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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개정판 정보
군림천하 4 [개정판] 용대운 저 | 파피루스 | 2012년 05월
평점 - · 리뷰 0
302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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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노태야가 하루 중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세 번의 식사 시간이라는 것은 그의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노인답게 아침잠이 별로 없는 손노태야는 남들이 겨우 침상에서 일어날 시간인 묘시(卯時)경에 아침 식사를 하곤 했다. 저녁 식사만큼 화려하거나 풍성한 식탁은 아니었으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식사인 만큼 소화가 잘되는 채소 위주의 식단에 몇 가지 영양가 높은 요리가 주로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손노태야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각종 해산물(海産物)과 버섯을 넣고 끓인 해선일품죽(海鮮一品粥)으로, 비단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맛이 좋고 위에도 부담이 적어서 사오 일에 한 번씩은 꼭 아침상에 오르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손노태야가 좋아하는 해선일품죽이 올라왔는데도 절반도 채 비우지 않은 채 아침상이 물려졌다. 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 후에는 항상 공야중에게서 간단한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은 그것도 생략되었다. 다만 늘 마시는 백호은침만은 정상적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 바로 옆에 위치한 손노태야의 거실은 평상시에는 좀처럼 외부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 오늘 아침에는 한 사람이 점잖은 자세로 앉은 채 손노태야와 함께 백호은침을 마시고 있었다.
“과연 좋은 차로군.”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손님이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자 손노태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벽라춘(碧螺春)을 즐겨 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내 입맛에는 벽라춘이 더 낫소. 백호은침은 비록 깨끗하긴 하지만 내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져서 말이오.”
“그게 백호은침의 맛이지. 자네는 너무 자극적인 걸 좋아해서 탈이야.”
그 사람은 빙그레 웃었다.
“자극 없는 삶은 왠지 박제(剝製)된 인생 같아서 말이오. 손노태야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꽤나 자극적으로 살아오셨다고 들었소만.”
손노태야는 무덤덤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모두 지난일이지. 자네가 나 정도로 나이를 먹게 되면 자극 없는 단조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걸세.”
“먼 훗날 이야기로군.”
그 사람이 여전히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손노태야는 힐끗 그를 쳐다보더니 특유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 생각보다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걸.”
그 사람은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었으나,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적당할 때 물러설 줄 아는 것이 그의 장점 중 하나였다. 노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나이를 남에게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이 문제로 손노태야를 더 자극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손노태야를 찾아온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노해광이었다.
손노태야가 해선일품죽을 채 두 숟갈도 먹기 전에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노해광이 들어온 것이다. 손노태야는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도 별로 놀라지 않고 해선일품죽을 조금 더 먹은 다음 사람을 불러 아침상을 치우게 했다.





























