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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옙스끼소설에 나타난 리터러시와 비블리오테라피

조혜경 저 | 써네스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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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958593 / 22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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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1. 바쁜 현대인들에 대한 19세기적 이해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글을 읽고 쓰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부터 시작하여 트위터, 페이스북, 자신의 홈페이지, 이메일 등에서 우린 너무도 많은 것들을 읽고 쓴다. 그것이 일정한 이슈에 대한 의견의 피력일 수도 있고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의 교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읽기와 쓰기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습득하고 그것에 자동화되어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한 읽기와 쓰기가 자신 혹은 타인의 삶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이기에 우린 누군가와 늘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혹은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스마트한 시대의 ‘새로운 문자 인간’으로 살아간다.
현대인들의 이러한 모습은 러시아 출판 문화가 대중화되어 과거보다 더 많은 이들, 특히 인텔리들이 광범위한 독서에 노출된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은 바로 '선천적으로 타고 난' 리터러시를 가지고 늘 읽고 쓰고 말하고 누군가와 소통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소일거리인 독서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본 연구서는 바로 이러한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의 리터러시가 그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들의 독서와 글쓰기의 양상을 살피고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지 추적하기 위해 쓰여졌다.

2. 저자 서문

그렇다면 주인공들의 독서 행위는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그것은 텍스트 외적인 차원에서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창작 배경과 작가로서의 도스또옙스끼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작가에게 있어 독서와 서사 행위는 모스크바 출신 작가로서 뻬쩨르부르크의 낯설음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타인들과의 소통을 지향하기 위한 전략에 다름 아니었다. 그것은 텍스트 내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에 대한 밀도 있는 접근(주인공의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소통하기 위한 은밀하고 또 때로는 왜곡된 욕망을 드러내 주는)을 가능하게 해 준다. 주인공들은 자신이 읽은 내용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또 때로는 그들의 견해를 무심코 묻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집요하게 매달리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인물들의 독서 행위와 그에 대한 반응은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가교이자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은밀한 욕망의 배출구인 셈이다. 또 그들의 독서 행위는 독서의 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들의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치유하거나 다른 등장인물들과 소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것은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의 차원에서 밀도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블리오테라피에서 치유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주인공들은 독서를 통해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세상과 관계하는 방식을 찾아 나가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리프레이밍(reframing), 동일시(identification), 소산(abreaction), 유사성 등이다. 독서를 통해 주인공들은 타인과의 소통을 지향하며 그들의 경험세계를 넓히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몽상가가 되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도 한다. 즉 주인공들의 독서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window)인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은닉하고자 하는 그들의 내면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행위이기에 이중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표현(output)으로서의 주인공들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타인의 글에 대한 모방 혹은 문학작품에 대한 논평(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 제부쉬낀의 바르바라가 권해준 「외투」를 읽고 나서 주인공 아까끼에 대한 마까르의 평가), 습작(『미성년』의 수기-소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세밀한 기록(『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러한 서사 행위는 타인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수단이 되거나 자기 자신만을 메시지의 수용자로 삼아 이뤄지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독서가이자 해독자인 주인공들의 다양한 독서, 말하기와 글쓰기의 담화가 그들의 내면의 상처 및 현실의 고통과 어떠한 관련이 있으며 그들의 행위가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체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그들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리프레이밍하며 치유하는지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독서 행위 및 독서 치료의 근간이 되는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의 리터러시(literacy)는 독서, 혹은 글쓰기(문학, 문학 외의 무수한 글들, 다양한 문학적 인용 등), 창작을 향한 열정을 통해 발산된다. 그러기에 작가의 소설 중 많은 소설들은 수기, 기록, 일기의 형식을 띠며 그것은 주인공들의 삶에 주요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구성, 시점, 주제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작가의 주인공들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소외와 고독을 경험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몽상하고 또 그러한 몽상을 붙들기 위해, 혹은 몽상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쓰거나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독서에 집착함으로써 타인의 삶을 무섭게 빨아들이기도 한다. 이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 불릴 정도로 일평생 글쓰기에 강한 욕구를 보였던 작가 도스또옙스끼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늘 책을 가까이 하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택하였을 뿐만 아니라 늘 빚에 쪼들리면서도 손에서 책과 펜을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소설들을 여러 사람 앞에서 낭독하기를 즐겼다. 이러한 글쓰기 혹은 말하기 욕구는 작가가 창조한 주인공들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그의 소설의 대다수 주인공들은 일정한 목적을 가지거나 뚜렷한 목적 없이 자신의 삶과 연관된 혹은 자신이 읽고 몽상하고 또 상상했던 모든 것을 무섭게 분출해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서는 작가의 소설 중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주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몇몇 소설들을 선정하여 주인공들의 리터러시와 독서 및 글쓰기의 양상을 면밀하게 분석, 고찰하여 그것의 지니는 의미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리하쵸프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도스또옙스끼의 글을 쓰는 주인공들은 ‘연대기 작가’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쫓기듯이 서둘러 사건을 기록하고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극적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글 전체에 다큐멘터리성과 사실 기술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록이 지니고 있는 문학성과 예술성을 높여주는 동력은 다름 아닌 주인공들의 리터러시와 부단한 독서의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글쓰기 양상과 그들이 남긴 글의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저자-주인공-화자의 독서와 리터러시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본서는 리하초프가 연대기 작가-화자-서술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글쓰기 행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던 일부 소설들(『백야』, 『가난한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네또츠까 네즈바노바』, 『미성년』, 『백치』, 『악령』,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등등) 중 서사를 욕망하는 주인공들의 독서와 글쓰기 행위가 잘 드러나 있으며 그것들이 주인공 및 주변 등장민물들의 치유와 연관되는 소설들 9편(위에서 언급했던 소설들 중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형적인 몽상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는 소설이자 그러한 몽상가의 서사와 몽상이 타인과의 교류로 인해 깨어지고 현실에 눈을 뜨게 됨을 엿볼 수 있는 소설 『백야』, 가난하고 상처받은 무력한 주인공들의 독서와 글쓰기, 치유가 드러난 소설들 (『가난한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여 기록함으로써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를 살아나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1인칭 수기(『네또츠까 네즈바노바』, 『미성년』), 인문학적 독서를 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이끌려 글(팸플렛, pamphlet)을 읽고 쓰는 악령들과 이를 비판하는 소수의 대비를 보여주는 소설(『악령』), 이들 모두의 리터러시와 독서, 그것의 발현으로서의 글쓰기의 양상과 의미, 치유의 다양한 모습 등이 본서의 연구내용들이다.
하루라도 인터넷이나 트위터(twitter)에 실린 글을 읽거나 쓰지 않으면 공허함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도스또옙스끼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도 작가의 주인공들처럼 때로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고픈 충동과 혹은 그와 정반대로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픈 서로 모순되는 욕망,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욕구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타인들과 유리되고자 하는 상반된 욕구를 지닌 채 치열하게 읽고 쓰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또 치유 받으며 살아간다. 어쩌면 도스또옙스끼는 ‘나는 읽고 쓴다, 고로 나는 치유 받아 존재한다’는 명제를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 소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도스또옙스끼와 똘스또이 관련 연구를 하면서 현재 고려대, 상명대, 충북대에서 러시아 문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허접한 악마』, 주요 논문으로는 “도스또옙스끼 종교 철학에 나타난 러시아 분리파의 문제 연구:『죄와 벌』을 중심으로”, “도스또옙스끼 『도박자』 연구:공간의 의미와 룰렛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기억, 상상, 이성의 비극:톨스토이의 『악마』를 중심으로”, “템포, 상상, 시각의 로고스: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 연구”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머리말

 저자 서문


그렇다면 주인공들의 독서 행위는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그것은 텍스트 외적인 차원에서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창작 배경과 작가로서의 도스또옙스끼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작가에게 있어 독서와 서사 행위는 모스크바 출신 작가로서 뻬쩨르부르크의 낯설음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타인들과의 소통을 지향하기 위한 전략에 다름 아니었다. 그것은 텍스트 내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에 대한 밀도 있는 접근(주인공의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소통하기 위한 은밀하고 또 때로는 왜곡된 욕망을 드러내 주는)을 가능하게 해 준다. 주인공들은 자신이 읽은 내용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또 때로는 그들의 견해를 무심코 묻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집요하게 매달리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인물들의 독서 행위와 그에 대한 반응은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가교이자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은밀한 욕망의 배출구인 셈이다. 또 그들의 독서 행위는 독서의 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들의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치유하거나 다른 등장인물들과 소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것은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의 차원에서 밀도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블리오테라피에서 치유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주인공들은 독서를 통해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세상과 관계하는 방식을 찾아 나가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리프레이밍(reframing), 동일시(identification), 소산(abreaction), 유사성 등이다. 독서를 통해 주인공들은 타인과의 소통을 지향하며 그들의 경험세계를 넓히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몽상가가 되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도 한다. 즉 주인공들의 독서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window)인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은닉하고자 하는 그들의 내면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행위이기에 이중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표현(output)으로서의 주인공들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타인의 글에 대한 모방 혹은 문학작품에 대한 논평(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 제부쉬낀의 바르바라가 권해준 「외투」를 읽고 나서 주인공 아까끼에 대한 마까르의 평가), 습작(『미성년』의 수기-소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세밀한 기록(『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러한 서사 행위는 타인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수단이 되거나 자기 자신만을 메시지의 수용자로 삼아 이뤄지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독서가이자 해독자인 주인공들의 다양한 독서, 말하기와 글쓰기의 담화가 그들의 내면의 상처 및 현실의 고통과 어떠한 관련이 있으며 그들의 행위가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체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그들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리프레이밍하며 치유하는지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독서 행위 및 독서 치료의 근간이 되는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의 리터러시(literacy)는 독서, 혹은 글쓰기(문학, 문학 외의 무수한 글들, 다양한 문학적 인용 등), 창작을 향한 열정을 통해 발산된다. 그러기에 작가의 소설 중 많은 소설들은 수기, 기록, 일기의 형식을 띠며 그것은 주인공들의 삶에 주요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구성, 시점, 주제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작가의 주인공들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소외와 고독을 경험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몽상하고 또 그러한 몽상을 붙들기 위해, 혹은 몽상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쓰거나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독서에 집착함으로써 타인의 삶을 무섭게 빨아들이기도 한다. 이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 불릴 정도로 일평생 글쓰기에 강한 욕구를 보였던 작가 도스또옙스끼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늘 책을 가까이 하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택하였을 뿐만 아니라 늘 빚에 쪼들리면서도 손에서 책과 펜을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소설들을 여러 사람 앞에서 낭독하기를 즐겼다. 이러한 글쓰기 혹은 말하기 욕구는 작가가 창조한 주인공들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그의 소설의 대다수 주인공들은 일정한 목적을 가지거나 뚜렷한 목적 없이 자신의 삶과 연관된 혹은 자신이 읽고 몽상하고 또 상상했던 모든 것을 무섭게 분출해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서는 작가의 소설 중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주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몇몇 소설들을 선정하여 주인공들의 리터러시와 독서 및 글쓰기의 양상을 면밀하게 분석, 고찰하여 그것의 지니는 의미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리하쵸프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도스또옙스끼의 글을 쓰는 주인공들은 ‘연대기 작가’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쫓기듯이 서둘러 사건을 기록하고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극적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글 전체에 다큐멘터리성과 사실 기술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록이 지니고 있는 문학성과 예술성을 높여주는 동력은 다름 아닌 주인공들의 리터러시와 부단한 독서의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글쓰기 양상과 그들이 남긴 글의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저자-주인공-화자의 독서와 리터러시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본서는 리하초프가 연대기 작가-화자-서술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글쓰기 행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던 일부 소설들(『백야』, 『가난한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네또츠까 네즈바노바』, 『미성년』, 『백치』, 『악령』,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등등) 중 서사를 욕망하는 주인공들의 독서와 글쓰기 행위가 잘 드러나 있으며 그것들이 주인공 및 주변 등장민물들의 치유와 연관되는 소설들 9편(위에서 언급했던 소설들 중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형적인 몽상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는 소설이자 그러한 몽상가의 서사와 몽상이 타인과의 교류로 인해 깨어지고 현실에 눈을 뜨게 됨을 엿볼 수 있는 소설 『백야』, 가난하고 상처받은 무력한 주인공들의 독서와 글쓰기, 치유가 드러난 소설들 (『가난한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여 기록함으로써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를 살아나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1인칭 수기(『네또츠까 네즈바노바』, 『미성년』), 인문학적 독서를 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이끌려 글(팸플렛, pamphlet)을 읽고 쓰는 악령들과 이를 비판하는 소수의 대비를 보여주는 소설(『악령』), 이들 모두의 리터러시와 독서, 그것의 발현으로서의 글쓰기의 양상과 의미, 치유의 다양한 모습 등이 본서의 연구내용들이다.
하루라도 인터넷이나 트위터(twitter)에 실린 글을 읽거나 쓰지 않으면 공허함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도스또옙스끼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도 작가의 주인공들처럼 때로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고픈 충동과 혹은 그와 정반대로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픈 서로 모순되는 욕망,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욕구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타인들과 유리되고자 하는 상반된 욕구를 지닌 채 치열하게 읽고 쓰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또 치유 받으며 살아간다. 어쩌면 도스또옙스끼는 ‘나는 읽고 쓴다, 고로 나는 치유 받아 존재한다’는 명제를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도스또옙스끼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Бедные люди』(1846)은 당대 비평가 벨린스끼를 비롯하여 이후 몇몇 문학연구가들에 의해 무명의 젊은 작가를 ‘새로운 고골’(Новый Гоголь)의 반열에 자리매김해 준 소설로 각인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는 어떠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도스또옙스끼가 고골의 영향을 받은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골과 차별되는, 혹은 더 나아가 고골을 뛰어넘으려는 젊은 작가의 당찬(?) 시도를 고려해 본다면 그 시도의 핵심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기존의 대부분의 연구들은 아까끼를 비판하며 자의식으로 가득 찬 소설의 주인공 마까르 제부쉬낀의 형상에서 ‘새로운’의 의미를 찾는 듯하다. 그렇다면 아까끼를 비난하는 제부쉬낀의 시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가난한 말단 관리의 자의식에서 비롯되었지만 궁극적으로 그의 독법(책과 인생에 관한 독법)과 그것에서 비롯된 글쓰기에 관한 태도에서 야기되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아까끼와 바르바라의 서로 다른 독법과 글쓰기의 의미를 책과 독서와 연관된 주인공들의 태도를 고려하여 살펴보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도스또옙스끼에게 있어 광범위한 독서와 번역은 그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고 궁극적으로 작가의 길을 가도록 만들었다. 도스또옙스끼의 몇몇 주인공들은 마치 작가의 분신처럼 독서가(혹은 독서광)로서 시작하여 작가(혹은 기록자)로서의 길을 꿈꾸는 자로 등장한다. 그들은 읽고 말하고 기록하고 창작하는 일에 몰두하는 ‘문자 인간’ 혹은 ‘활자 인간’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눈으로 습득한 세상에 관한 지식이요, 입력된 지식과 그로 인해 야기된 ‘자신의 말’의 발산 행위로서 말하기와 글쓰기가 된다. 그들의 독서를 가능하게 했던 인쇄술은 인간의 경험을 시각이라는 단일한 감각으로 환원, 정체시켰을 뿐만 아니라 단어를 소리와 분리시킴으로써 마음과 머리를 격리시켰고 그 결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중요한 ‘감정적 뉘앙스’가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볼 때 흥미로운 점은 마까르 제부쉬낀의 편지 형식의 글(혹은 과정으로서의 글쓰기)이다. 관청의 하급관리로서 글쓰기(정서)를 업으로 하는 그는 도스또옙스끼의 다른 주인공들의 글쓰기와 달리 타자와의 소통을 지향하는 ‘감성적’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고골의 「외투」를 읽은 후 쏟아내는 마까르의 흥분되고 격앙된 어투는 그의 나이브한 독서 혹은 글쓰기로만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마까르 제부쉬낀은 정서에 익숙한 ‘초보적인 독서가’이다. 그는 책 내용을 완전히 실제적인 것으로 소화해 책 속의 등장인물의 희로애락을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며 책이 제공하는 교훈을 자신의 실제 삶을 성찰하는 거울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러한 마까르의 독서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읽은 것을 글을 통해 바렌까와 이야기하며 소통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의 독서는 ‘활자 인간’의 근대적 개인주의의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 마까르 제부쉬낀은 인쇄 문화가 인간에게 부여한 ‘거리 두기’와 ‘비관여성’의 틀을 깬 인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마까르 제부쉬낀에게 책을 권하고 자신의 수기를 보여주며 독서와 글쓰기를 자극하는 바렌까의 경우 독서와 글쓰기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렌까의 독서는 뽀끄롭스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강화되었고 마까르 제부슈낀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약화되다가 븨이꼬프의 출현으로 중단된다. 즉 바렌까의 독서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약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바렌까가 뽀끄롭스끼의 서재에서 발견하여 ‘불쾌감’을 느꼈던 책과 종이는 독서와 글쓰기를 상징하는 소품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소품 앞에서의 불쾌감은 그녀의 불완전한 독서와 암울한 미래를 말해주는 듯하다. 바렌까는 뽀끄롭스끼를 알기 위해 차츰 책을 읽게 되었고 그와 함께 독서를 하며 그에게 생일 선물로 뿌슈낀 전집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까르를 알기 위해 그에게 라따자예프의 책을 제외한 어떠한 책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녀에게 독서는 인간을 알기 위한 인식론적 힘을 지닌 무기이며 인간관계를 개선시키고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바렌까는 마까르를 채 알기도 전에 자신이 마치 비련의 낭만적 여주인공인 듯 븨꼬프의 ‘책 없는’ 세계로 운명처럼 뛰어들게 된다. 븨꼬프는 “책은 도덕을 해칠 뿐이어서 어떠한 책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렌까의 미래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븨꼬프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하고 비극적인 전망을 지닌 것이 되고 만다.
바렌까의 글쓰기 또한 독서와 마찬가지로 점차 그 효과와 영향력을 상실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가난하고 힘겨운 현실에서도 바렌까는 마까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여하며 자신의 집에 찾아와 주기를 부탁하지만 점차 그녀는 븨꼬프의 눈치를 보며 그의 세계로 가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현재를 살게 된다. 예를 들어 그녀는 마까르에게 자신이 필요한 주름 장식을 사오도록 부탁하며 독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마까르와 바렌까의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 다른 양상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마까르는 편지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에 바렌까는 점차 독서와 글쓰기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까르가 글쓰기에 자신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지향했던 글쓰기 중독자, 즉 ‘그래포매니아’(graphomania)라면 바렌까는 글쓰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타자에게 다가가서 그를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 했던 애서가(愛書家), 즉 ‘필로비블론’(philobiblon)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까르와 바렌까의 편지 교환은 그래포마니아와 필로비블론의 이중주로서 그들의 글쓰기와 독서라는 행위에 방점을 두어 기존 연구들과는 다른 인문학적 차원에서 접근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 1 장. 들어가며

제 2 장. 몽상과 현실의 리터러시-비블리오테라피

2-1. ‘필로비블론’과 ‘그래포매니아’의 이중주: 『가난한 사람들』연구
2-2. '호모 로?스들'의 이야기:『백야』 연구

제 3 장. 흐로노또프- 리터러시-비블리오테라피

3-1. 지하와 지상의 변주-‘지하인’의 독서와 글쓰기: 『지하로부터의 수기』연구
3-2. ‘죽음의 집’에 관한 단상-화자의 글쓰기와 비블리오테라피:
『죽음의 집의 기록』 연구

제 4 장. 선과 악의 리터러시-비블리오테라피

4-1. ‘상처받은’ 독자들과 ‘산책하는’ 작가: 『상처받은 사람들』연구
4-2. ‘악령들’의 리터러시와 독서: 『악령』연구
4-3. 네오테니의 하이퍼그라피아:『백치』 연구

제 5 장. ‘나’의 기억과 리터러시- 비블리오테라피

5-1. 기억에 관한 서사- 리터러시- 비블리오테라피: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연구
5-2.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한 서사-리터러시- 비블리오테라피: 『미성년』연구

제 6 장. 맺으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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