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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5662289 / 36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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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원시와 현대의 화학적 융합, 라틴현대미술을 조명하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떠오르는 단상 중 하나는 원시적이라는 단어다. 각종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잉카와 마야 문명, 안데스 산맥에서 산길을 안내하는 인디오들, 나스카 평원의 기하학적 무늬 등은 라틴아메리카를 원시의 땅으로 각인시킨다. 이러한 인식은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왜곡시킨다. 라틴과 현대라는 단어가 조합되었을 때 상상되는 것은 양복을 입고 어색하게 서 있는 인디오다.
그러나 라틴현대미술은 어색한 옷을 입은 인디오가 아니다. 라틴현대미술은 원시적인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차용하여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으로부터의 독립과 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구는 새롭게 탄생한 라틴아메리카 미술에도 그들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멕시코 벽화운동을 비롯한 라틴현대미술의 확립은 시대의 요구를 담은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민족과 역사를 찾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르떼 뽀뿔라르가 있다.
라틴현대미술, 아르떼 뽀뿔라르 차용으로 날개를 달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원주민을 뜻하는 형용사 ‘인디헤나’같이 경멸적인 느낌을 피하기 위해 ‘뽀뿔라르’를 사용해 ‘아르떼 인디헤나’(원주민예술)는 ‘아르떼 뽀뿔라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156쪽)
아르떼 뽀뿔라르(Arte Popular)는 중남미 국가의 고대 원주민예술을 가리킨다. 라틴현대미술에서 아르떼 뽀뿔라르가 중요한 이유는 혁명을 거치며 정치가와 미술가들이 원주민 미술에 주목하며 그들의 미술을 오늘의 라틴아메리카 미술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유럽 미술의 지배를 받던 라틴아메리카에서 원주민들의 미술은 이질적면서도 새로운 요소였다. 그렇지만 원주민미술이 가진 신화적 상상력과 표현력은 라틴현대미술에 창조력의 원천을 제공해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건설이라는 시대적 사명 속에 천대받던 원주민미술은 ‘아르떼 뽀뿔라르’라는 이름으로 발굴되고 재창조된 것이다.
멕시코 벽화운동은 이념적 미술혁명이다
“우리는 이젤화와 과도하게 지적인 모든 화실예술을 거부하고, 공적 유용성을 지닌 건축 벽면 예술을 옹호한다. 멕시코 민중의 예술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건강한 영적 표현이며 이 예술의 원주민 전통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것이다.”(96~97쪽)
- 시케이로스
라틴현대미술을 이야기하면서 멕시코의 벽화운동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멕시코 벽화운동은 멕시코 혁명에 반응해 밖으로 표출된 정치.미학적 운동이었다. 멕시코 혁명과 투쟁 속에 들어선 정부는 미술을 통해 자랑스러운 멕시코의 역사와 민족주의를 선전하려 했고 리베라, 오로스코, 시케이로스 등이 주도한 멕시코 벽화운동은 서술성과 아르떼 뽀뿔라르를 차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20~30년대의 멕시코는 벽화운동의 전성기였고 이 운동은 멕시코를 넘어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의 한 축을 규정지을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벽화운동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결속.독립을 강조하고 자랑스러운 멕시코의 역사를 재창조한 미술혁명인 것이다.
라틴현대미술, 다른 것들 사이에서 재탄생하다
“라틴아메리카 모더니즘은 문화적 민족주의의 지휘에 맞춰, 유럽 현대미술을 악보 삼아 그들 고유의 문화적 감성으로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이 연주한 변주곡이었다.”(333쪽)
라틴현대미술은 라틴아메리카 그 자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메스티소 모더니즘이라고 정의되는 것과 같이, 유럽의 정복자와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처럼, 라틴현대미술도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간의 혼종이다. 유럽을 부정하고, 아방가르드에 심취한 예술가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라틴아메리카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았을 때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메스티소와 유럽의 초현실주의 작품보다 더욱 현대적인 고대의 유물, 그리고 아르떼 뽀뿔라르가 있었다. 라틴아메리카는 저항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발견했고, 현대미술과 아르떼 뽀뿔라르와의 결합을 통해 식민지 지배 동안 미루어졌던 라틴아메리카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예술을 재창조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