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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확대의 철학

시리즈 : 한길 신인문총서 [23]

최신한 저 | 한길사 | 200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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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5660018 / 390쪽 160 x 23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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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지평 확대는 자기 자신을 늘 새로운 의미로 확인하려는 정신의 점진적 운동이다

철학은 오래전부터 손에 잡히듯 분명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현실을 관통하는 철학의 위력을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논의의 중심축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마저 팽배해 있다. 이를 모든 중심이 소멸된 탈근대의 상황으로 규정하는 것은 철학사적 진단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철학의 무책임에 속한다. 애당초 철학에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거슬러 올라가 그 연원을 밝히고 현실 가운데 새로운 확실성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확실성은 새로운 현실을 담보하는 반면, 불확실성에 대한 정당화나 묵인은 문제의 현실을 지속시킬 뿐이다.
철학은 새로운 삶과 변화된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으려는 한에서 주체의 문제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탈근대성의 논의가 주체 문제를 외면하는 순간 비현실이나 몰(沒)현실의 영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간 적지 않게 성찰된 바 있다. 탈중심성을 곧 탈주관성으로 이해할 때 새로운 삶과 현실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감행한 칸트의 사유혁명은 수많은 비판적 사유실험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또 유효해야 한다. 그것은 ‘주체’를 ‘개체’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주체는 수학적?과학적 활동을 통해 현재의 성과에 걸맞은 ‘지평’을 확보한다. 인류는 과학적 주관성을 통해 기술의 지평을 확대해온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더욱 심화시키려고 한다. 그보다 앞서 인간은 개인과 공동체의 고유한 삶을 통해, 그때마다 획득되는 삶의 의미 지평을 끊임없이 확대해왔다. 개인은 내면세계의 도야를 통해 의미 지평을 확대해왔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그때마다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삶의 문화적 틀과 공공성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다. 삶은 그 자체가 의미 지평의 획득과 확대인 것이다.

중첩적 주객관계는 삶의 지평을 확대하는 토대이며 그 목표는 살아 있는 의미의 왕국이다

지평 확대의 철학은 주관성의 철학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상과 세계는 주체와 관계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아니다. 지평 확대는 철학적 주객관계의 전제 없이 성취될 수 없다. 대상이 나에게 문제로 등장하지 않는 한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세계가 주체에게 문제의 세계로 떠오르지 않는 한 그것은 주체를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 수 없다. 대상과 세계는 이를 문제로 의식하는 주체를 통해 비로소 주제화되며, 이를 통해 주체는 비로소 자신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서 지평 확대는 전제된 주객관계에 다시금 관계하는 중첩적 주객관계가 된다. 중첩적 주객관계는 삶의 지평을 확대하는 토대이며 그 목표는 살아 있는 의미의 왕국이다.
그럼에도 지평 확대의 철학은 그 자체가 보편의 형이상학으로 수렴되는 것을 거부한다. 지평 확대의 주체는 근대성에 대한 탈근대성의 비판을 의식하는 비판적 주관성이다. 비판적 주관성은 주체에 의한 의미 구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개체에 대해 늘 열려 있다. 이 주관성에게 의미 구성과 비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구성과 비판을 함께 생각하는 철학은 불가피하게 유한성의 철학이 된다. 그러므로 지평 확대의 철학은 완결된 의미의 이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지만 실제로 그것에 당도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무한한 접근”의 철학이다.

이 책의 내용 자세히 들여다보기

지평 확대의 철학은 슐라이어마허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제1부는 이론적 접근으로, “지평 확대의 해석학”을 다룬다. 입장에 따라 편의적으로 해석되어 온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 개념을 텍스트에 충실하게 재구성하면서 이를 ‘지평 확대’의 맥락에서 현재화했다. 딜타이 이래 심리적 해석방법에만 치중되어온 그에 대한 평가를 언어와 문법의 객관성과 방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상대화해 보았다. 특히 볼프 및 아스트와의 연관이나 번역과 해석학의 관계 문제는 우리 학계에서 전혀 새롭게 소개되는 주제다. 더 나아가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이 후속 철학자들에 의해 이미 극복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가로지는 사유라는 사실을 문제사적으로 입증해 보이려고 했다. 가다머와 한 가상 논쟁이나 하버마스와의 연관, 그리고 계몽주의 해석학자 마이어 및 분석철학자 데이비드슨과 나눈 대화가 그것이다.
제2부는 실천적 접근으로, “지평 확대의 윤리학”을 다룬다. 슐라이어마허의 윤리학은 우리 학계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나는 ‘지평 확대’의 척도를 그의 윤리학에 적용함으로써 주체가 실천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실천적 지평 확대는 근대적 개인의 자립과 구체적 자유획득이라는 ‘이성의 문화’로 귀결된다. 칸트의 의무윤리학이 개인에게 지우는 보편의 부담을 개인성의 힘으로 극복해보려는 시도를 ‘교양’과 ‘도야’의 개념을 통해 정리하면서, 이를 ‘내면성’과 ‘공동체’와 ‘폭력’의 문제에 적용해보았다. 도야된 개인만이 니힐리즘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면, 공동체 또한 도야된 개인의 ‘상호전달’을 통해 지지되어야 한다. 유의미성의 상호전달 없이 신바람 나는 공동체의 삶을 기대하는 것은 제도 속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는 현대판 주술과 같다.

지평 확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지평은 정신의 이론적 동이 드러내는 시계(視界)이며 이를 통해 확인되는 정신의 영토다. 지평선과 수평선도 자연 자체의 모습이라기보다 특정한 시점의 주체에게 확인되는 지평이다. 지평은 주체가 이미 특정한 한계 속에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정신의 활동에 따라 늘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정한 지평으로 확인되는 정신의 영토는 주체가 확보하는 특정한 의미의 세계이다. 의미의 세계를 넓히려는 정신의 욕구가 있다면 거기에는 항상 지평 확대가 수반된다. 지평 확대는 자기 자신을 늘 새로운 의미로 확인하려는 정신의 점진적인 운동이다. 거기에는 “점진적 자기발견의 정신”이 깃들여 있다.
정신의 자기발견은 형식적 자기 확인에 그칠 수 없다. 그것은 자기가 낯선 세계와 관계하면서 확보한 의미내용을 확인하려는 또 다른 자기의 활동이다. 정신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운동하는 주체이다. 정신의 자기발견은 정신이 낯선 세계와 관계함으로써 곧바로 마련된다기보다 이 세계에서 가져온 낯선 의미를 자기화하는 정신의 메타적 활동에서 비로소 획득된다. 그러므로 자기를 발견하는 정신의 활동은 항상 중첩되어 나타난다. 정신의 자기발견은 중첩된 자기관계를 근간으로 한다.
정신의 중첩된 자기관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새로움이다. 살아 있는 정신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의미를 경험할 때 정신은 새로운 정신으로 태어나며, 새로운 의미로 거듭난 정신은 더욱 생동적인 정신으로 변모한다. 새로움과 생동성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정신의 열린 순환에서 정신의 지평은 확대된다. 그러므로 지평 확대는 새로운 의미세계의 확대이자 이를 자기화하는 정신의 고양이다. 결국 지평 확대의 철학은 낯선 세계와 관계하는 자기를 늘 새로운 의미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정신의 학”이다.

미래의 철학은 탈형이상학 “이후”의 상황에서 이러한 이념을 그려내는 작업에 종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평 확대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반성에서 확인되는 유한성의 현실이다. 전통 형이상학과 탈형이상학의 교차 이후에 남는 문제는 “회의주의에 대한 유한한 극복”이라면 이 운동은 과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없는 점진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정신이 추구하는 세계는 무한히 펼쳐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아직 “나”의 의미로 변환되지 않았으며 역사적으로 확정된 의미조차 “나”와 무관한 것이 많다. “이해”와 “도야”의 과제는 무한하지만 그 해결은 항상 점진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해 지평의 확대는 좀더 완전한 지식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지식의 이념을 지향한다. 회의주의가 상호주관적 이해에 의해 효과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 지식의 이념에 가까워진 사태다. 그러나 지식의 이념은 유한한 이해 주체에게 항상 이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도야 지평의 확대 역시 완전한 인간성 또는 인간성의 이념을 지향한다. 인간의 자연성과 개체성이 도야와 상호주관적 실천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인간성의 이념에 근접한 사태이다. 그러나 실천의 이념 역시 유한한 도야 주체에게 늘 이념으로 남는다. 남는 문제는 이론적 실천적 이념의 구체적인 모습을 실제로 확인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철학은 탈형이상학 “이후”의 상황에서 이러한 이념을 그려내는 작업에 종사해야 한다.
“점진적 자기발견의 정신”이라는 말은 슐라이어마허가 연마한 빛나는 언어다. 유한성의 토대에서 무한성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에서 우리는 철학의 현주소와 미래의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이 슐라이어마허와 연관된 수많은 전통을 함께 생각하면서 새로운 정신의 지평을 모색한 시도로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 저자 : 최신한
지은이 : 최신한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철학회 연구위원장, 한국해석학회 회장, 한국헤겔학회 회장, ㈔대한철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헤겔연맹·국제슐라이어마허학회 정회원이자 철학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헤겔철학과 종교적 이념』 『독백의 철학에서 대화의 철학으로』 『지평 확대의 철학』 『슐라이어마허-감동과 대화의 사상가』 『정신현상학-자기내적 거리유지의 오디세이아』 『헤겔철학과 형이상학의 미래』 등이 있으며, 『종교론』 『인간적 자유의 본질 외』 『종교철학』 『해석학과 비평』 『현대의 조건』 『해석학 비판』 『스피노자 학설』 등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5

제1부 지평 확대의 해석학

1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 개념 17
·볼프 및 아스트와의 대화
해석학의 확장--특수해석학에서 보편해석학으로 22
보편해석학의 방법--예감과 비교 28
보편해석학의 논리--점진적 자기발견을 위한 부분과 전체의 순환 34
해석학의 종언과 범조화적 해석--완결인가, 무한한 접근인가 40

2 지평 확대의 해석학과 지식의 공유 49
보편해석학과 ‘오해의 보편화’ 54
보편해석학과 해석과제의 무한성 62
해석학의 사변적 관심과 공동적 지식 71

3 슐라이어마허의 보편해석학과 성서해석학 81

4 해석학의 보편성 요구 97
·지평 융합인가, 지평 확대인가
철학적 해석학의 보편성 요구 99
지평 융합과 존재로서의 언어 107
지평 확대와 비판으로서의 언어 114
지평 확대의 (철학사적) 의미 122

5 가다머의 슐라이어마허 비판은 타당한가 129
심리주의 비판에 대하여 133
재구성 비판에 대하여 138
천재 미학 연관성 비판에 대하여 147

6 이해의 한계와 번역 불가능성의 문제 157
통역과 번역 163
번역의 이념과 본래적 번역 167
번역 불가능성의 문제 172
『신약성서』에 미친 『70인역』의 영향을 통해서 본 번역의 해석학적 의미와 한계 181

7 해석에서 ‘동등성의 원리’와 ‘자비의 원리’ 187
·마이어와 데이비드슨
마이어의 해석학과 동등성의 원리 191
데이비드슨의 해석 이론과 자비의 원리 199
마이어와 데이비드슨의 교차점과 그 의미 208
결론 215

제2부 지평 확대의 윤리학

8 문화이론으로서의 윤리학 221
윤리학과 이성의 행위 223
이성의 행위, 교양, 문화 231
개인의 문화와 공동체의 문화 237
문화이론으로서의 윤리학의 현재성 244

9 해석학적 윤리는 규범적인가 249

10 내면성의 위기와 교양의 과제 259
개별성을 보편성으로 고양하는 ‘교양’--부정적 현실과 정신의 소외 263
개별성을 질적 개성으로 고양하는 ‘교양’--내적 자극과 개성의 생기 267
내면성의 도야와 문화의 이념 275
내면성 도야의 과제 278

11 공동체, 공동선, 상호전달 285
개체성의 문화와 공동체 287
공동선으로서의 최고선 291
개인선과 공동선의 관계--윤리적 유기체론 296
공동선을 위한 상호전달의 주체철학적 근거 301
상호전달의 법칙 307

12 폭력과 도야
·폭력문제 해결의 한 가능성 311
폭력적 본성에 대한 철학적 이해 315
폭력의 극복, 폭력 “대” 폭력인가, 폭력“과” 자유인가 321
폭력 너머의 세계를 위한 기독교 윤리적 모색 326
폭력의 끝은 어디인가 332

13 대학의 정체성 위기와 문화담론의 대안 337
대학의 위기와 정체성의 물음 339
신앙과 학문의 조화 344
지식정보화 시대와 기독교 대학의 과제 351
기독교적 이념의 구현과 기독교 문화 356
맺음말 361

·에필로그 367
·참고문헌 371
·찾아보기.인명 381
·찾아보기.개념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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