바위솔은 독특한 명칭이다. 1063쪽
재배식물 마늘이 도입되기 전부터 우리에게는 달래(뢰)와 족지(산달래)가 있었으며, 그와 관련한 오래된 문화를 갖고 있었다. 단군신화의 마늘은 오늘날의 재배종 마늘일 리 없다. 자생하는 족지(산달래)이거나 냉온대 추운 산지대에 사는 산마늘(Allium victorialis var. platyphyllum)이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산마늘을 구하지 못하면, 족지를, 족지를 구하지 못하면 산마늘을 구했을 것이다. 추운지방에서는 족지(산달래)보다 달래가 흔하다. 족지(산달래)는 남쪽 따뜻한 남부지방에 더 흔하다. 108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