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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2753779 / 358쪽 155 x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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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양 화론의 필독서, <역대명화기>
중국 화론서(畵論書)이자 화사서(畵史書)인 <역대명화기>는 당나라 장언원이 847년에 저술한 책으로, 동양 화론의 최고 고전이자 필독서로 평가받는다. 내용적?형식적 측면에서 동양 미술사와 미술이론의 전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 책의 번역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중국 화론과 묶여 간단히 소개되거나 일부만 발췌 번역되었을 뿐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번역본은 <역대명화기>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으로, 동양 미술을 연구하는 학자나 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역대명화기>는 원래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에 따라 크게 화론(畵論)과 화가전(畵家傳)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번역본에서는 10권을 상, 하 두 권으로 묶고 각각에 “중국 옛 그림을 말하다”, “중국 옛 화가를 말하다”라는 부제를 붙였다. 천여 년 전의 책이라 ‘옛’이라는 관사를 붙였지만, 내용은 결코 중국 옛 그림과 화가들에 한정되지 않으며 현재에도 유효한 미학, 예술학, 미술사적 문제들을 다룬다.
본 번역본에는 역자가 <역대명화기>를 장기간 연구해 온 결과를 역주로 실어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또한 내용에 맞게 엄선한 도판들은 동양 예술의 진수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본격적인 미술사의 시작을 알리다: <역대명화기>의 위상
중국 당나라 후기였던 847년, 장언원은 이전의 회화 이론과 역사를 종합하고 체계화한 <역대명화기>를 완성했다. 고대부터 당나라 회창 연간까지의 주요 화론과 화가들에 대해 다룬 저술이었다. 그러나 <역대명화기>의 영향력은 중국 초기의 미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전의 화론서?화사서들과는 달리 형식적?내용적 측면에서 미술사라는 학문의 체계를 세운 역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적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의 <미술가열전Le Vite de'pi? eccellenti architetti, pittori, et scultori italiani, da Cimabue insino a'tempi nostri>(1550), 요한 J. 빙켈만(Johann J. Winckelmann)의 <고대미술사Geschichte der Kunst des Altertums>(1764)에 비견할 수 있지만, 이 두 책보다 몇백 년이나 앞서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역대명화기>는 총 10권으로 구성되는데, 제1권~제3권은 그림의 역사와 이론에 대해 서술하고 제4권~제10권은 화가 372명의 작품과 전기를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흔히 전자를 화론(畵論), 후자를 화가전(畵家傳)이라고 부른다. 이런 형식의 회화 관련 저술은 이전에는 없던 것으로, 이후에는 <도화견문지>, <화계>와 같은 화론서들이 <역대명화기>를 모범으로 삼아서 화론과 화가전으로 구성되었다. <역대명화기>가 중국 미술사에서 차지한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대명화기>의 가치는 현대 학자들도 높이 평가하는 바다. 일본의 오노 가쓰토시(小野勝年)나 중국의 쉬샤오송(徐紹宋)은 사마천의 <사기>에 비견할 만한 중국 미술사?미술이론의 저술로 <역대명화기>를 꼽는다. 특히 쉬샤오송은 <역대명화기>를 “미술사의 시조”이자 “미술사에서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극찬했으며, 샤오홍(邵宏)은 장언원을 “미술사의 아버지”라고 일컬었다.
중국 옛 그림을 말하다: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
본 번역본에서는 <역대명화기> 10권을 화론과 화가전, 두 권으로 묶고 상권에는 ‘중국 옛 그림을 말하다’, 하권에는 ‘중국 옛 화가를 논하다’라는 부제를 붙였다.
화론 부분(제1권~제3권)을 묶은 <역대명화기 上>에서는 회화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의 기원과 정의 및 역사, 그림의 6가지 법칙(화육법畵六法)에 의한 미술비평, 산수화의 형성과 전개 및 양식적 변천, 스승과 제자의 양식적 전승 관계, 작품에 나타난 시대와 풍토 문제, 서화용필동론(書畵用筆同論)에 따른 조형기법, 소체(疎體)와 밀체(密體) 등의 양식론, 품평과 그림값, 예술성과 희귀성, 안료와 그 배합, 감식과 수장, 발문과 낙관, 배접과 표구 등이 논의되는데 이는 오늘날의 미학, 예술론에서도 다루는 내용이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림의 기원과 정의’, ‘그림의 6가지 법칙’으로, 그림의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림의 기원과 정의’부터 살펴보면, 장언원은 문자와 그림이 원래는 한 몸이었으나 이 상태로는 뜻을 나타내고 형태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 분화되었다고 언급한다. 장언원은 이러한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을 단순히 발생론적 의미에 고정시키지 않고 가치론적 의미까지 발전시킨다. 그 증거가 바로 <역대명화기> 제1권 첫 구절에 나오는 다음 내용이다.
그림이란 교화를 완성하고 인륜을 도우며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연구하고 (그) 미묘한 이치를 헤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림은) 육경(의 교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 변화가) 네 계절과 나란히 움직인다.
더 나아가 장언원은 그림의 위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은 업적을 기술하지만 모습을 묘사할 수 없는 반면, 그림은 이를 겸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문학과 그림의 위상 문제는 이전부터 논쟁거리였다. 한나라의 왕충(王充)은 회화가 외형에 치중할 뿐 인간됨을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여 문학이 그림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 반면, 위진 시대의 육기(陸機)는 그림은 형태를 보존하는 것에 문학은 사물을 기술하는 것에 뛰어나지만 그 효용은 비슷하다면서 둘을 대등하게 보았다. 하지만 당나라의 장언원에 와서는 그림이 문학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다음에 주목할 만한 논의는 ‘그림의 6가지 법칙’, 즉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응물상형(應物象形), 수류부채(隨類賦彩), 경영위치(經營位置), 전모이사(傳模移寫, 또는 전이모사傳移模寫)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제나라 사혁은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역대 화가들을 품평하면서 그 기준으로 6가지 법칙을 제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술하지 않았다. 이후 6가지 법칙은 <역대명화기>에서 활발히 논의되면서 동양 화론의 핵심 이론이자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6가지 법칙을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역대명화기>였던 것이다.
중국 옛 화가를 말하다: 신화가 된 화가들
화가전 부분(제4권~제10권)을 묶은 <역대명화기 下>에서는 헌원 시대 사황(史皇)부터 당나라 왕묵(王默)까지 화가 372명의 전기와 작품 특징을 기록하고 품등을 매기고 있다. 특히, 앞 세대 사람들이 화가들을 평가한 내용을 종합해 서술한 뒤 장언원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장언원은 화가나 작품을 평가할 때 사물의 외형을 묘사하는 응물상형?수류부채보다 정신을 묘사하는 기운생동?골법용필을 더 중요시했는데, 이는 사물의 발생에서 먼저 정신이 있고 이에 따라 나중에 형체가 있다는 <장자>의 존재론에서 영향을 받았다. 장언원의 이러한 입장은 장회관의 말을 빌려 표현한 다음 구절에서 잘 엿볼 수 있다.
장회관은 “……장승요는 사람의 정신과 골격을 형상하는 것에서 대체로 고개지나 육탐미에 버금간다. 장승요는 그 살집을 얻었고, 육탐미는 그 골격을 얻었으며, 고개지는 그 정신을 얻었는데, 정신은 오묘하고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나는) 고개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나) 장언원은 이 논점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장언원이 서술한 화가 372명 중에는 고개지, 엽립덕, 엽립본, 주방처럼 작품이 남아 있어 그 작품세계를 잘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도현, 조불흥, 장승요 등이 바로 명성은 자자하지만 전해지는 작품은 거의 없는 화가들로, <역대명화기>에서 그들의 자취를 희미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다.
오나라 적오 연간에 조불흥은 청계에 가서 붉은 용이 강 위로 나오는 것을 보고, (그것을 그려) 손호에게 바쳤다. 손호는 (이것을) 비부에 보내어 보관하게 했다. 송나라 때, 육탐미가 (그) 그림을 보고 오묘함에 감탄하면서 조불흥의 용 그림을 취하여 강 위에 놓았더니, 바로 물이 모여 안개를 이루고 여러 날 동안 비가 세차게 퍼부었다.
시공사의 동양 화론서 시리즈
시공사에서는 <역대명화기> 이전에도 <곽약허의 도화견문지(圖畵見聞誌)>, <동기창의 화론 화안(?眼)> 등 동양 화론서들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이 동양 화론서 시리즈는 해당 분야의 연구자가 완역을 하고 역주를 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원문에서 언급하는 작품이 현존할 경우에는 가능한 한 도판으로 실었다.
<역대명화기> 역시 이 책을 오랜 세월 동안 연구해 온 미학자 조송식이 여러 판본들을 기초로 하여 완역하고 역주를 달아서, 난해한 내용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장언원이 언급한 그림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도판으로 실어 시각적인 감상도 가능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