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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442168 / 45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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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는 3년에 걸친 서유럽·북유럽·동유럽 등 전유럽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빛나는 명소를 책 한 권으로 섭렵하는 재미를 주는 인문학 여행서이다. 이 글의 저자 민선옥(‘민드리’는 오드리 헵번을 따서 남편이 부르는 애칭, 1957년생)은 현재 파도상사(속옷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주부이다. 공저인 남편 황용희(1957년생)는 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작가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뚝심 있는 인물이다. 1979년 흑산도 섬소년 황용희는 김포낭자 민선옥을 만나 사랑하여, 부부 연을 맺고 두 사람은 비좁은 안방에서 지적 소양을 쌓기 시작한다. 민드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아홉 권이나 되는 남편이 모은 엽서첩을 보며 뉴욕도 가고, 아바나도 가고, 오슬로도 가고, 케이프타운도 갔다. 그러니까 20여 년 전 우리집 안방에서 이미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남편은 해외나들이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우물안(엽서 속)에서 천리 밖 세상을 꿰뚫는 환상적 여행가이다. 그런 남편이 부인 몰래 적금을 부어 결혼 25주년 은혼기념으로 2007년부터 3년에 걸쳐 아내의 유럽여행을 추진한다. 이유는 단 하나, “알뜰한 그대여, 당장 유럽으로 안식휴가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비록 패키지 여행이지만, 민드리가 경험한 유럽여행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여행에서 돌아오자 남편은 어느 날 기행문을 써보라며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민드리에게 건네준다. 문맥과 어휘, 인용구에 대한 조언에서부터 유럽역사에 대한 상식까지 체계적으로 알려준 남편은 국회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의 원문 등 귀한 문건을 빌려다주었고 민드리는 용기를 내어 기행문을 완성해나간다.
본문에 등장하는 여행지의 주요 사진은 30여 년간 100여 개국의 그림엽서를 5000장 정도 모은 남편의 귀한 자료를 십분 활용했으며, 모르는 부분에선 송나라 사람 황정권이 쓴 ‘無一字無來處(무일자무래처:단 한 글자도 출처가 없는 것이 없다)’에 의지하여 자료를 찾고 또 찾아가면서 원고를 보완해나갔다. 실로 방대한 양의 인문학적 유럽기행서가 탄생했는데, 남편을 스승으로 여기는 다음의 글에서 민드리의 독서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 그리고 25년 동안 남편 황용희의 가르침에 따라 정독과 다독의 깊이를 쌓으며 오늘날 이 책의 출간이 가능했음을 헤아려 짐작할 수 있다.
“남편이 감동했던 숄로호프의 장편소설 《고요한 돈 강》. 이 장편소설을 언제 다 읽나, 부담이 있어 감히 엄두도 못 냈는데, 아기가 잠든 사이 한 권을 꺼내 훑어보니 재미있어 단숨에 일곱 권을 다 읽고 말았다. 남편의 한시 특강이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던 소동파, 도연명, 두보, 이백, 왕유, 백거이, 정지상, 김시습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열변을 토하던 강사는 ‘동양의 보들레르’ 이하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르는데, 1200년 전 스물여섯에 요절한 천재의 괴시怪詩는 울렁증이 날 정도로 무겁고 생경했다. 책을 밥처럼 여기고 밥을 책이라 받드는 그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어떤 때는 내 자아가 실종되고 침몰해버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침전된 의식과 사고를 인양해보면 명료한 지적 토대가 나를 받쳐주니 이것이 독서의 힘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그는 나에게 무한한 힘을 실어준 동반자며 스스로 ‘직립보행’이 가능하도록 연소燃燒한 조력자다.”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200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여행 관련 서적에서부터 미술ㆍ음악ㆍ역사서까지 주로 유럽에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부인의 유럽에 대한 지식쌓기에 총력을 기울여준 남편이 어느 날, 유럽에 관한 주관식 문제를 출제하여 시험을 치르겠다며 민드리를 협박(?)한다. 출제된 20문제를 40분 내에 풀고 80점 이상 받아야만 유럽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와 소련은 어떻게 다른가, 《카라마조프의 형제》 중 사생아는 누구인가, 스웨덴에서 뱃길로 가장 가까운 덴마크 도시는 어디냐… 다소 난해한 문제들이었고, 민드리 여사는 85점을 맞아 무사히 유럽여행길에 나설 수 있었다고. 그리하여 민드리 여사의 남다른 지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유럽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이 쌓아온 낯익은 ‘지식’과 ‘추억’ 하나 꺼내들고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를 읽다보면 여행지 요소요소마다 이에 관련된 역사와 문화, 예술이 더불어 힘찬 맥박소리를 내며 독자로 하여금 책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마인 강변을 거닐며 괴테의 “나는 종탑의 시계종이 열두 번 울릴 때, 마인 강변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말을 떠올리고, 고골은 일찍이 “네프스키 대로만큼 멋있는 곳은 없다. 이 큰 길에서 모든 것이 빛을 발한다”고 말했듯 모스크바에 가면 《죄와 벌》《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했던 네프스키 대로를 한번쯤 걷고픈 마음 간절해진다. 숲의 나라 핀란드에 와서는 자작자무숲을 거닐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를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민드리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유럽도시를 휘감고 도는 낭만적 강물과 다리, 군중이 모이는 광장과 건축물에서 시와 음악, 문학, 예술, 역사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멋진 오케스트라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고 저자는 여행하면서 유럽의 서정적 풍광에 마냥 현혹되거나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나폴리가 아무리 미항이라지만 한국에는 통영이 있음을 넌지시 알리고, 프랑스의 ‘톨레랑스’ 정신을 말하면서 신영복의 저서 《강의》에서 언급한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거론하며 톨레랑스와 화이부동이 궤를 함께하고 있음을 갈파한다. 크로아티아의 가바노바체 호수를 바라보며 소동파의 시 <적벽부>를 떠올리는가 하면, 노르웨이의 <솔베이지 노래>가 여성을 중심에 둔 것이라면 김시습의 <별추강別秋江>은 사내들의 진솔한 고뇌를 담아내는 노래라고 언급,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문학과 예술의 지적 향연을 벌인다. ‘에곤 실레 미술관’ 부분에서 천재화가 에곤 실레를 반추하며 그의 스승 클림트의 미술세계와 비교하는 재미를 주는가 하면, 체코의 ‘카프카의 집’을 방문해서는 남편과 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담론을 나누며 카프카의 작품 《변신》에 주목하고, ‘안데르센 동상’을 바라보면서 안데르센 동화가 지닌 이면적 ‘잔혹성’에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 황용희는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에서 평생 반려자 민선옥에게 파블로 네루다의 시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를 바친다. 이야기의 무대는 유럽이지만, 이 책의 본질은 부부의 사랑이 지적 교류와 교감에 의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입증해주는 책이다. 남편을 ‘훌륭한 스승’으로 여기고 그 가르침에 따라 차곡차곡 지식을 쌓으며 ‘앎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민드리의 자세에서 지식은 인텔리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의 삶속에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 공유되고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는 여행을 간다면 적어도 ‘이런 정도의 상식은 함께 알고 갑시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유럽여행을 위한 인문학 지침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