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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46053762 / 448쪽 223 x 15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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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비어만 추방조치는 동독에서도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동독문단을 대표하는 저명 작가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대규모 구명운동을 펼친 사건은 동독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 사건은 정치적 망명의 엑소더스(Exodus)로 이어졌다. …… 비어만 시민권 박탈사건이 동독 붕괴의 도화선인 근거는 여기에 있다. (10쪽)
비어만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했고, 독일 전체를 “붉은 땅”으로 물들이려고 했던 이 신념이 시인으로서 자신의 존재근거를 규정짓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원칙이었다. 비유하자면 그는 사회주의 이상을 견지한 ‘혁명의 이카로스’였던 셈이다. (57쪽)
그는 연극무대를 잃었지만 그 대신 기타라는 “6연발 자동소총”(<마르크스의 혀로> 72쪽)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극장이라는 중화기 “대포” 대신 노래와 시라는 가벼운 “휴대 화기”를 얻은 것이다. 이는 비어만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였지만 당수뇌부에게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었다. 당의 우둔한 검열조치가 없었다면 동독의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실망과 분노, 사회주의통일당의 전횡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주를 이루는 비어만의 노래와 시는 불법으로 복사 혹은 복제되어 동독 대학생들과 체제 비판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지하 유통되지 않았을 것이다. (161쪽)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활한 이카로스 김지하가 칼 대신 생명의 연꽃을 치켜들었다면, 다이달로스 비어만은 여전히 “한 손에는 기타를, 다른 한 손에는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시대의 현실 위를 저공비행한다. “깊이 감동되는 건 무언가 아름다운 일/ 더 나은 건 스스로 움직이는 것”(<거꾸로 돈 세상> 65쪽)이라는 시구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이 그의 시에서는 여전히 직관보다는 인식이, 예찬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노래하기에 앞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고 요구한다. (300쪽)
비어만에게 절망적인 현실은 오히려 그것의 극복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어만과 김민기의 노래는 하나로 만난다. 그러나 절망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은 서로 갈라진다. 지식인적인 자의식이 강하게 투영된 김민기의 노래에서 시대의 고통을 바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몫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거친 광야로 나가겠다는 영웅적 비장미가 느껴진다면, 비어만의 노래에서는 시대의 어려움을 홀로 견뎌내기보다는 서로 함께 연대해 극복해 나가자는 촉구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31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