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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269009 / 357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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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과잉, 과장된 극화 양식-멜로드라마적인 것!
<멜로드라마적 상상력-발자크, 헨리 제임스, 멜로드라마, 그리고 과잉의 양식>(소명출판, 2013)은 과잉에 관한 것, 그것도 특히 근대소설의 의미화 작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과장된 극화 양식에 관한 심층적 저작으로 이 분야의 권위있는 저술이자 저자이다. 피터 브룩스의 다른 책은 소개된바 있지만 이 책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되는 감이 있다.
많은 작가들, 특히 발자크와 헨리 제임스의 극화 양식, 특히 특정한 재현들의 과잉 그리고 인물의 의식에 침범해 들어오는 도덕적 요구의 강렬함을 묘사하기 위해서 멜로드라마보다 적절한 어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는 ‘리얼리즘’과 일상성의 맥락에서, 작가들은 사실 어둠과 빛, 구원과 저주와 같은 순수하고도 대립적인 개념들을 언급하면서 고양되고 과잉된 드라마를 펼쳐보였다. 그들은 가장 원초적인 윤리적 힘들의 교차점에 인물들을 위치시키고, 인물들의 연기로 그러한 힘들의 충돌과 관련되어 있는 의미를 재연하도록 하였다. 작가의 야망을 충분히 감지하면서 작품들을 읽을수록 문제들이 제기되었고, 멜로드라마적 양식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었다. 그것은 곧 소설의 재현에 사용되고 가공된 어떤 연극적 토대이다.
이 책은 멜로드라마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형용사의 서술적 용법이-특히 그와 같이 확장된 방식으로 적용될 때-그것의 어원인 명사와 별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형용사적인 것을 규정하고 그것의 확장된 의미를 제어.심화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발자크.디킨즈.빅토르 위고.도스토예프스키.콘래드.제임스와 같은 작가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실로 근대적 상상력의 중요하고 영속적인 양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멜로드라마 자체가 최적의 용어이다.
소설은 19세기 이후로 백과전서summa로서의 지위를 갈망해 왔다. 물론 19세기의 소설은 동시대의 픽션에서 가장 세련된 마지막 단계가 아니었고, 여전히 대중오락물과 확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발자크는 통속적인 싸구려 소설을 쓰면서 문필활동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그 자신을 알렉상드르 뒤마와 외젠느 쉬Eug?ne Sue와 같은 성공적인 연재물 작가의 라이벌로 생각했다. 심지어 헨리 제임스는 본래부터 대중매체 안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느꼈다. 대중매체는 장인정신과 형식적 완결성을 위한 미답의 가능성을 제공했으며, 거기에는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우화적 작풍에 대한 욕망의 뿌리가 남아 있었다. 요컨대 해럴드 블룸의 경구를 빌리자면, 모든 19세기 소설가가 싸워야 했던 “영향의 불안”의 일부는 고급문학이 질투했어야 할 정도로 영향을 미친 대중물, 대중매체의 문학, 픽션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19세기 이 대중적 형식들의 핵심에 바로 멜로드라마가 있다.
멜로드라마는 경멸적인 의미로 가장 자주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서술적.비평적 범주로서 이 용어의 복권은 논의가 필요하다. 몇몇 저자들은 멜로드라마가 내심으로는 연극적 충동 그 자체, 즉 극화.과장.표현.행동화acting out를 향한 충동을 재현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멜로드라마를 유리피데스로부터 에드워드 올비에 이르기까지 연극의 영속적인 타입으로 인식하여 하나의 논리적 수순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멜로드라마라는 용어의 의미가 너무 확장된다면 목적을 위한 그 유용성의 대부분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리피데스.셰익스피어.몰리에르 모두가 어쨌든 그 시대의 멜로드라마 작가가 되고 비극이 멜로드라마의 특정한 부분집합일 뿐이라면, 그 장르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될 것이다. 낭만주의와 바로크와 같은 용어처럼, 멜로드라마가 상상적인 문학의 불변적 요소를 드러낼 정도로 그 사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멜로드라마 역시 역사적.문화적으로 위치될 수 있고, 19세기 초 무렵에 존재했던 멜로드라마라고 부르는 하나의 형식이 있으며, 이 형식이 근대적 상상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에서의 흥미로운 점이다. 만약 멜로드라마라는 표제 아래 비교적 전형적인 사례들로 되돌아가서 참조한다면, 멜로드라마적이라는 형용사는 더 큰 비평적 힘과 더 명확한 용법을 취하고, 19세기의 ‘진짜’ 멜로드라마 작가들에게서 논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미학적 구조를 발견한다. 왜냐하면 19세기의 많은 문학들이 어떤 전제와 표현기법으로 삼은 것을 명료한 윤곽으로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것을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로부터 멜로드라마적인 것을 추론하다
이 책은 멜로드라마를 정의하려는 순간에도 멜로드라마라고 하는 분야를 ‘다 포괄하지는’ 않는다. 즉 장르의 일관된 역사나 그 변종들에 관한 상세한 개관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일차적 관심사는 멜로드라마로부터 멜로드라마적인 것을 추론해내는 것, 명사적인 것으로 형용사적인 것을 정의하고 예각화하는 데 있다. 정밀한 조사를 통해 그 질료들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그 장르의 유형적인 구조와 열망을 추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엄밀한 의미의 멜로드라마에 대한 참조대상은 거의 전적으로 19세기 초엽 혁명의 여파 속에서 생성되고 변형과 복잡화를 겪으면서 1860년대까지 지속되어온 ‘고전적’ 프랑스 멜로드라마에 맞춰져 있다. 물론 이것은 후에 영화와 텔레비전에 의해 교체되면서 지속되어왔다. 이는 멜로드라마라는 단어와 장르가 프랑스의 고안물일 뿐만 아니라(그리고 프랑스로부터 영국으로, 그리고 나중에 미국으로 수출된 명백한 사례), 프랑스 멜로드라마의 고전적인 예들은 하층계급(특히 장인과 상인)으로 확장된 대중을 위해 쓰였으며, 모든 중간계급들과-한때는 조세핀 왕비를 포함하여-다수의 귀족들까지 포괄했다. 오랜 역사 동안 극장이 찬란한 전통과 중요한 사회적 기관으로 존속해온 프랑스에서, 멜로드라마는 적어도 1830년까지 (그 후에서야 고급과 하급 문화로 분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프랑스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는 프랑스 멜로드라마가 스타일상으로는 급진적으로 민주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청중에게 자리 잡은 연유, 오락물로서의 일관성을 향해 그리고 그 효과와 의미 면에서 좀 더 큰 미학적 자의식을 향해 분투해온 연유를 시사한다.
이 책의 관심사는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주제군으로서의 멜로드라마도, 그 장르 자체의 일생도 아니다. 오히려 개념과 표현의 양식으로서의 멜로드라마이며, 경험의 의미화를 위한 어떤 허구적 체계이자 힘의 의미론적 분야로서의 멜로드라마이다. 의미형성 체계로서의 멜로드라마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해석 그 자체의 행위를 통해서, 의미의 발견과 그것의 특수한 좌표를 통해서이다. 이는 멜로드라마가 비평적 제스처에 기초해 다뤄지는 한에서만 포착되고 이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평적 제스처가 역사적 좌표 안에서 수행되는 한에서, 문학사 그 자체가 해석 행위의 산물이라는 점을 말할 수 있다. 문학사는 그 자체가 해석의 형식으로, 공시적인 축에 대한 분석에서 도출된 지점들, 즉 통시적 축 위에서 플롯을 짜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해석적인 사유의 경로를 따라 구성된다. 처음에는 발자크와 제임스를 살펴보는데, 멜로드라마 탐구의 동기가 되었던 독해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이다. 그다음에 멜로드라마 자체와 멜로드라마적인 것의 관련성을 제시하여, 의미체계로서 무대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탐색한다. 그 후, 멜로드라마에 의해 특수한 중대성이 부여되고 동시에 19세기 소설 기획에 결정적이었던 재현과 의미론의 문제를 언급하고 멜로드라마의 ‘기원’과 전개에 대한 물음들, 그리고 멜로드라마와 좀 더 고상한 ‘고급’ 문학 형식들 간의 접촉지점을 논하고 있다. 여기서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사의 통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회를 갖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책 전체에 걸쳐 주요한 인물들인 발자크와 헨리 제임스를 멜로드라마에 의해 제공된 해석의 장場 안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무대 멜로드라마부터 근대문학까지, 도덕적 삶에 관한 근본적 드라마
이 책이 한국 학계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일 것이다. 그 관심의 상당 부분은 문화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대중문화 혹은 대중예술을 학술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시도들과 결부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신파성이나 통속성 혹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멜로드라마의 소비를 새롭게 독해하는 데 이 책은 하나의 이론적 준거로 참조되었다. 특히 ‘도덕적 비의’라는 개념은 한국 근대대중예술사에 만연해 있는 멜로드라마적인 텍스트들과 관련해 매우 시사적이다. 저자는 도덕적 비의가 현실의 표면에 암시되어 있으면서도 은폐되어 있는 가치의 영역이자 탈신성화된 시대에 인간들이 부여잡아야 했던 윤리적 명령이며, 멜로드라마 양식은 그 윤리적 명령이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수사학이라 하였다.
이 책은 무대에서 발화되었으나 극작가들보다는 더 복잡한 야망을 가진 소설가들에 의해 소설에서 새롭게 개척된 일련의 양상을 통해, 멜로드라마가 근대적 상상력의 핵심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고전적인 무대 멜로드라마로부터 시작하여 근대문학의 전체적인 몸체를 읽어내려는 이 야심은, 마치 현상의 ‘배후’를 응시하고 그 심연을 고도로 의미화하려는 탐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멜로드라마 양식이 도덕적 삶에 관한 근본적인 드라마에 도달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의 산물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멜로드라마가 대중예술의 주요 장르이거나 형식 혹은 속성으로 축소될 수 없음을 시사하며, 저자가 형용사적인 용법을 사용하여 이 책의 제목을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이라 삼은 본의이기도 하다.
저자는 멜로드라마에 대한 전통적인 문학사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비극의 죽음과 멜로드라마의 발흥을 서로 짝을 이루는 역사적 현상으로 간주한다. 즉 멜로드라마는 비극으로부터의 추락이 아니라 비극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에 대한 문화의 능동적 대응이었던 것이다.
대혁명 이후 상층계급들이 이민을 떠나고 비워진 파리의 극장을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대중연극이 채우게 되는 과정에서 멜로드라마가 형성되었다. 멜로드라마의 발흥은 관허 극장에만 허락되었던 대사가 있는 연극을 아래로부터 탈환하여 말의 독점화와 검열의 권력을 해체하는 문화의 민주화 과정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멜로드라마는 세계를 도덕적으로 판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미덕의 인격화를 현저하게 하층계급 인물에 할당함으로써 계급지배의 억압에 저항한다. 그것이 계급적 관계를 전복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 관계의 민주화를 주창한다.
이 생각을 급진적으로 해석하자면, 멜로드라마의 마니교적 이분법은 여분이나 군더더기 없는 정수整數의 세계로 확립된, 판단과 결정, 실천과 책임을 외화하는 도덕적 체계를 말한다. 그리하여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은 언제나 닥쳐오는 시험에 관통해야만 유지 가능한 민주주의를 보충하는 대중의 지적이고도 감정적인 인식론의 잠재력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넌지시 시사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악은 사람들에게 도덕적 존재로서의 잠재력을 자유롭게 실현시키는 수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계략이다”라고 피터 브룩스는 말한다.
1995년 서문
초판 서문
I 멜로드라마적 상상력
서곡
멜로드라마의 용법
II 놀람의 미학
미덕의 기호
마니교의 이분법적 구조
수사학의 드라마
기호의 사용영역
<라튀드>
, 재공식화, 결론
III 무언의 텍스트
텍스트
무언의 미학
무언의 언어
제스처, 쓰기, 의미
IV 멜로드라마와 낭만주의의 극화
멜로드라마의 발흥
에르나니와 그의 문제들
V 발자크재현과 의미
VI 헨리 제임스와 의식의 멜로드라마
VII 결론멜로드라마, 중심의 시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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