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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

시리즈 : 푸른사상 산문선 [24]

이소리 저 | 푸른사상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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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409474 / 286쪽 160 x 22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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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59년 창원 상남에서 태어나 1980년 『씨알의 소리』에 시 「개마고원」 「13월의 바다」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창원공단 현장 노동자로 일했으며, 무크지 『마산문화』에 참여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간사, 한국문학예술대학 사무국장, 『시와사회』 편집인 겸 편집주간, 『울산일보』 문화부장을 거쳐 인터넷신문 『뉴스Q』 『시사포커스』 편집국장 등을 맡았다.
시집으로 『노동의 불꽃으로』 『홀로 빛나는 눈동자』 『어머니, 누가 저 흔들리는 강물을 잠재웁니까』 『바람과 깃발』이 있으며, 장편소설 『미륵딸』, 편역서 『미륵경』, 막걸리 백과사전 『막걸리』를 펴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 겸 회보편집위원장, 일간문예뉴스 문학in 대표로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나도 어찌 보면 참 지독한 넘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넘게 하 모진 세월에 이리저리 아프게 찔리며 여기 저기 돌개바람처럼 떠돌아 다녔다. 그동안 쓴 시도 거의 다 잃어버렸다. 세월이란 바늘에 찔릴 때마다 ‘악! 악!’ 악을 쓰며 그 뼈아픔을 바느질하듯이 적었던 시작노트도 그 모진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다.
나는 1978년 공고를 졸업한 뒤부터 창원공단에서 8여 년이란 세월을 현장 노동자로 보냈다. 그 뒤 서울로 올라와 문인단체, 출판사, 문학대학 등을 거치며 제법 자리를 잡는 듯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990년대 허리춤께 어쩔 수 없이 출판사를 차렸다가 3년 남짓 만에 아파트까지 경매로 날리며 쫄딱 망하고 말았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두 딸과도 흩어져 살아야 했다. 남들은 ‘기러기 아빠’니 ‘독신남’이니 하면서 팔자 좋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지만 나는 ‘기러기 아빠’도 ‘독신남’도 아니다. 지금 창원에서 작은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는 아내는 어쩌면 남편이란 넘이 명절 때나 부모님 제사 때 가끔 찾아오는 ‘먼 친척’ 혹은 그저 지나치는 ‘길손’쯤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에서야 겨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 하나를 데리고 서울 면목동 반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십대 허리춤이 된 지금까지 그래도 별 탈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내가 나를 보기에도 참 지독한 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라는 이름을 단 이 책은 내가 공고를 졸업한 뒤 화학분석2급기능사 자격증을 들고 8년 동안 창원공단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심상을 꼼꼼하게 적은 일기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20대 새파란 청춘을 바친 한 노동시인이 이 세상에 던지는 ‘공장일기’라는 그 얘기다. 그렇다고 케케묵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공단 현장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출근하는 글’ 중에서

 

목차

목차
- 출근하는 글
1공장 프레스실에서 겪은 쓰라린 기억
프레스실에서 겪은 쓰라린 기억
휴우~ 십 년 감수했네
1970년대 끝자락, 창원공단 안에 첫 ‘문학회’ 만들다
연마실, 그 아찔했던 찰나
배 째라 카?는 수밖에 없다 아이가
설마 우리 보고 총을 쏘기까지야 하것나?
기름과 칩에 갇힌 나날들
워메, 이를 우에쓰까이~
이런 시는 발표하지 마라
비상계엄사 마산분소입니다
저는 시가 무언지 잘 몰라요
2공장 창살 없는 감옥
아빠! 왜 손가락이 없어요?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
어이~ 초형 초제! 한 잔 하세
지옥이 따로 없었다카이
조총련에서 날아든 연하엽서
니 요새 땡 잡았다며?
잠깐 이야기 좀 하까예?
일마 이거 혹시 프락치 아이가?
고개 들지 마! 고개 들지 말고 일해!
창살 없는 감옥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쟈?
3공장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
고마 가발로 벗어뿌지예?
목석같은 남자
해마다 매화가 피어날 때면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
니 인자 정식 사원 됐나?
잘린 손톱은 다시 자라날 겁니다
오늘따라 음악이 왜 이리 느려 터졌노
첫 봄비가 내리던 그날
복사꽃이 피어날 때면
다 큰 가시나 방을 머스마가 우째 문을 엽니꺼
모란이 피어날 때 야반도주 한 그 공순이
4공장 공단 보릿고개를 아십니까?
‘쎄바닥 사건’을 아십니까?
우리가 저거들 봉이가?
공단 보릿고개를 아십니까?
공장 안에서 책을 파는 것도 죄가 됩니꺼?
니는 우째 그리도 일이 잘 풀리노
이소리가 누구야? 혹시 자네 아냐?
니는 꼼짝 말고 한 우물만 파라
책을 못낸다꼬 모든 기 끝나는 기 아이다
시가 밥이었으면 좋겠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 퇴근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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