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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그렌델

원제 : Grendel
시리즈 : 펭귄 클래식 시리즈 [126]

존 가드너 저 | 김전유경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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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01093680 / 232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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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최초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 은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어울프> 를 다시 쓴 작품이다. 스웨덴 남부의 예이츠족 베어울프는, 12년 동안 덴마크 왕국에 출몰하여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들을 잡아먹는다는 괴물 그렌델을 죽이기 위해 덴마크 왕국에 온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날 밤에 왕궁을 습격한 그렌델과 맞붙어 그렌델의 한쪽 팔을 뜯어낸다. 치명적 상처를 입은 그렌델은 왕궁을 빠져나가지만 죽는다. 다음 날 그렌델의 어미가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나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를 죽인다. 베어울프는 그렌델의 동굴로 쫓아가서 어미까지 죽인다. 그리고 그렌델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베어울프> 서사시의 앞부분이다.
존 가드너는 이 괴물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하여, 베어울프가 그를 죽이는 장면까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렌델의 눈을 통해 본 <베어울프> 의 전사(前史)인 것이다. 그렌델이 어떤 고뇌와 고독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왜 사람을 잡아먹게 되었는지? <베어울프> 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그렌델의 내밀한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다.

▣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
20세기에 들어 문학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다시 쓰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경전에 등장하는 주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타자’라고 인식되어 왔던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종적 타자, 성적 타자, 계급적 타자 들이 이러한 시도 속에서 자신들의 삶과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렌델> 또한 이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종이나 성, 계급이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 자체의 타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한층 급진적인 작품이다. 고대에 쓰인 최초의 서사시에 나오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오래전 인간 역사의 기원을 ‘인간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반추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렌델은 동물이되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다. 즉 그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경계에 있으므로 그는 모든 곳에 속하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다. 이를 공간적으로 표현하자면 “가장자리를 걷는 자”, 즉 경계를 걷는 자가 된다. (‘그렌델’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는 1장에서 자기 자신을 “그늘을 찾아다니는 괴물”, “지구의 가장자리를 어슬렁거리는 괴물”, “괴상한 세상의 벽을 걷는 괴물”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상황은 인간도 다르지 않다. 육체는 동물이되 정신은 상징질서 속에 있는, 상징질서를 수립하여 그 속에 살고 있으나 육신의 동물성은 버리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그렌델이 처해 있는 “내 커다란 털북숭이 몸”과 “내 교활하고 초자연적인 정신” 사이의 괴리는 그러므로 인간이 처해 있는 “인간적 상황”이기도 하다. 그렌델이라는 ‘괴물’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실상 그다지 멀지 않다. 작가 존 가드너는 그렌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체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구원의 가능성으로서의 아름다움, 혹은 예술.
경계에 있는 자 그렌델은 인간의 행동과, 인간의 마을과, 인간의 관계와, 인간의 사랑과, 인간의 예술을,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를 지켜본다. 어느 날 나타난 하프 연주자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겨 인간들 의 세상에 귀의하고픈 간절한 욕망을 느끼기도 하고, 순수하고 신비로운 웨알데오우 왕비가 공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며 ‘아름다움’ 그 자체가 모욕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노래가 끝나자 연회장은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나도 숨을 죽였다. 심지어 내게도 그가 이야기한 모든 것이 진실하고 고귀하게 들렸다.(…) 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자는 세상을 바꿔놓았고, 과거를 그 두껍고도 비틀어진 뿌리까지 송두리째 들어내어 변화시켰다.(…)내 마음은 슬픔으로 나약해져, 돼지 한 마리도 훔치고 싶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털북숭이 동물인 나는 시(時)에 갈가리 찢겨 버린 마음을 안고 달아났다. (본문 p.53 중 일부 발췌)

그리고 마침내, 꿈속을 걷듯 천천히, 은으로 짠 옷을 입은 한 여자가 회당에서 미끄러지듯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부드럽고 긴 머리칼은 불꽃처럼 붉었고, 용의 동굴에서 본 금은보화 위에 비치던 발그레한 광택처럼 부드러웠다. 그녀의 얼굴은 온화했으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녀는 겨울 언덕에 밝아오는 새벽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셰이퍼의 노래가 그랬듯이, 이제는 그녀라는 존재가 내 가슴을 갈가리 찢었다.(…) 아, 비통하도다! 아, 비참하게 짓밟힌 감각이여! (본문 p. 123, 124 중 일부 발췌)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과 삶을 중심으로 '족장과 부족에게 충성하고 적에게 복수하라'는 게르만족의 계명을 주로 설파하는 <베어울프> 와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예술관에 대한 보편적 함의 또한 품고 있는 작품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존 가드너
지은이 : 존 가드너 (John Champlin Gardner Jr.)
1933년 7월 21일 뉴욕의 바타비아에서 태어나 낙농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영어 교사였던 어머니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을 도왔으며 셰익스피어 애호가였던 양친은 문학 낭독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1945년 12살 되던 해 4월, 인간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 벌어지는데, 남동생 길버트가 농기구 사고로 사망을 한 것이다. 사고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던 트랙터를 몰고 있던 사람이 바로 존 가드너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갔으며 늘 악몽과 환각에 시달렸다고 한다.

동생의 사고와 죽음은 개인사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 속에서도 자주 재현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잔인하고 음울한 특성 때문에 사회에서 고립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며, 그들은 자신들을 결코 받아들이지도 용서하지도 않는 엄혹한 사회에 통합되려 애쓰고 또 이해 받기를 갈구한다. 이러한 인물 및 상황 설정은 인기작『태양의 대화』(1972)나 『10월의 빛』(1976)에서도 사용되었으며,『10월의 빛』으로는 미국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레드로프 작가 모임의 기린아였던 그는 평생에 걸쳐 소설 쓰기를 가르쳤는데 그가 쓴 소설 쓰기의 기교에 관한 책 『소설가와 소설 쓰기에 대하여』(1994)는 글쓰기 교재의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는 글을 쓸 때면 강박적이리만큼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급진적인 기교와 매끄러운 리듬, 소설의 영속성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으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늘 예술이 가진 구원과 속죄의 힘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1978년에 쓴 문학비평서
<도덕주의 소설에 대하여>
는 문학계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일로 가드너는 「뉴욕타임즈」의 표지에까지 등장할 만큼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가드너는 그 책에서 ‘소설의 도덕성이란 종교적이거나 문화적인 협소한 지평에서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고, 그런 의미에서의 도덕적 감각을 지닌 현대작가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 해도 유행하던 허무주의에 빠져 있을 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문학계의 저명인사 존 업다이크, 존 바스를 포함한 현대작가들에 대한 가드너의 비판은 어떤 이들에게는 직설적이고 대담한 논평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대부분의 작가 및 출판업자들에겐 큰 적개심을 일으켰고, 그의 마지막 소설
<미켈손의 유령>
(1982)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작가로서의 인생뿐 아니라 애정사 또한 질곡이 많았던 그는 1953년 6월 6일에 사촌인 존 루이스 패터슨과 결혼해 자식도 얻었으나 이혼했으며, 후에 1980년 시인인 리즈 로젠버그와 재혼했으나 또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1982년 수잔 손튼과 결혼하기 불과 며칠 전에 펜실베이니아 서스쿼해나 근처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 2006년 그의 작품
<그렌델>
은 미국에서 오페라로 제작되었다.  




옮긴이 : 김전유경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대학교 비교문학 협동과정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0년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강조해야 할 것』, 『성 정치학』, 『별에서 온 아이』, 『그렌델』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전유경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대학원 비교문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M.C.에셔: 무한의 공간』,『그는 지도 밖에 산다』, 『강조해야 할 것』,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별에서 온 아이』, 『문화와 실재』, 『성 정치학』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왜 나는 그를 계속 괴롭히는 것일까? 왜 그를 되풀이해서 박살 내 한층 깊은 비통함으로 몰아넣는 것인가? 대답할 말은 없다. 다만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그가 나의 호의에 상응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싸우지 말고 잘 지내보자고 한다면 과연 그가 나를 연회장으로 초대해서 이마에 입을 맞추고 벌꿀주 한 잔을 건넬 것인가? 하! 그의 고귀함, 그의 위엄, 그것은 모두 나의 작품이 아니던가? 이전에 흐로드가르는 어땠던가? 아무것도 아니었다! 허장성세와 멍청한 농지거리, 벌꿀주만 머릿속에 가득한 약탈자였을 뿐이다. 흐로둘프의 친구 '적마'만큼도 고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를 박해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무어라고 할 수 없다!
-p.152]

목차

그렌델 9

옮긴이의 말 213
옮긴이 주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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