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조재현
1970년 경북 안동 출생. 기억나는 공간 없음 1970-1976년 기와집. 집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와 축대, 등나무로 덮인 마당, 등나무 꽃들 사이로 떨어지던 햇빛, 뒷마당의 우물, 좁고 꼬불꼬불한 흙길, 뒷산에서 멀리 보이던 낙동강. 큰 집에 있었던 연꽃이 가득한 연못
1977년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 작은 집에서 1학년을 보냄. 학교까지 꽤 멀고 복잡했던 골목길, 거대해 보였던 육교, 관제탑처럼 생긴 소방서의 탑, 피아노 학원으로 올라가던 좁고 어두운 직선계단
1978-1982년 세 개의 아파트로 이사 다니며 세 개의 학교를 다님. 갈대가 가득했던 석촌호수, 아파트라는 거대한 벽들 사이 공간, 아파트 숲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길
1983-1988년 휘문중고등학교. 높이가 다른 네 개의 건물을 연결했던 브리지와 브리지 아래 공간, 건물 사이의 산책로, 전망이 좋았던 도서관
1989년 남산의 정일학원. 학원 근처의 낮은 집들과 경사진 골목, 한남대교와 하얏트 호텔 앞을 지나 서울을 내려다보며 남산 위를 달렸던 83번 버스
1990-1993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건물들 사이 공간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할 것 같은 캠퍼스, 그 사이로 이리저리 흘러가던 계단, 그곳을 비추던 낮의 햇빛과 밤의 가로등, 도서관 앞 넓은 옥상 테라스에서 보던 석양, 부속학교 쪽으로 내려가던 복잡한 계단,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던 체육관 옆 돌출 통로
1994-1996년 51탄약대대. 큰 무덤처럼 엎드려 있던 탄약창고들, 그 위를 덮은 잔디밭의 곡면, 높은 창고 문이 열리면 꼭대기까지 쌓여 있던 탄박스들 사이로 스며들어가던 빛, 탄박스들 사이의 좁은 통로들, 화물열차 속에 탄박스들을 쌓으면서 점점 낮아졌던 천장 아래 공간,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던 화물열차와 옆에 줄지어 서있던 트럭들, 독서하기 좋았던 군인 아파트 경비실
1996-1999년 서한종합건축사사무소, 태인건축사사무소
2000-2002년 제도권 밖.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오피스텔, 석양을 받으며 구름 위로 올라가던 비행기, 사람들 마음속의 공간, 말과 글 속의 공간
2003년 조병수건축연구소 2004-2008년 건축사사무소 오퍼스와 제도권 밖을 넘나들다. 마음속 공간을 꺼내어놓고, 모형이 되어 모형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