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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267364 / 390쪽 160 x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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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책은 소설과 문학의 위기가 우리의 삶의 위기를 알리는
숨은 신호라는 생각에서 씌어졌다.
이 책은 가라타니 고진의 <문학의 종언>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늘날 직면한 주체와 윤리의 위기, 그리고 사랑과 혁명의 종언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문학과 소설의 위기란 윤리의 상실이나 혁명의 종언을 예고하는 숨은 신호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심화된 소설의 상품화와 정치의 무력화는 그것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문학과 소설의 종언의 근거를 소설과 네이션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그에 의하면, 소설은 네이션을 상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해왔는데, 네이션 스테이트가 확립된 오늘날 그 역사적 역할이 종언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귀환과 도전적 서사>(소명출판, 2012)는 소설이 과거와 똑같이 중요한 윤리적.정치적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라타니의 문제점은 소설의 윤리적.정치적 역할을 주로 민족주의와 연관해서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과 네이션의 연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가령 식민지 시대 우리 소설은 단지 민족주의를 표현하기 위한 양식이 아니었다. 식민지 소설은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네이션이 생성되는지 보여주면서, 그것의 특별한 의미를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총독부에 대한 타자의 위치에서 네이션을 생성해야 했다. 이 때 식민화를 통해 상처받은 것이 네이션이었기에 리비도가 그 표상에 집중되었지만, 식민지 조선인은 네이션의 이름으로 실상은 ‘제국과 자본을 넘어선’ 해방된 공동체를 소망했다. 제국과 자본에 대해 조선인은 매번 패배했으나, 식민지 소설은 조선인이 윤리적으로는 항상 승리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소설이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더 심층적인 윤리적 기능을 한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소설이 ‘국가(제국)와 자본은 넘어선’ 세상을 꿈꾸는 것은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인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과거의 타자가 피식민자였다면 오늘날은 실직자, 비정규직, 주부, 이주노동자들이다. 또한 자본이 인격성의 영역에 침투하는 지금은 개인들의 특이성의 해방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박민규와 김중혁의 소설이다. 그들의 소설은 ‘21세기의 소설의 귀환’이다.
물론 오늘날은 윤리의 상실과 함께 정치의 종언이 예고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상실의 시대는 귀환의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가 소망하는 귀환은 되돌아온 동시에 새로워진 창조적인 변혁이다. 그 점은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제 소설의 위치에도 얼마간 변화가 필요하다.
근대는 자본주의와 소설이 긴장관계 속에서 길항하는 시대이다. 오늘날은 자본주의가 소설까지 상품화한 반면 소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을 수용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하다. 소설과 자본주의의 균형은 여기서 흔들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신매체인 영화나 인터넷과 동맹관계를 맺어야 한다. 소설과 신매체의 동맹은 비판적 서사의 힘을 증폭시킨다.
예컨대 <도가니>가 영화화되고 인터넷에 비판의 글이 실리면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것에 주목해보자. 이 서사가 말하고 있는 것은 비단 장애아의 문제가 아니다. 신음처럼 울부짖는 장애아들의 반항이 우리에게 공명된 것은, 우리 역시 권력의 네트워크에 에워싸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유혹과 은폐의 권력이 우리를 둘러싸는 숨 막히는 시대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의 곳곳에서 물밑의 네트워크가 생성되는 하위정치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은유를 통해 보이게 해주는 것이 소설과 영화, 인터넷이다. 이 책은 그런 하위정치를 ‘은유로서의 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일상 자체에서 윤리의 회생을 소망하는 이야기를 포함해 새로운 귀환이 필요한 서사들을 ‘도전적 서사’라고 명명하고 있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상실의 시대는 귀환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것이 인간이 숨기고 있는 최고의 비밀일 것이다. 우리는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충동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움트는 도발적인 징조를 감지한다.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소설의 종언’에 대해 결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상실한 것들은, 기억하는 한 반드시 돌아올 것이므로.
<소설의 귀환과 도전적 서사>는 소설과 문학의 위기가 우리의 삶의 위기를 알리는 숨은 신호라는 생각에서 씌어졌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은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탐구되어야 했고, 저자는 마땅히 탐구되어야 할 가치들을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살펴보고 있다. ‘소설의 죽음’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내뱉어지는 현 사회에 저자의 이러한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은 반성과 동시에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있어, 신선한 지(知)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나병철(羅秉哲, Na Byung-Chul)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수원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소설이란 무엇인가>, <문학의 이해>, <전환기의 근대문학>, <근대성과 근대문학>, <한국문학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소설의 이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근대서사와 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와 근대문학>, <소설과 서사문화>, <가족로망스와 성장소설>, <영화와 소설의 시점과 이미지>, <환상과 리얼리티>가 있으며, 역서로는 <문학교육론>(제임스 그리블), <문화의 위치>(호미 바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정치와 문화>(마이클 라이언), <해체론과 변증법>(마이클 라이언), <중국문화 중국정신>(C .A. S. 윌리엄스)가 있다. 주요논문으로는 「탈식민주의와 정전의 재구성」, 「탈식민과 환상」, 「식민지 근대의 공간과 탈식민적 크로노토프」, 「청소년 환상소설의 통과제의 형식과 문학교육」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