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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 문학동네시인선 27

시리즈 : 문학동네 시인선 [149]

조말선 저 | 문학동네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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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19288 / 124쪽 224 x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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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65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이 있다. 2001년 제7회 현대시동인상, 2012년 제17회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가로수들

 

한 손이 다른 손에게 구름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 발이 저 발에게 바람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것은 늘 움직이고 있는 한 손과 다른 손, 이 발과 저 발이어서 장소가 없었다 도착이 없었다 당신은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옆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반쯤 표정을 숨긴 태도가 나를 외롭게 해 한 옆모습이 한 옆모습을 돌려세우려고 가고 있는 당신은 더 외로워 보여 그러니 당신은 이봐 이봐, 당신을 돌려세우려고 가고 있었다 외로움의 제복을 입고 당신에게 당신을 건네주고 있었다 제복의 아름다움은 길게 줄을 서는 것 그것은 늘 움직이고 있는 현상이라서 봄이 왔다 한 손이 다른 손에게 봄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 발이 저 발에게 봄을 건네주고 있었다 저 소실점까지!


손

 

손은 허공을 잡기 가장 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다 그것이 쫙 폈을 때와 꼭 오므렸을 때 허공을 느끼는 양은 같다

내 손에 고인 허공의 감각을 네 손에서 측정하기 위해

악수를 한다 내 손의 온도가 전해져온다

허공이 끈적끈적하게 손바닥에 들러붙는다

손이 몹시 부드럽군요, 라고 말하는 당신의 감각이 내가 느끼는 말이다

꽉 잡힌 허공이 우리의 맞잡은 손바닥 사이에서 땀을 흘린다

내 손과 당신 손이 느끼는 허공의 양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로 하죠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운
우리의 바닥 때문에

작별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손을 흔들고 있다


친화력

 

의사가 식물이 된 그를 그녀에게 내민 순간
그녀의 손가락에서 넝쿨이 뻗어나왔다
이제는 새벽까지 술 마시러 다니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람 속 뒤집는 욕설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돈을 벌어오지도 않습니다
의사는 식물담당은 아니라는 듯 사라져버렸다
그는 어린 묘목처럼 말랐다
여보, 하고 부르지도 않았고
물 줘, 하고 명령하지도 않았고
자기야, 하고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어찔 그를 붙들었는데
그의 몸이 그녀를 휙 감았다
그의 몸이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녀의 넝쿨이 간신히 그를 붙들었다
입을 잃은 말이 몸을 찢고 나왔다
날이 갈수록 그가 그를 감아올라가는지
그녀가 그를 감아올라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로 인해 꼼짝할 수 없었고
그는 그녀로 인해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 쪽으로 구부러지고
그녀의 손가락은 그 쪽으로 자라나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그가 휘어감아 자를 수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돌보기 위해 그를 친친 감아올랐다
그녀는 그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친친 감아올랐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2부
3부
4부
해설 말할 수 없는 입
구모룡(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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