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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2222961 / 600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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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학/공학 > 교양과학/기술 일반 > 과학에세이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색과 물감이란 예술 작품을 이해시키는 중개인이자 이 세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한 편의 혁명사 색채는 예술이 아니라 물질이다! 경외감이 한껏 느껴지는 작품 앞에 서서,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푸른 빛의 옷을 입은 성모마리아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역사가들은 종종 화가들의 청색 선호 경향을 상징성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청색은 예로부터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청색을 ‘영적인’ 색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울트라마린은 그 시대에 가장 값비싼 안료로, 제단화를 주... 색과 물감이란 예술 작품을 이해시키는 중개인이자 이 세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한 편의 혁명사 색채는 예술이 아니라 물질이다! 경외감이 한껏 느껴지는 작품 앞에 서서,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푸른 빛의 옷을 입은 성모마리아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역사가들은 종종 화가들의 청색 선호 경향을 상징성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청색은 예로부터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청색을 ‘영적인’ 색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울트라마린은 그 시대에 가장 값비싼 안료로, 제단화를 주문하는 부유층들은 울트라마린을 비롯한 고급 안료들로 그림을 그리기를 원했다. 중세로부터 그려진 제단화에서 예수의 어머니가 그토록 청색 옷을 즐겨 입고 등장하게 된 데는 꽤나 세속적인 이유가 있다. 그림에 금박을 입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 화가들은 콩알만 한 순금을 두드려 펴서 아주 얇은 금박으로 만든 후에, 그림 속 인물들의 옷과 소품을 정성스레 장식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금박이 3차원에서의 황금처럼 고급스럽게 빛나지는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을 사용하지 않고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을 보유한 화가들을 더 쳐주는 분위기가 되자, 금박은 금세 화가들의 안료 주문장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안료로써의 황금은 그림에 얼마만큼 성의를 보일 수 있는지 과시하는 용도였을 것이다. 색은 물질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인간은 자연을 구성하는 것들(물질)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것에서 발전시킨 관념들이 모여서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색은 곧 물질이었기 때문에 안료 자체의 가격이 작품에 곧잘 투영되기도 했다. 황금이나 울트라마린 같은 값비싼 재료는 그림을 의뢰한 자들이 안료 값을 아끼지 않는 씀씀이로 신앙심을 나타내려는 소망과 더불어 그 작품의 초자연적인 효력이 증가하고 가치가 오르길 바라는 화가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처럼 그림에 쓰인 재료는 그린이, 혹은 그림을 의뢰한 이들의 의도와 욕망을 투영하는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시대와 화풍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화가가 열광한 어떤 색, 그리고 그 색을 연출할 때 본바탕이 되는 물질―안료―을 배제하기란 어렵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필립 볼의 놀라운 점은, 어떤 주제를 쓰더라도 단순히 예술과 과학의 융합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안료가 출현할 때마다 그것에 사로잡힌 화가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물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물론, 안료의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화가들, 엄격하고 절제가 요구되던 채식 기법을 과감히 깨뜨린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불어 물질의 특성에 종속되어 있던 색의 개념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화를 통해 세상 밖으로 당차게 독립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중계해주고 있다. 『브라이트 어스』는 물질을 돋보기삼아 안료와 화풍, 그리고 화가의 인식과 대중의 취향이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혁명사다. 색채에 매혹되고, 중독되고, 좌절하고, 환호하다! 안료와 사랑하고 씨름하던 화가들의 향연!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백, 울트라마린의 짙고 청아한 파란색, 녹색이 전혀 섞이지 않은 매혹적인 보라, 산뜻하고 풍요로운 느낌의 에메랄드 녹색. 이 아름다운 색은 어떻게 얻게 된 것일까? 과거에는 화가들이 안료를 구하는 것은 기나긴 도제살이를 겸한 고된 노동의 산물이었다. 어둡고 냄새나는 화실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더 고운 색을 내기 위해 빻고 거르고 다시 말리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화가들은 안료를 구하기 위해 긴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화가들은 쾰른으로 여행하곤 했고, 플랑드르 화가들은 앤트워프와 브뤼주로 모여들었다. 이런 지역적 요소들도 새로운 미술 기법과 사조를 낳곤 했는데 물감이 풍요로운 도시는 화가들에게 새로운 화풍을 제안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계란 템페라, 독한 냄새가 나는 니스, 중금속이 들어 있는 안료들을 온통 손가락에 묻힌 채 그림을 그리다 피부가 상하는 것은 예사였다. 색에 사로잡힌 고흐는 또 어떤가? 고흐에게 다가서는 안료들은 유례없이 그의 정서와 영혼을 강타하고 그의 정신세계에서 날뛰었다. 화가들에게 새로운 색을 표현해주는 안료란 이처럼 치명적인 것이었다. 때로는 안료를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화가의 태도가 가끔은 명작에게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재앙을 가져오기도 했다. 얀 반 하위심이 그린 싱그런 녹색으로 칠해진 이파리는 푸르스름하게 변색되었고, 마네의 그림에서 한낮의 태양처럼 반짝이던 크롬 옐로는 한 세기도 지나기 전에 칙칙한 갈색이 되어 그의 작품을 사랑하던 드가를 탄식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안료가 화가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연백에는 납 중독의 위험이 있었다. 은은한 에메랄드 색을 열광적으로 사랑한 화가는 비소 중독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나폴레옹의 사인으로 알려져 있는 비소 중독도 그가 유배된 곳의 에메랄드빛으로 도배된 벽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이런 안료들의 불안정성은 종종 화가들로 하여금 보수적인 성향을 낳게 했다. 절제된 색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화가들은 당대 물감 제조업자들이 경고하였던 대로 변색이 되지 않는 물감을 선호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후, 안정적인 안료를 화가들이 요구하게 되면서 점차로 합성 안료들이 제조되기 시작했다. 빛과 색채라는 마술무대의 주인공은 주로 화가이지만 연금술사에게뿐 아니라 건축가의 도료, 도기공의 착색제, 염색공의 염료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여기에 점차로 화학자들의 색을 쪼개려는 시도가 더해지고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원소와 합성물을 발견한 화학자들과 물감 제조업자들이 등장해 불을 지폈다. 고가의 안료들이 화학합성을 이용해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화가들에게 물질에 한정되었던 색의 기존 관념을 깨트리는 관념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테면 초록빛은 풀빛이나 에메랄드 같은 초록 광물, 오렌지색은 달고 새콤한 과일을 지시하는 것처럼 물질의 특성 중 일부로서의 색이 아니라 색 그 자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색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선택과 배제는 오직 화가의 몫, 창조성이 발현되는 지점은 풍요와 결핍이라는 양 극단이다. 화가에게 창조성이 발현되는 계기는 크게 양 극단의 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하나는 결핍이고 다른 하나는 풍요이다. 너무나 가난해서 칙칙한 갈색 염료밖에 구할 수 없었던 렘브란트가 만들어낸 우아하고 부드러운 갈색은 당대 화가들에게 갈색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아스팔트 찌꺼기의 타르에서 추출한 흐물흐물한 갈색을 그처럼 잘 다루는 화가가 드물었기 때문에, 다른 화가들에게 그 안료는 재앙일 뿐이었다. 반대로 현대 화가들은 너무나도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물감의 풍요로움을 아는 그들은 더 이상 청아한 푸른색, 생명력 넘치는 선홍색, 태양빛을 닮은 강렬한 노란색이 화폭에 담긴 것 자체로는 놀라지 않는다. ‘팝아트의 아버지’ 로버트 라우션버그는 가정용 싸구려 페인트를 사서 그 안에 무슨 색이 들어 있든 그것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제 화가들은 색상이 아닌 그들만의 또 다른 방법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이처럼 화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새로운 안료와 채식의 발명만큼 그림의 수명과 발색,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한 지혜로운 선택을 끊임없이 강요받는다. 안료는 화가들의 채식 기법도 변화시켰다. 고대에는 안료가 귀했기에 비밀리에 제조되는 많은 안료들은 연금술사의 주요 상품이었고 그들은 신제품 개발에 몰두해야 했다. 물감의 선명도를
루벤스는 당시 그런 색을 입수할 수 없었으니 그런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말은 참 무의미하다. …… 그림에서 색의 사용은 입수할 수 있는 재료만큼이나 화가 개인의 취향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에서 색의 역사는 안료의 축적에 비례한 가능성의 축적이 아니다. 예술가의 모든 선택은 수용만큼이나 배척의 행위이다. 어느 시점에 기술적 고려가 그 결정에 개입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전에 우리는 예술가의 태도에 어떤 사회적·문화적 요소들이 작용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결국 모든 예술가는 그 시대의 색과 직접 계약을 맺게 된다.
-19쪽
색이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어린 시절에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해안가 웅덩이에서 건졌을 때, 그토록 풍요롭게 반짝이던 자갈이 집에 와서 배낭에서 꺼내어 말리면 볼품없는 회색 돌멩이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빛이 전도 물질, 즉 공기에서 물이라는 또 다른 전도물질을 통과하면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빛은 공기보다 물에서 더 느려지는데, 이 때문에 빛줄기가 맑은 돌 웅덩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어 그 깊이를 속이게 된다.
-61쪽
지오토의 자연주의는 시간을 그림의 한 구성요소로 편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미지는 더 이상 불변의 상징이 아니라 실제 흐르고 있는 시간에서 한 순간을 고정시킨 것이었다.
이것이 화가들에게 끼친 효과는 실로 굉장했다. 자연에서 보이는 한 장면은 주위의 빛에 의존하며 그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어두컴컴해 음산하거나, 지중해의 강력한 햇살에 하얗게 표백되거나, 저녁놀에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이것은 화가들에게 극적인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자연에 미치는 빛의 효과를 철저히 이해해야만 가능했다. 자연에 충실할 것을 고집함으로써, 화가들은 중세적 구성의 양식화된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연은 무한히 다양한 형태와 색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주의는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화가들이 만족스런 구성을 하는 데 필요한 색과 대상의 조화로운 배열을 부과하는 법칙이 자연에는 없었던 것이다.
-169쪽
르네상스에서 색의 사용이 천박한 상업과 돈벌이에 연관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동방에서 온 신기한 안료들이 제일 먼저 도착하여 다시 서부 유럽으로 전해지던 이합집산의 도시 ‘베니스’를 들여다보면 된다. 그 섬 항구는 9세기 초부터 아랍과 무역을 하고 있었다. 마틴 다 카날은 『베니스 연감(Cronique des Venitiens, 1267~1275)』에서 “상품이 마치 물이 연못을 통해 흘러가듯이 이 귀족 도시를 통해 유통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에게 섬에선 설탕과 와인이, 극동에선 향료, 자기 제품, 보석이 왔다. 북유럽은 광물질, 금속, 면직물을 공급했고, 이집트와 소아시아는 보석, 염료, 향수, 도자기, 안료, 칼륨명반, 그리고 풍부한 직물의 원천이었다.
-196쪽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고풍스럽게 걸려 있는 데본셔 헌팅 태피스트리Devonshire Hunting Tapestries는 하도 복원되어, 원래 태피스트리 중에서 단 한 올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진품으로 간주된다. 우리의 유일한 시각 기준점이 500년 묵은 안료 덩어리가 전부일 때, 베네치아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우리가 과연 얼마만큼 자세히 말할 수 있을까? 또한 그 화가가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될 것이란 점까지 감안해 색을 사용했다면 ‘진짜 색’이란 문제는 얼마나 더 복잡해질 것인가!
-391쪽
벤야민은 대량 복제품은 예술을 ‘진품의 제단’에서 해방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는 컬러사진과 영화가 해방군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한 제단에서 다른 제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은 현재 그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동시에 익숙한 이미지에 경배를 올리기 위해 갤러리에 간다. 종교적 엄숙함이 예술의 전당을 지배하고 있어, 우리는 존경의 염으로 속삭이고 행동한다. 우리는 19세기에 시끌벅적하던 파리 사람들이 하지 않던 꼴값을 떨고 있다. 존 버거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작품은 전혀 매력 없는 광신적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예술작품들은 그것이 마치 성물이라도 되는 양 토론되고 전시된다.”
-418쪽
사진에 그런 예술적 힘을 부여한 것은 주로 그 ‘직설적인’ 정직함이었다. 바로 그랬다. 사진은 숨 막히거나 아름다운 광경 혹은 혼란스럽거나 충격적인 비전만이 아니라 어느 순간 실제로 존재하는 비전을 만들 수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의 기록양식의 사진들은 르포르타주(보고 기사)와 예술이란 이런 핵심적인 경계선에서 양쪽 모두를 충족시켰다. 여기에서 사진은 어떤 그림도 지금까지 결집시키지 못한 사회적 변혁을 이끄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발터 벤야민은 ‘진짜’가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그런 예술은 필연적으로 정치가 된다고 제안했다. 사진이나 영화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439쪽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보는 사람의 눈 - 화실에 들어선 과학자
제2장 무지개를 풀며 - 색의 물리학과 화학
제3장 불카누스의 대장간 - 고대의 색 기술
제4장 색의 비법 - 연금술사가 그림에 남긴 유산
제5장 빛과 그림자의 거장들 - 르네상스의 영광
제6장 낡은 금빛 - 엄격한 색의 부활
제7장 무지개 색 금속 - 무지개 색 금속
제8장 빛의 군림 - 인상주의, 밝은색감의 충격
제9장 보라색에 대한 열정 - 염료와 색의 산업화
제10장 한밤중의 색조 - 청색의 문제
제11장 시간이라는 화가 - 끊임없이 변하는 캔버스
제12장 색을 포착하라 - 예술의 복제품 문제
제13장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 - 모더니즘 양식의 색
제14장 예술을 위한 예술 - 새로운 재료, 새로운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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