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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3706084 / 624쪽 188 x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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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이 책은 “미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과 “미국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하는 의문을 다루면서도 그 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미국 문명론에서 다루던 주제이다. 그런데 미국 문명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예외론, 즉 미국을 역사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하는 관념이다. 이는 미국인들의 집단적 정체성에 기초를 제공한 지적 전통으로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강조점을 바꿔 왔다. 미국혁명의 시대에는 미국이 신의 구상에 따라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신념으로, 19세기 초 국민주의가 대두하던 때에는 미국에는 세습적인 군주제나 귀족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드러났으며, 19세기 말 계급 갈등이 심화되던 때에는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단으로 이어졌고, 20세기 중엽 냉전이 심화되던 때에는 정치적 자유나 경제적 풍요를 강조하는 해석으로 바뀌었다.
미국 예외론은 그 위상이 한동안 흔들렸지만 1990년대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가 퇴조하며 세계화의 조류가 거세게 밀어닥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특징을 발견하는 연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예외론은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적합한 주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외론은 국제적인 비교나 관계를 경시할 뿐 아니라 식민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비서양 세계를 간과한다는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바라보는 다른 틀이 필요하다. 이미 축적되어 있는 방대한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예외론과 다른 시각을 도입해야 한다. 예외론에 내재하는 자기중심적인 시각, 즉 유럽중심적인 시각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예외론에서 유럽중심주의를 찾아내고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 중요하다. 예외론은 유럽중심주의가 아메리카로 건너가서 변형된 것이다. 아메리카에서 유럽 식민지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그들이 지배하는 질서와 함께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기중심적 관념을 수립했다. 그 관념의 요체는 유럽중심주의, 한마디로 말해 유럽을 기준으로 다른 지역의 주민이나 문명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상정할 수 있는 세계적 위계질서에서 유럽이 정점을 차지한다고 보는 안목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길은 유럽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아시아인의 시각, 특히 한국인의 시각으로 예외론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즉, 한국이나 아시아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미국을 살펴보는 것, 바꿔 말해 미국을 우리 자신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미국을 올바르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에서는 근대성에 초점을 맞춰 비교를 시도한다. 근대성은 매우 포괄적인 용어이지만 여기서는 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그에 수반되는 정치적?사회적 함의를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성은 오늘날 미국과 유럽 이외에 동아시아에서도 상당히 진전된 형태로 구현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근래에 일각에서는 동아시아의 근대성이 미국이나 유럽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근대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구현된 근대성을 비교하고 있다.
물론, 비교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시도한다. 미국에 대한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서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 한해 비교적 시각을 도입하고 있다. 저자는 종래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자 시도하는 만큼, 저자 자신의 경험적 연구보다 다른 학자들의 업적에 대한 비평에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의 전공인 역사학을 넘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지리학 등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이론에 대한 검토에 의지한다. 따라서 단일 주제에 집중하는 연구서이면서도 다양한 주제 논문들을 한데 엮어 놓은 느슨한 선집의 성격을 지닌다.
책의 구성과 내용
서론에서는 미국 예외론을 재검토하고 있다. 예외론에는 변함없이 유지되는 신조들, 즉 언제나 미국의 우월성에 주목하는 관념들이 있는데 그런 관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적하면서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암묵적 전제에 접근한다. 예외론은 미국을 서양이라는 범주 안에서 생각하는 틀이라는 것,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들이 유럽에 비추어 자신들을 바라보는 틀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자기중심적인 시각으로 인해 예외론은 대서양을 넘어서는 커다란 세계를 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부연한다.
본론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에서는 근래에 미국 예외론에서 주제로 대두한 노동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 노동운동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며 그 특색을 파악하고 있다. 먼저 계급의 개념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계급 개념에 관해서는 중요한 논쟁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다시 검토하면서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주력한다. 이어서 계급 개념을 생산 현장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에 비춰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기존 논쟁에서 경시되었던 소비 현장에 주의를 환기한다. 그렇게 해서 계급 개념을 수정하고 그것을 이용해 미국 노동계급의 형성 및 변형 과정을 추적하며, 미국의 노동계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이유에 접근한다.
다음으로 제2부에서는 엘리트와 중산층, 그리고 노사관계를 통해 미국의 사회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미국 엘리트의 구성과 역사를 살펴보고 그것을 미국의 특징적인 권력구조에 비춰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미국의 엘리트 가운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집단을 사회사라는 넓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에는 중산층에 관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평가하고자 시도한다. 끝으로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춰 20세기에 일어난 변화를 추적하고, 그것을 자유주의의 확산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끝으로 제3부에서는 “미국과 세계”라는 제목을 설정하고, 미국의 사회구조와 경제체제, 그리고 생활양식을 국제적 세력관계라는 커다란 맥락 속에서 탐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주제의 성격상 사회사적 접근방법을 일부에서만 채택하고, 대체로 정치?경제적 관계에 주목한다. 먼저 인종관계에 관한 최근 담론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인종관계가 미국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질서의 일환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서 미국의 세계적 위상과 역할을 탐구한다. 우선 미국이 제국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최근 논쟁을 검토하면서, 미국이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생각한다. 다음에는 세계화로 관심을 돌려 그 제도적 토대를 짚어보면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살펴본다. 또 유럽의 미국화에 관한 논쟁을 검토하며 미국 대중문화의 확산에 주목한다. 끝으로, 한국의 기업문화에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문화적 파장을 생각하고자 한다.
결론에서는 예외론의 대안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본론에서 전개한 견해를 정리하고, 미국이 근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미국을 예외가 아니라 극단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 해답으로 미국이 예외적인 나라라 말한다. 바꿔 말해,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질로 신분에 개의치 않는 사회적 평등주의,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려고 하는 억센 개인주의, 또는 유난히 취약한 사회주의 같은 것을 내세운다. 이런 해답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시대적 사조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강조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도 거기에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관념을 뭉뚱그려 미국 예외론American exceptionalism이라 부른다. (서론-미국 예외론의 맹점 중에서, 23~24쪽)
그렇다면, 노동운동의 후퇴에 관해 미국에서 보이는 특징은 국제적 맥락에서 볼 때 예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유럽에서도 보이는 현상,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 일찍, 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0세기에 유럽의 노동운동은 온건한 방향으로 흐르면서도, 미국과 달리 2차대전 직후와 1960년대 말에 잠시 급진적인 경향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앞에서 강조한 공동체적 전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중략) …… 이 점에서 예외는 미국이 아니라, 조합 밀도가 70% 선에서 유지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의 위축과 온건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유럽 선진국에 비해 대체로 한 세대 정도 일찍 변화를 겪은 것이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예외가 아니라 차라리 첨단인 셈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특색 중에서, 165쪽)
더욱이, 지금까지 권력구조의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 권력구조는 흔히 권력의 사회적 배분이나 기능별 분립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이런 용법은 미국의 권력구조를 파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미국에서 권력은 연방과 각 주 사이에서 수준별로도 분립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는 권력이 영역별로도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의 격리는 지금까지 권력구조에 관한 논의에서 간과되었던 측면이다. 그러나 이 세 번째 측면까지 감안할 때에야 비로소 미국의 권력구조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두 측면의 권력 분립과 더불어, 왜 미국에서는 경제 엘리트가 사유재산과 자유 계약에 의지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며 강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왜 미국에서는 정부가 비약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나아가 왜 미국에서는 국가가 시민사회에 대해 열세에 놓여 있는지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그와 같이 권력을 삼중으로 분립시키는 체제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양상으로서, 미국이 권위의 분산과 권리의 보장이라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이상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나라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엘리트와 권력구조-파워 엘리트 논쟁에 대한 재검토 중에서, 222~223쪽)
사회학자 샌포드 자코비는 미국 기업에 대한 풍부한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미국 예외론을 재검토하면서, 이 틀을 노동자 대신에 기업가에게 적용하는 편이 낫겠다고 제안한다. 그 요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사용자와 경영자들이 노동자에 대해 더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물론 20세기 중엽에 노동조합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타협적 노사관계를 수립했지만, 그 이전에 형성되었던 적대적 태도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고 또 1980년대부터는 그것을 다시 표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보기 어려운 이런 적대적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자코비는 미국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개인주의 이데올로기 이외에 “통제의 자유”라는 신조에 주의를 환기한다. 미국의 사용자들은 귀족 같은 경쟁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확고한 재산권과 강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누렸다. 그처럼 강한 힘을 바탕으로, 그들은 “경영상 특권”을 외치며 정부나 노조의 간섭에 맞서 왔다. 자코비에 따르면, 그런 뜻에서 미국의 기업가들은 예외적인 존재이다. (기업가-미국 기업사 연구에 관한 제언 중에서, 252쪽)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0세기 중엽에 열 명 가운데 일곱이나 여덟이었고, 근래에는 더욱 늘어서 아홉이나 된다. 중산층이 위축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국인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직업이나 소득에서 보통 노동계급으로 분류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위의식” 운운하며 가벼이 여길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미국인들이 말하듯이 계급이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구조가 개방되어 있다는 관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중에서, 255쪽)
이런 추세는 근래에 더욱 진전되었고, 이제 미국의 노사관계에 자유주의가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중략) …… 미국의 경영자들은 한 세기 전과 달리 피고용인을 개별적 존재로 취급하는 태도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그들은 이미 20세기 중엽에 형성된 전통을 더욱 발전시켜, 피고용인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면서 개인의 재능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은 경영진이 발휘하는 주도권의 소산이기 때문에,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는 차라리 경영학자들이 대개 간과하는 국가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 (중략) …… 지금 분명한 것은 그들이 발언권의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의 시민처럼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는 점이다. (노사관계의 새로운 양상 중에서, 332~333쪽)
노엘 이그나티예프와 존 가비는 오늘날 미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 백인종을 폐지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보기에, 백인종은 “사람들을 태어날 때부터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끌어 들이고서는 자체의 규칙에 따라 길러내는” 일종의 단체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대체로 회원으로서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대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일생을 살아가는데”, 만일 그 규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바꿔 말해, 백인은 피부 빛깔 때문에 혜택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혜택을 얻음으로써 백인으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종을 인종주의의 근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종 자체가 사회적 차별의 산물”이라 보기 때문에, 이그나티예프와 가비는 “백인종이 존재하는 한,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운동은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인종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중에서, 342~343쪽)
미국이 추구해 온 지상 권력과 미국을 위주로 구축된 국제적 위계구조에 비춰볼 때, 미국은 분명히 제국이다. 그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사상 초유의 세계제국이다. 그렇다면, 이 제국에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제국이 아니라거나 만약 제국이라 해도 종전과는 다른 특별한 제국-강제보다는 동의와 협력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전파하는 자비로운 제국-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는 물론 네오콘을 비롯해 보수파 사이에서 널리 수용되는데, 니얼 퍼거슨은 거기에 학술적인 근거를 제공해 힘을 보태 준다. 그는 영국이 제국주의를 통해 국제관계를 안정시키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널리 보급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힘을 앞세우며 제국으로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때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제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직접 통치보다는 간접 통치에 의지하는 방식을 거쳐 문화적 매력에 호소하며 자유주의적 가치를 전파하려는 노력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는 데 대해 퍼거슨을 주의를 환기한다. 그것은 미국이 영국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휘두르려는 생각이, 권력을 향한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제국론 중에서, 415~416쪽)
세계화의 제도적 토대는 유럽에서 형성되었던 정치적 근대성을 미국이 자유주의적 방향으로 발전시킨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은 2차대전을 계기로 서부 유럽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미국 경제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것을 위해 수립한 국제적 제도들을 토대로 이후에 전개된 지구적 차원의 경제통합을 주도했으니 말이다. (세계화의 제도적 토대 중에서, 447쪽)
미국의 대중문화는 유럽의 대중문화와 함께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각지에서 현지 문화와 뒤섞이며 뿌리를 내린다. 흔히 세계화라 불리는 이 과정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멜 반 엘테른이 지적한 바 있듯이, 그것은 미국 정부와 기업이 문호개방을 외치며 해외에 미국 문화를 전파하는 노력 덕분에 진행된다. 더욱이 그렇게 해서 확산된 미국 문화는 세계의 문화적 위계질서에서 패권적 위치를 차지한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초국적 대기업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듯이,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소비문화를 비롯해 미국적인 가치체계와 행동양식은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모델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반 엘테른은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로 규정한다. 그렇지만 그의 용법에서는 강제라는 제국주의의 본질적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적합한 용어는 차라리 문화적 패권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라이델과 크로스가 지적하듯이 “언제나 권력을 지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을 수반하는” 현상이라는 단서를 붙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화는 미국의 문화적 패권이 확산되는 과정이지만, 결코 미국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화, 근대화, 그리고 미국화-전후 유럽의 미국 대중문화 수용에 관한 논쟁 중에서, 487쪽)
한국은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데 적절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에 폭이 넓고 속도가 빠른 방식으로 세계화를 겪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서 전개된 세계화는 미국화라는 단어로 특징지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세계화는 미국화와 다른 것이지만, 오늘날 미국화를 배제하고서는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 미국화가 세계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개혁은 미국 경제를 모델로 삼아 구성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미국 모델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근래에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걸쳐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경제성장이 시장기제에 달려 있다고 보고, 그것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민영화와 규제완화 등 국가개입을 최소화시키자는 정책 노선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쟁점은 한국의 경우에 다음과 같은 의문으로 구체화된다. 신자유주의적인 미국 모델에 따라 추진되는 개혁조치가 한국의 기업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계화의 문화적 함의-한국 기업문화의 변형 중에서, 490~491쪽)
그렇다면 미국은 “다양한 근대성”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 유명한 어구는 아직도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명제이다. 학자들은 근대성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해 차이점을 파악하거나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고, 따라서 다양성에 관한 단편적 인식을 체계적 지식으로 발전시키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 (중략) …… 이런 다양성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근대성은 전통과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전통 위에서 발전한 것이어서, 전통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국의 근대성에 권위주의적 전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면, 미국과 유럽의 근대성에는 부르주아지가 권위주의를 자유주의로 대체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부르주아지의 패권이 일찍 확립되고 또 오래 유지된 덕분에, 근대성이 유럽에 비해 평등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모습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다양한 근대성” 가운데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미국은 근대 세계의 극단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단이라는 개념은 미국 예외론의 대안이 아니라 그 단서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전제인 “다양한 근대성”이 충분히 개발된 명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단이라는 개념을 대안적 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근대 세계에서 지니는 특징과 위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차후의 과제이다. (결론-미국 예외론의 대안을 찾아서 중에서, 53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