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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마 씨 시로부터 사랑이기까지

강정, 허남준 저 | 문학동네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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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17345 / 312쪽 14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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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몸에서 그 사람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

열네 편의 시,
강정의 몸을 빌려
사랑이라는 한생을 낳다!

우주의 작은 반점 콤마, 씨

시인 강정을 아는가.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데뷔한 것이 그의 나이 스물둘,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으니 올해로 마흔둘이 되기까지 그가 지금껏 펴낸 시집은 『처형극장』『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키스』『활』 등 도합 네 권. 시로 말하자면, 시 하나만 놓고 보자면, 어쩜 이렇게 나이 먹지 않을 수 있을까 싶게 젊디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바, 그도 크나큰 재주라 할 만한데 참으로 이 시인, 몸을 밀어 글에 붙이는 산문에서 보다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터라 지금껏 펴낸 산문집이『루트와 코드』『나쁜 취향』, 이리 둘이다. 이뿐이랴. 아실 테지만, 그는 태생이 로커인 것을.
자, 자, 서두가 길었다면 용서하시라. 시와 산문과 노래, 이 셋의 태생적 소유자 강정이 이 셋을 고스란히 폭발시킨 책 한 권을 여기 이렇게 낳았으니, 이름 하여 『콤마, 씨』니, ‘콤마’의 이어지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필시 새 생명 ‘씨’를 숨겼다는 얘기이니, 이를 감지했으면 하는 시인의 힌트를 예서 찾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설이 아니겠나 싶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렇듯 시와 산문과 노래로 합쳐진『콤마, 씨』는 이 셋으로 말미암아 아름답게 변종된 눈물겨운 프랑켄슈타인이다. 이다지도 아픈 괴물 미스터 ‘콤마, 씨’는 사랑을 잃고 사랑을 반추하는 가운데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놓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태어났다 다시금 그 자세로 죽은 듯 잠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누가 이로부터 다르다 할까. 살기 위해 죽고 죽기 위해 사는 모순 속에 기실 ‘사랑’이라는 힌트가 있다.

내 인생의 일곱번째 책. 이 책은 오직 한 사람을 그리며 씌어졌다!
『콤마, 씨』는 열네 명의 시인과 그들의 열네 편의 시를 기저로 빚어낸 새로운 스타일의 산문이자 일종의 장시(長詩)다. “오욕칠정에 대한 사사로운 분별마저 망각한 채 가만히 들여다보고 매만지고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 어떤 기별들”이라고 했던가. 김경주, 김소연, 이원, 최하연, 김태동, 하재연, 김근, 김중, 김언, 조연호, 신동옥, 정영, 이준규, 이영주, 이들의 시를 서두에 한 편씩 드러냈고 후에 이들의 시 구절 가운데 수면 위로 때론 숨이 차서 때론 간질거리는 통에 저절로 솟구치는 문장 혹은 단어들에 때론 기대거나 때론 밀쳐버리는 식의 감정적 발로로 글 한 편 한 편을 완성해나갔다. 아마도 그 자체의 과정 또한 사랑이 아니겠나 싶은데, 사랑에 있어 “사람의 마음이 복잡다단한 기억과 인상들의 접합으로 변형되고 왜곡되”듯 “그 변화와 왜곡 자체를 투사해내는 ‘마음의 일’이 시가 아니던가”. “의도하지 않은 말, 합리적으로 기획되지 않은 생각이 숨어 있는 행간 속에서 흐물흐물 새어나와 자기 자신조차 이물스럽게 만드는 언어 앞에서 끝끝내 솔직해지기.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진심에게 스스로 속아 넘어가기”, 이것이 바로 시이자 사랑인 것을 특유의 예민하게 발달한 오감으로 포착한 강정은 어쩌면 이 실험적인 글쓰기를 통해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될 턱이 없는 사랑의 실체를 밀가루 반죽을 뜯어 그 찰기를 증명하듯 손에 묻혀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넓적하게 때론 소담하게 때론 동글려가며 때론 늘려가며 그때그때 손이 원하는 방식 그대로를 따라 본능에 충실해보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출몰’한 셈이다. 열네 편의 글이 사랑을 테마로 하되, 죄다 다른 음률과 리듬으로 짜인 것은 바로 그런 연유다. 책을 읽기 전 아래의 ‘일러두기’를 참고하면 다행이겠다 싶은 것은 이 한없이 출렁거리며 깊이 발 빠지게 하다 다시금 솟구쳐 물 위를 걷게 하는, 그래서 도통 가늠할 수 없는 이 텍스트의 능동적인 주인으로 애초부터 출발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시와 문장, 그리고 사건과 풍경은 각기 다른 지점에서 발생하거나 추출돼 우연히 만난다. 풍경은 문장의 배경으로 흐르지 않고 문장은 풍경을 설명하거나 수식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우연한 계기에 의해 임의로, 같은 평면에 도열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임의성은 사후 필연으로 가공된(될 수도 있)다. 풍경은 문장에 개입해 애초에 지녔던 장소의 고유성 및 공간의 위상을 상실한다. 문장은 다른 의미로 나아가고 풍경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공간을 잠식한다. 이 책은 최소 둘 이상의 시각과 생각과 상상과 실재를 뒤섞으면서 그 모든 걸 지우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풍경이 가리키거나 지우는 세계의 다른 면, 문장이 적시할 수 없는 언어의 마지막 이면은 마치 양파 껍질과도 같다. 이 책은 그 어떤 합일에의 약속도 없이 조우한 풍경과 시, 그리고 거기서 촉발된 문장들의 충돌의 결과물이다. 유일하게 계산된 게 있다면, 그 모든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막연하고도 흥분되는 호기심과 충동뿐이다.
-‘일러두기’ 전문

시라는 여러 겹의 가면 뒤에서 낮게 읊조리는, 내 안의 또다른 목소리들!
『콤마, 씨』는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라는 장르에 기대어 결코 멈출 수 없고 마칠 수 없는 ‘사랑’을 증명해낸 책이다. 강정과 함께 라는 밴드를 함께 이끌며 본문 안에서 독특한 시선을 보탠 아티스트 허남준의 사진 또한 그래서 그리도 뿌연 시야를 가졌던 걸 거다. 사진마다 붙은 일련의 제목들, 오히려 본문에 인용된 시들보다 더 시로 읽히는 이 기묘한 뒤섞임을 찬찬히 둘러본 뒤 시인 허수경은 이렇게 말했다지.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우주의 트랜스젠더를 위한 책, 혹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 하나뿐인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덧붙여 “우리의 위로가 필요한 책”이라고도. 일종의 고백록으로, 자술서로, 연서로 읽었으나 결국 시로 읽은 소설가 한유주의 소감도 있었으며,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렇게 소회했다지. “강정과 시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장 벨맹 노엘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서로 상대방의 욕망을 빌리는 일 같다”고. 어쨌거나 분명한 건 우리 모두의 위로가 필요할 만큼 아픈 책이라는 것, 기실 그 아픈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그의 커다란 비유이자 상징 아닐까.
무엇보다 이 책은 강정의 줄글을 주목함과 동시에 끝까지 그로부터 시선을 놓지 않아야 완벽하게 읽어냈다 할 것이다. 그는 정확하면서도 적확한 문장과 단어 쓰기로 애초부터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였거늘, 타고난 탄력적 글쓰기의 에너지가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는 이 책 안에서 가장 깊고 넓게 폭발할 수 있던 까닭에는 한 땀의 여백도 그냥 쉬어 가는 것이 아니라 촘촘히 안 보이는 거미줄로 엮은 그만의 무대 장악력이 뒷받침된 까닭일 게다.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 텍스트는 당분간 구경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여 시를 쓰고자 하는, 산문을 쓰고자 하는, 게다가 노래 가사를 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특별 부록으로 이 책의 저자이자 함께 밴드를 이끌고 있는 <The ask>의 강정과 허남준의 신보 CD를 책 안에 담았다.

저자 소개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해적이나 사립탐정 같은 걸 막연히 꿈꾸었을 뿐,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한국 나이 스물두 살,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에 '항구'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갑자기 시인이 되어버렸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가끔 실제로 무대에서 하기도 한다. 돈은 잘 못 벌지만 조금이라도 벌면 술을 마신다. 이런 자신을 자주 미워하지만 습관을 교정할 마음은 없다. 공부는 좋아하지만 학교는 싫어하고 사람은 싫어하지만 가끔은 누군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시집으로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이 있고 『루트와 코드』『나쁜 취향』 등의 산문집도 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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