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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9444155 / 460쪽 152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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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황색인』은 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저자가 ‘벅 컨택’이라는 베트남과 미국과 한국의 합동연락사무소라는 집약적 배경을 설정하여 베트남전쟁의 전체적 양상을 환유화한 소설로, 1987년에 간행한 것을 25년 만에 다시 수정ㆍ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자원하여 베트남전쟁에 참가한 박노하 병장은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황칠성 상병의 후임으로 보급지원부대에 파견된다. 전장이라고 하기엔 사뭇 여유롭고 윤택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그곳에서 박노하 병장은 김유복 중사와 베트남군 띠엔 등을 만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간다. 그런 중에 띠엔의 여동생이자 시내의 카페 주인이기도 한 ?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랑으로 발전시켜간다. 겉으론 베트남군이지만 실제로는 왕정복고를 준비하고 있는 띠엔, 전쟁의 그늘에 가려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느끼고 결국 미쳐버린 친구 허만호 상병, 임신한 몸으로 윤락가에서 일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을 동정해 그녀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김유복 중사 등의 인물을 통해 전쟁 이면에서 말살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머리와 가슴속에 인화되고 녹음되고 달리 기억된 월남 땅의 이야기들이 우리에 갇힌 야수의 무리처럼, 막 걷어 올린 그물 속의 바닷고기들처럼 몸부림을 치면서 내 몸을 수없이 물어뜯고 할퀴었다. 때문에 나는 귀국한 뒤에 월남 땅에서 받은 수많은 상처가 무섭게 덧나는 것을 견뎌내야 했다”라고 베트남 참전 경험을 밝히며 그 고통이 계기가 된 이 소설의 집필 배경을 밝혔다.
『황색인』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전쟁에 발을 들인 한국 군인들과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베트남 국민들의 상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유 없이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베트남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 사실적인 묘사로써 베트남전쟁이 지나간 역사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사랑과 우정, 동정심 등 전쟁 안에서 겪는 인간애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얻어낸다.
『황색인』이 기존의 베트남 제재 소설과 다른 점은 베트남전쟁을 통해 교훈적 의미를 찾는다거나 전쟁 현장의 비참함을 강조한다거나 베트남이라는 이국의 정서를 환기한다는 따위의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소설적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사실이라는 점을 가족사와 사회사적 맥락에서 다시 구성하려고 시도한 점이다.
베트남전쟁은 충격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주축 개념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그쪽의 문제에 짝사랑하듯이 덤비다가는 값싼 동정심의 최후를 초래한다는 것을 『황색인』은 소설로 나타내고 있다.
역사를 보는 시각의 폭을 넓히는 데 성공한 『황색인』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를 보는 시각과 결부될 수 있을 때 우리는 피부 색깔이 같은 ‘황색인’으로서의 유대감이라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서서 ‘민족인’과 ‘세계인’의 정체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만호의 병명은 자신이 말한 대로 ‘비정형충동조절질환’이라는 것이었는데, 병동 안에서는 ‘실로이옹 병’으로 통했다. ‘실로이옹’이란 월남어로 ‘용서하세요’란 뜻이었다.
그가 왜 그런 병에 걸렸다가, 또 무슨 계기로 호전됐는지는 위생병도 모른다고 했다. 단지 그의 병명이 ‘실로이옹 병’으로 통하게 된 것은 잠꼬대 때문이라는 것만 안다고 했다. 밤이고 낮이고 잠만 들었다 하면, 허만호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실로이옹’이라고 잠꼬대를 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허만호가 베트콩을 만나기 위해서는 근무를 서는 헌병과 먼저 친해져야 했다. 당연히 돈이 들었다. 그리고 입원한 베트콩을 하나씩 밖에서 만나는 데도 돈이 들었다. 콜라나 주스 같은 것을 한 깡통씩 나눠 마시는 데야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마는, 꼭꼭 선물을 안겨주어야 했다. 그는 선물을 주면서도 ‘실로이옹’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