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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0010795 / 248쪽 122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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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저널리스트와 에세이스트의 경계에 서서
- 임병걸 시집《지하철에서》
부산했던 하루 구겨 넣고 달리는 지하철
어떤 이는 또 하루 흩어지는 허공 멍하니 바라보고
어떤 이는 고단했던 기억 굳게 닫은 두 눈에 가두고
어떤 이는 요란한 선율에 녹여 두 귀에 쓸어 넣고
어떤 이는 너덜해진 하루 신문 다시 뒤적이네
덜컹이는 차안, 흔들리는 삶 사이로
기우뚱, 지하철을 이리 기울이고 저리 기울이며
웃음인지 울음인지 얼굴 하나 가득 담고
차안 흐르는 적막을 깨는 사람
세 살적 덮친 뇌막염으로 갈 곳도
먹을 것도 없다는 젊은이
병든 엄마 약 한 첩 지어주겠다며
돌리는 종이쪽지에 뚝뚝 묻어 있는 눈물
뭉클해진 가슴 더듬어 꺼내든 천 원짜리
큰 선심 베푸는 양 건네주고 우쭐하려는데
한 학생 구부러진 손에 슬며시 쥐어주는 만 원짜리
만 원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수줍은 얼굴
해마다 물가는 껑충 뛰는데
알량한 내 양심은 언제나 제자리
붉어지는 내 얼굴 다시 덜컹거리는 지하철
- 지하철에서 3
임병걸 시집《지하철에서》는 우리 주변의 자연과 사물, 이웃의 이야기다. 그런 시집이 세상에 한두 권이겠냐마는《지하철에서》가 특별히 구별될 수 있는 건 저널리스트로 24년을 살아 온 저자 특유의 웅숭깊은 관찰력과 시선이 시상(詩想)을 다른 방식으로 포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와 산, 소리와 음악, 산과 사람 등 삶의 현장 곳곳에 산재한 생명을 편견도 여과도 없이 바라보며 저자는 그 생명에 숨결을 불어 넣어주었고 저자 그 자신은 잃어버린 언어를 찾았다. 바로 ‘에세이스트’의 언어다. “결박당한 언어를 풀어주고 싶었다”는 머리말의 제목에 시인의 숨은 마음과 의지가 한껏 묻어난다.
“장엄하게 숨을 거두는 노을을 보고도, 얼음을 뚫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의 새싹을 보고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바싹 여윈 나무와 자동차와 푸른 소나무를 뒤덮는 대자연의 숨 막히는 퍼포먼스를 보면서도 그저 저널리스트의 죽은 언어로 기껏해야 ‘한 폭의 수채화 같다’는 케케묵은 표현 언저리를 맴돌아야 했던”(머리말 중) 안타까움에서 벗어나, 저자는 자신에게 걸어온 시를 통해 비로소 세상과 두 번째의 소통을 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려 “위안과 기쁨, 살아 있는 감격을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한 보답”이다. 지리산 천왕봉의 구상나무를 보면서, 무정한 달빛조차 뒤흔들어 놓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의 터전에서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장삼이사들을 스치면서 감동했던 순간들의 기록인 것이다. 삶의 낮은 곳, 어두운 곳에 유독 시선이 머물었던 저자에게 시와의 만남은 필연이고 운명인 것만 같다.
시인 장석주는 그의 시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핵심을 직격하며 사회세태를 비판하는 시들이 다소 건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오히려 힘차고 씩씩한 것은 사회현실에 대한 투명한 응시에서 나오는 소박한 도덕성과 정직한 마음에 바탕하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숨 막히는 자본의 활로에서 본디의 제 이름을 잃고 학대 받으며 살아온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향한 숭고한 가치증명, 저널리스트의 언어를 박차고 나와 에세이스트로의 변환을 시도한 그의 시 쓰기가 무모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제1부 가을 재래시장
가을 재래시장 17 | 가벼워지기 19 | 전자책 21
업그레이드 23 | 밤 파는 아주머니 25
노점상 할아버지 27 | 아르바이트 소녀의 죽음 28
스마트폰 30 | 땀 32 | 걷기 33 | 헌책 35
지하철에서 37 | 지하철에서 2 39 | 지하철에서 3 41
쉼표 43 | 시인(詩人) 45 | 시인(詩人) 2 47
돈 50 | 입원 53 | 때로는 남의 이야기가 55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57 | 언어 61
가시거리(可視距離) 63 | 비행기 65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67 | 자전거 69
원시(遠視) 71 | 그림 그리는 아내 73
봄, 보이시나요? 75 | 活字 77 | 길담서원 79
도시와 달 82 | 24시간 편의점 84
새벽 자동차 86 | 아! 당신은 나무이셨습니다 88
마음 91 | 열쇠장수 아저씨 92
누렁이와 소년 93 | 이포 솟대 95 | 여인상과 여인 97
제2부 솟대와 나팔꽃
솟대와 나팔꽃 101 | 무지개 103
먹구름 104 | 밤송이 105 | 해바라기 106
장대비 107 | 나무 109 | 나무 2 111
안개 113 | 동춘차(東春茶) 114
세상 가장 아름다운 정원 116
국회 의사당 장미 118 | 쿠부치 사막의 나무 119
나는 천천히 흐르고 싶다 121
목련 125 | 봄나무 127 | 분재(盆栽) 128
뿌리 130 | 어디 처음부터 132
빈탄섬 맹그로브 134 | 비 내리는 한강 136
노화도의 하늘과 바다 138
서교동 눈 내리던 날 140 | 눈 내리는 출근길 142
감포 해돋이 144 | 봄 오는 한강 146
개나리의 죽음 148 | 봄 온 여의도 공원 150
여의도 벚꽃축제 152 | 하회마을 154
등나무 156 | 파프리카 158
가을비 159 | 여의동 공원의 가을 161
가을하늘 163 | 빗물 164 | 태풍 166
지렁이 168 | 매미 170
제3부 월광 소나타
음악 173 | 음악 2 175 | 피아노 사중주 177
비 교향곡 179 | 피아노 연주 181
베토벤 182 | 월광 소나타 185 | 판소리 187
오래된 악보 190 | 태평무 192
피아노 194 | 피아노 2 196 | 피아노 3 198
바이올린 201 | 바이올린 2 204
어울림 206 | 최순우 옛집 음악회 208
사랑한다! 문글로우 211 | 쇼팽 215
합창 217 | 슈베르트 218 | 모짜르트 221
첼로 223 | 환희의 송가 225
老 오페라 가수 227 | 선비춤 230
해설
시인의 “운명”에 호명당하다_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