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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5668311 / 451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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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아렌트, 세계사랑을 이야기하다
‘경쟁’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 개개인은 인간적 공존에 눈을 돌리기보다 ‘쓸모없는, 잉여적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즉 생존 문제와 연관된 활동에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명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개인의 자유의지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자유만큼 중요한 덕목은 없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75)는 그의 저작을 통해 자유가 박탈당하거나 권력과 폭력이 난무한 사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면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과거의 역사로부터 찾아냈다. 그는 사유하는 삶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어떤 개념의 의미를 이론화하거나, 특정한 현상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고, 다원성·자유·권력 등 다양한 정치현상과 밀접하게 연결했다. 특히 인과론적 분석에서 벗어나 ‘이야기하기’(story-telling) 서술방식으로 쓴 저작을 통해 개인의 삶에서 공적인 의미를 끌어내거나 정치적 사건에 들어 있는 사적인 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특정한 국가, 문화, 시대를 뛰어넘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 즉 세계사랑에 기여하는 데 헌신했다. 세계사랑의 정신으로 서술된 아렌트의 저작을 살펴보면, 단지 이론으로만 그치는 사상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사상임을 알 수 있다.
정신의 삶을 살며, 자유를 지향하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다―이 책의 구성
한 시대를 이끈 사상가의 핵심사상과 저작을 10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 가운데 아홉 번째로 출간된 『아렌트-정치의 존재이유는 자유다』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아렌트 사상을 연구해온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은 물론, 아렌트의 사상을 정치철학적 관점으로 정리하고 분석해볼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은 아렌트의 ‘정치적 사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아렌트의 저작을 하나로 잇는 외올실인 정치적 사유를 어떻게 정치와 사유로 연계시키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아렌트의 저작 전체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제2장에서는 ‘활동적 삶’을, 제3장에서는 ‘정신의 삶’을 소개하면서 철학과 정치, 정치와 사유는 항상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이해하는 기저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항상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시간은 연속체, 즉 중단되지 않는 계기의 연속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서 있는 중간 지점에서 단절된다. ‘그’가 서 있는 장소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현재가 아니라 그의 지속적인 ‘투쟁’, 즉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그의 저항이 존재하는 시간 속의 틈새다.”(본문 77쪽)
제4장은 ‘새로운 시작’의 의미와 특성을 다룬다. 제5장의 주제인 ‘자유’ 역시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권력과 폭력의 범주에서 ‘정치와 자유’의 관계를 논의한 제6장, ‘정치와 권력’의 역사적 범례에 대한 이해 없이 정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제를 다룬 제7장까지 각 주제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조명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변동이 발생하는 곳, 완전히 다른 정부 형태를 구성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곳, 즉 새로운 정치체를 형성하고자 폭력을 사용하는 곳,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궁극적인 목적을 적어도 자유의 확립으로 상정하는 곳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혁명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본문 241쪽)
제8장은 정치 행위의 다른 유형인 ‘책임과 용서’를 다룬다. 제9장에서는 ‘인간성’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었다는 점은 전제하지만, 이 인간성은 대화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제10장은 “이데올로기적 사유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거짓말이나 철학적 진리가 결국 정치영역을 손상시킨다”는 아렌트의 주장을 주목하면서 진정한 정치를 손상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을 제기한다.
“이데올로기와 단순한 의견은 다르다. 단지 두 이데올로기만이 다른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것은 바로 역사를 경제적 계급투쟁으로 해석하고, 역사를 자연적 인종투쟁으로 해석하는 이데올로기다.”(본문 359쪽)
아렌트가 우리에게 남긴 지적 유산은 무엇인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먼저 “아렌트는 우리의 삶에서 현재, ‘무시간적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현재 이곳에서 생각하고 활동하면서도 단지 현재의 삶을 미래의 윤택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유는 항상 ‘현재’를 고려해야 함을,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또한 “아렌트는 위대한 전통에 도전하고 이를 해체하고자 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근대 사상가들은 전통에 도전하면서도 플라톤 이래 형성된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즉 ‘관조적 삶’은 활동적 삶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다. 아렌트는 활동적 삶의 관점에서 행위의 의미와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정치의 고유성을 복원시키고자 했다.
그다음으로 “아렌트는 역사적 경험 가운데 귀중한 것의 의미를 다시 복원시켰다.” 그는 삶의 근본 의미를 이해한 ‘위대한 정신’의 지혜를 우리 시대에 다시 복원시키고, 망각된 역사적 경험의 의미를 조명했다. 즉 소크라테스의 삶을 후세에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동굴의 비유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 플라톤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렌트는 독자에게 정치적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지혜를 제공했다.” 우리는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든 아니든 공동생활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관점과 입장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적 사유는 인간적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아렌트는 자신의 저작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이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공존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아렌트는 정치철학의 전통이 과연 당대의 인간적 삶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전통 가운데 역사적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사건은 무엇인지, 우리가 역사적 유산이 남긴 유언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자문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 『혁명론』 등 그의 저서가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여기’에 쌓인 역사적 사건과 경험에 나타난 다양한 인간의 삶, 범례들을 찾아서 인간의 공존을 도모한 데 있다. 한국 현실에도 아렌트의 사상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특히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은 그의 핵심사상인 ‘책임과 용서’ ‘권력과 폭력의 정당성’ ‘자유(freedom)와 자유(liberty)’ 등의 개념어로 설명되고 조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