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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844338 / 256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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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중세 유럽을 매혹시킨 불세출의 여걸,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역사를 이끌어 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여걸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의 여걸 중의 여걸로 손꼽히는 엘레오노르 왕비의 삶을 기발한 형식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 낸 이야기로, 뉴베리 메달을 두 번이나 수상한 현대 미국 아동문학계의 대표 작가 E. L. 코닉스버그의 작품이다.
프랑스 왕보다 더 넓은 땅을 가진 아키텐 공작의 딸 엘레오노르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왕비가 된 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존 왕을 낳은, ‘두 왕의 아내이자 또 다른 두 왕의 어머니’로 유럽의 정치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왕비이다. 여자가 한갓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중세에, 그 한계를 넘어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엘레오노르의 삶을 코닉스버그는 특유의 독창적인 형식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솜씨로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20세기 말 ‘현재’의 천국에서 엘레오노르 왕비와 살아생전 그녀와 친분이 있던 몇몇 사람들이 모인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백 년간의 지옥 생활 후 마침내 천국에 오른 엘레오노르 왕비는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의 천국행 심판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지인들과 함께 지상에서의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엘레오노르 못지않은 중세의 여걸이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마틸다 황후, 엘레오노르의 첫 남편 루이 7세의 고문인 쉬제 대수도원장,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의 부하 윌리엄 최고사령관, 그리고 엘레오노르 자신까지, 각자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엘레오노르 왕비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철없는 어린 왕비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겪어 낸 노년의 대비로 변해 가는 엘레오노르의 모습이 차례로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는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역사 속 인물과 당대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 준다.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삶을 뜨겁게 사랑했던 엘레오노르라는 한 여인의 초상은 많은 청소년 독자들을 매혹시킬 것이다.
현대 미국 아동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E. L. 코닉스버그의 역사 소설
이 책은 《클로디아의 비밀》과 《퀴즈 왕들의 비밀》로 두 번이나 뉴베리 메달을 수상한 미국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 E. L. 코닉스버그의 작품으로, 12세기 유럽의 ‘기 센 여자’ 엘레오노르 왕비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여성들의 지위가 형편없었던 중세에 여자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넘치는 생명력과 카리스마로 당대 유럽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두 왕의 아내이자 또 다른 두 왕의 어머니로 일생을 극적이고 화려하게 살았던 매혹적인 한 여인의 삶을, 작가 코닉스버그는 특유의 창의적인 기법과 재치 있는 이야기 솜씨로 재조명하고 있다.
현재의 천국에서 지상에서의 과거를 회상하다
늘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이 책에서도 코닉스버그는 독특한 구성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20세기 말 ‘현재’의 천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수백 년간 지옥에서 생전의 죗값을 치르고 천국에 오른 엘레오노르가 아직도 천국에 오르지 못한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를 기다리면서, 살아 있을 때 친분이 있던 이들과 함께 ‘과거’ 엘레오노르의 삶을 회상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첫 남편인 프랑스 왕 루이 7세의 고문이었던 대수도원장 쉬제, 시어머니인 마틸다 황후,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의 신하였던 윌리엄 최고사령관과 엘레오노르 자신까지, 네 명의 인물이 ‘현재의 천국’에서 엘레오노르의 ‘과거의 삶’을 번갈아가며 회상하는 것이다.
불꽃같은 삶을 산 희대의 여걸과 만나다
12세기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으로 손꼽히는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프랑스 아키텐에서 왕보다 더 많은 토지를 가진 공작의 딸로 태어났다. 15세에 루이 7세와 결혼한 그녀는 남편을 따라 십자군 원정에 나서는 등 처음부터 조신한 왕비와는 거리가 먼 강인한 여성이었다. 15년 후 엘레오노르는, 결혼이 토지매매 계약일 뿐이던 중세 시대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당치도 않은 이유로 루이 7세와 이혼한 뒤 12세 연하의 헨리 2세와 결혼해 잉글랜드의 왕비가 된다. 이후 아들 리처드 1세와 존 왕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면서, 80여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력적으로 나랏일을 돌보았을 뿐 아니라 유럽 문화의 기틀을 잡고 다양한 문화 활동에 힘을 썼다. 철없던 어린 왕비가 성숙한 여인으로, 또 고통 앞에도 위엄을 잃지 않는 연륜 깊은 노년의 대비로 변해 가는 모습을, 이 책은 다양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다각도로 풀어 나간다.
‘중세 유럽의 역사’라는 딱딱해지기 쉬운 소재는 코닉스버그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포장되어 한층 더 쉽게 다가온다. 또한 역사와 허구를 절묘하게 이어 붙인 작가의 솜씨는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며, 독자들은 손에 잡힐 듯 그려 낸 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사건을 책 속에서 만나며 당대의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엘레오노르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어찌나 옷감 결이 고운지 마치 바람으로 짠 것 같았습니다. 옷 가장자리에는 은실로 정교한 자수가 놓여 있었죠. 옷 색깔 덕분에 엘레오노르의 잿빛 눈동자와 아름다운 얼굴이 돋보였습니다. 맞아요, 엘레오노르는 아름다웠습니다. 타고나기도 했지만 잘 가꾸어진 아름다움이었죠. 엘레오노르는 기지와 생기가 넘쳤고 가식이 없었으며 참을성도 없었습니다. 성문에서 우리를 맞은 사람도 엘레오노르였으니까요. 아직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터였죠.
우리 기사들과 귀족들이 무리지어 성문으로 들어가자, 엘레오노르가 물었습니다.
“당신들 가운데 누가 루이 왕자지요?”
그러자 왕자가 앞으로 나와 정중히 절했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죠. 루이 왕자는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으니까요.
엘레오노르도 정중히 절하였습니다. 하지만 루이와 달리 조용히 있지는 않았어요. 엘레오노르는 남편이 될 남자를 머리끝에서 발끝의 박차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말했어요.
“루이 카페 왕자님, 당신도 나처럼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확신했으면 좋겠어요. 훨씬 안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엘레오노르의 말에 루이 왕자의 말문이 막힌 것은 그때부터였지요. -33~34쪽 중에서-
엘레오노르 왕비님은 폐하한테 끌려갔습니다. 폐하는 아내를 보더니 물었습니다.
“당신이었소, 엘레오노르? 내 아들들을 부추겨서 반란을 일으키게 한 게 당신이었소?”
“그래요, 헨리, 나였어요.”
폐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 줄 알았지. 루이한테 가다가 잡힌 거요?”
“그래요, 헨리, 그랬어요.”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이로군.”
“아니요. 부끄러움이 없는 여자는 자존심도 없지만 나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내가 잉글랜드를 떠난 것도 다 자존심 때문이었고요. 루이는 여전히 나의 군주예요.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헨리, 정치가 결혼보다 더 나은 동반자를 만들어주죠. 결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헨리, 나와 이혼하는 게 어때요? 당신한테는 훌륭한 핑계거리가 있어요. 이혼하는 데 반역보다 더 좋은 핑계도 없죠.”
헨리 폐하가 대꾸했습니다.
“아니오, 부인. 당신이 나와 이혼해 자유롭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는 아키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게 하지는 않을 거요. 반역에는 다른 약이 있소, 왕비.”
“감옥이로군요! 헨리, 나를 감옥에 가둘 건가요?”
“그냥 가택연금이라 부르시오.”
헨리 폐하가 이렇게 말하자 엘레오노르 왕비님이 씩 웃었습니다.
“왜 웃는 거요, 부인? 나의 포로가 되는 것이 두렵지 않소?”
“헨리, 나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에요. 혐오라면 모를까. 감옥을 혐오하면 혐오했지 두려워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왜 웃었소?”
“왜냐면, 헨리, 나는 그 혐오감을 사랑할 것이며, 그 사랑의 불꽃이 나를 지탱해줄 힘인 걸 알고 있으니까요.” -184~186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