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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313071 / 37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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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몸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써내려간 삼국유사의 발자취.
답사기행 전문가인 저자가 삼국유사의 현장이 되는 전국 60여곳을 걷고,느끼며 작성한 기행문. 삼국유사에 겨울장면이 나오면 겨울을 기다려 찾아가고, 여름이 배경이면 여름을 기다려 당대의 현장을 더 가까이 체험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글 곳곳에 배어나온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함께 삼국시대를 다루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삼국유사는 왕조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삼국사기와는 달리 평민들의 삶과 신화적인 이야기를 수록한 책이다. 건조하기 쉬운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삼국유사의 이야기에 저자는 더 애착을 가지며, 그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하늘의 달은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구름을 헤집고 정처 없이 흘러만 간다. 저 하늘의 구름이, 달이, 바람이 어디론가 흘러가듯이 우리들의 삶도 흘러만 갈 것이다. 흘러가는 삶이 모이면 역사가 되고, 그 역사는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회한에 들게도 한다. 800여 년 전 일연 스님(1206~1289)이 홀로 전국을 헤매었듯이 나도 일연 스님과 무슨 인연인지 나그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면서 돌고 돌았다. --- p.4
캄캄한 산골의 밤이었지만 보름달이 하늘에서 어둠을 삼켜버려 온 부석사가 하얀 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일주문이 속세의 찌꺼기를 버리라고 해 일단 버리고 들어갔다.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스님의 목탁소리와 낙엽 진 긴 은행나무 숲이었다. 하늘의 별은 지혜의 등불이 되어 총총 빛나고 오른쪽 어깨 위에는 달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달빛 그림자에 하얀 길이 화선지가 되고 은행나무 가지는 수묵화가 되었다. 마치 화가 박수근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형상화시킨 작품 「나목」 위를 걸어가는 듯했다. --- p.14
천천히 걸어 제일 뒤에 있는 진흥왕릉으로 갔다. 신라 최고 정복왕의 능치고는 너무나 초라하여 노동동의 봉황대를 진흥왕릉으로 본 석당 최남주의 견해를 따르고 싶다. …… 진흥왕릉은 내가 본 수많은 신라왕릉 중 가장 탄력이 없고 울퉁불퉁했다. 이 쭈글쭈글한 능을 보니 갑자기 자식새끼를 키운다고 온갖 고생을 다하고 상처뿐인 영광으로 쭈그러져 버린 우리네 어머니의 젖가슴 같아 마음이 아리다.
멀리서 산사의 종소리가 들린다. 아, 진흥왕도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지.
진흥왕 12년(551) 3월에 낭성(지금의 청원)에 묵을 때 가야에 살고 있던 우륵이 즉석음악회를 열었다. 우륵의 연주에 반한 진흥왕은 그를 국원(충주)에 머물게 하고 신라의 계고, 법지, 만덕에게 배우도록 했다. 우륵은 계고에게 가야금을, 법지에게는 노래를, 만덕에게는 춤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들은 스승 우륵의 12곡이 너무 혼란스럽고 정갈하지 못하다고 5곡으로 줄여버렸다. 우륵은 분노했지만 제자가 만든 5곡을 듣고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으니, 가히 아름답고 바르다”라고 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말로만 ‘청출어람’을 뇌지 않는 진정한 스승인 것이다. --- pp.75~76
무장사지 자체도 아늑하고 절묘하지만, 무장사지 계곡도 가도 가도 질리지 않는 깊고 깊은 오묘함을 선사한다. …… “그윽한 골짜기는 마치 산을 깎아놓은 듯 몹시 가파르고 어둡고 깊어 저절로 텅 비고 순박한 마음이 생겨 마음을 쉬고 도를 즐길 만한 신령스런 곳이다” 이 계곡에서 내가 느낀 온갖 것들을 일연 스님은 이렇게 절묘하게 「삼국유사」에 적었다.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신음을 토할 수밖에. 그래 고수들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말하지. 저 아래 덕동호에 잠긴 고선사지에서 주지를 하던 원효는 사복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태어나지 말지니, 죽는 것이 괴롭구나. 죽지 말지니, 태어나는 것이 괴롭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사복은 “말이 길다”라며 원효를 한 방 때리고 “죽고 사는 것이 괴롭구나”라는 한마디로 고수의 대열에 합류한다. --- p.85
장인(석공)은 슬픔으로 울먹였을 계화 왕비의 마음을 읽은 듯했다. 한쪽 귀퉁이가 깨어진 이수만을 등에 엉거주춤 지고 있는 쌍거북이(귀부)는 오른발 왼발을 가지런히 모아 마치 왕비가 죽은 왕을 위해 명복과 극락왕생을 비는 듯 보인다. 목은 다 잘렸지만 왼쪽 거북은 왕, 오른쪽 거북은 왕비일 것이다. --- p.87
천왕문을 지나자 극락전이 살짝 버티고 있는데 동쪽 벽면에 그려진 수수한 회청색으로 미감이 좋은 반야용선 벽화가 발길을 잡는다. 살아서 저 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행운이다. 이 세상에서 착하게 살고 좋은 일 많이 한 사람만이 탈 수 있다. 반야용선은 누구나 희망하는 극락행 호화여객선인 것이다. 배 안의 사람들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얼굴에 향기가 묻어난다. 부처님과 탑도 같이 배에 동승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보장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 죽어서 저 배를 탈 수 있도록 아름답게 살자.--- p.2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