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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0009119 / 25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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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장마철의 감각》(雨季的感覺, 1994)은 또 어떤가.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하나의 예술적 미궁(迷宮)이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사실주의적 소설의 형식적인 면에 파격을 가하고, 교묘한 서사 수법으로 독자들을 미로로 유혹한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중국 강남의 작은 농촌 마을이다. 이 소설은 이 농촌 마을에 나타난 탐정이 누구이며, 방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수사하는 추리소설 기법을 사용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교장이 여학생의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떼어 주는 장면을 금욕수행 중인 스님이 보면서 이상한 상상을 하고, 탐정이 밟은 길을 수색하던 진장(한국의 주민센터장)은 교장의 부인과 밀회하는 꼴이 된다. 탐정인 친구에게 청첩장을 보내려던 마을 청년은 폭도들과 내통하는 자로 몰려 호된 꼴을 당하는데 사실은 그 청년이 고지식한 비서를 놀리는 바람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웃끼리 감시하고 고발하는 마을 운영이라든가 전쟁으로 들끓는 사회 분위기가 중심 사건들을 일으키는 밀접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등장인물이 다른 인물의 서사가 끝나기도 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현실 사건과 꿈에서 일어난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건의 흐름도 뒤죽박죽에 가깝다. 독자에게 사건을 원인과 결과로 이어 볼 정보를 도무지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뒤에야 독자들은 사건이 역순으로 묘사되었다는 것과 모든 사건들이 등장인물들의 착각을 징검다리 삼아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이 각각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추측하고 산다고 하지만 실은 모두 착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음을 실험하고 시현한다. 마위엔(馬原)에게 있어서만이 아니라 중국 선봉파의 대표작인《깡디스 산맥의 유혹》(?底斯的?惑, 1985)은 깡디스 산맥을 배경으로 하는 티베트의 원시적인 자연 풍광, 신비로운 신화와 전설 그리고 티베트 인들의 인정(人情)을 통해 신화와 전설을 잃은 현대인에게 환상의 피안을 제시한다. 티벳 사람들의 종교적인 정신세계와 독특한 장례 문화 등의 소재들이 느리지만 확연하게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신비감을 생성한다. 작가는 이러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독특한 서술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소설의 구성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리얼리즘 소설의 구성 단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작품은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늙은 작가가 들려주는 3가지 이야기이다. 설인과 사냥꾼 이야기, 천장을 몰래 탐험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 양치기 형제의 이야기 등 3개의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한 사냥꾼인 충뿌가 유목민들의 읍소를 받아 곰사냥에 나선다. 그런데 그가 마주친 것은 전설로만 듣던 설인이었다. 한편 루까오는 인간 이상의 숭고한 매력을 가진 여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육신을 독수리에게 뜯겨 먹히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한다. 마지막으로 양치기 형제인 뚠쭈와 뚠위에의 이야기에서는 속세의 영욕을 따라 마을을 떠난 동생과 말없이 양을 치다 신의 세계에 다녀오는 형의 엇갈린 운명이 담담하게 서술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줄곧 대화와 정황이 바뀔 뿐 의미있는 사건의 전환도 없고 세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일관되게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도 없고 그 사건들이 시간 순서에 의해 전개되지도 않으며, 복선도 없이 우연하게 발생한다. 시점 또한 수시로 바뀐다 싶더니 느닷없이 작가가 소설에 직접 등장해 독자와 대화하는 원서사(元敍事:meta narration) 기법까지 사용한다. 리얼리즘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의 독서 습관과 기대를 여지없이 파괴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 독서’를 유도하며, 신선함과 모호함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정서는 티베트와 티베트 사람들의 삶을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느끼도록 한다. 서사적 측면에서 이 작품은 중국 당대 소설사에서 혁명적 실험작 중의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소설은 가끔 현실과 상관없는 것을 말하여 현실 속의 진실을 드러내고 독자의 일상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집은 마치 이러한 소설의 서술방식이 바로 인간사회 자체의 존재방식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오해와 무지, 욕망과 비논리로 가득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기승전결이 없는 이야기는 대개 긴박감이 없어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 사조가 전세계 현대문학의 시대를 풍미하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소설의 틀을 깬 소설은 독자에게 스스로의 틀을 깨는 새로운 선물이 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 초대를 받는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독자분들이 이 책을 독파한 뒤 바라본 세상이 그 이전의 세상과 같은 모습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 머리말
80년대 남미의 보르헤스, 마르케스, 요사 등 이른바 ‘붐 소설’(옮긴이 주―1960년대 이후 세계문학 무대에 붐을 일으켰던 라틴아메리카 소설들) 작가들부터 시작된 환상 혹은 마술적 리얼리즘은 서구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새로운 소설 양식을 선보였다.
개혁 개방 정책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80년대 후반, 중국에 이 사조가 소개되자 중국 문단에서도 이를 실험한 전위적 소설 유파인 선봉파(先鋒派)가 등장했다.
소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근대적 이성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 유파는 그 이성을 불신하고, 필연보다 우연성을 강조하며, 주제 없는 무의미를 추구한다. 세계 사조의 중국적 변용인 이 유파는 상상 공간의 지평을 확대하며 중국 소설문단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집은 옮긴이의《중국 신사실주의 소설선》의 뒤를 잇는 작업으로, 중국 당대 소설을 유파별로 한국에 소개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집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중국 당대 문학사에서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모두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소소한 상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옮긴이의 말 5
길 잃은 배Ⅰ거훼이(格非) 9
장마철의 감각Ⅰ거훼이 49
깡디스 산맥의 유혹Ⅰ마위엔(馬原) 89
착오Ⅰ마위엔 165
산 위의 작은 집Ⅰ찬쉬에(殘雪) 191
맑은 날, 아메이의 시름Ⅰ찬쉬에 199
도망Ⅰ쑤퉁(蘇童) 209
꽃 피는 계절Ⅰ리앙(李昻) 227
작가소개 및 작품해설 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